중국이 부동산 부채 위기에서 5년째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대형 개발 업체들의 디폴트 위기, 홍콩 등 해외 시장의 파급 효과가 심해지고 있다. 중국 정부가 구제책을 내놓고 있지만 시장 회복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콩까지 번진 中부동산 위기…"1~2년 간 침체 계속"
23일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부동산 개발 업체 완커가 디폴트 위험에 처해 있다고 전했다. 중국 은행 규제당국은 디폴트를 막는 데 필요한 지원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 보험사들에 완커의 금융 위험 노출도를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완커의 2025년 만기 달러 채권은 지난주 액면 1달러당 약 0.1달러 하락해 0.8달러로 내려앉았으며 2027년 만기 채권은 0.49달러로 급락했다. 투자자들이 완커의 부채 상환 능력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는 뜻이다.

중국 부동산 위기는 홍콩 시장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홍콩의 대형 개발 업체 ‘뉴월드디벨롭먼트’는 최근 은행에 일부 대출의 만기 연장을 요청했다. 뉴월드는 6월 말 기준 2200억홍콩달러(약 40조8723원)에 달하는 부채를 지고 있으며 20년 만에 첫 연간 적자를 기록했다. 뉴월드는 전체 부동산 매출의 대부분인 73%가 중국 본토에서 발생하는 만큼 중국 부동산 위기의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다.

뉴월드의 일부 영구채는 사상 최저치인 액면 1달러당 0.3달러까지 하락했으며 올해 주가는 57% 떨어졌다. 홍콩 기반 부동산 개발 업체인 파크뷰 역시 이번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자산 매각에 나섰다. 파크뷰는 베이징 중심업무지구에 있는 상징적인 피라미드 형태의 상업단지를 매각하려 하고 있다. 레너드 로 루크로애널리틱스 연구원은 “최근 정부 정책이 부동산 가격 하락 속도를 늦추는 데 성공했지만 시장이 바닥을 다지기까지 1~2년 더 걸릴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글로벌 자본시장도 영향권에 있다. 블룸버그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중국 본토와 홍콩 개발 업체들의 채권 발행액은 673억달러로, 지난 10년 중 가장 낮은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니얼 팬 블룸버그인텔리전스 애널리스트는 “홍콩 개발 업체들이 중국 시장 침체와 홍콩 부동산 시장 조정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