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은 버티기, 美는 올라타기…잘나가는 ETF '180도' 달랐다
올해 국내 증시에서는 고배당·저변동성 전략이, 미국 증시에서는 모멘텀 전략이 가장 좋은 성과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양국 증시 상황이 정반대였던 만큼 서로 다른 전략을 사용하는 게 효과적이었던 셈이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 ‘밸류업 호재’…배당주 강세

23일 ETF체크에 따르면 올해 국내 전략형 상장지수펀드(ETF)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상품은 ‘PLUS 고배당주’였다. 올해 들어 전날까지 27.57% 상승해 같은 기간 9.95% 하락한 코스피지수를 크게 웃돌았다.

전략형 ETF는 차별화된 전략을 통해 시장 대표 지수보다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상품이다. 고배당, 로볼(저변동성), 퀄리티(우량주), 모멘텀(상승세 종목 선별 투자) ETF 등이 있다.

주가 변동성이 낮은 종목에 분산 투자하는 로볼 전략 ETF는 두 자릿수대 수익률을 올렸다. 통신주와 금융주를 주로 편입한 ‘TIGER 로우볼’은 올 들어 12.97% 올랐다. 모멘텀 전략을 사용하는 ‘KODEX MSCI모멘텀’이 8.97% 상승해 뒤를 이었다. 반면 삼성전자 비중이 높은 우량주 중심의 ‘KODEX MSCI퀄리티’(-7.99%)는 같은 기간 마이너스 수익률을 냈다.

고배당·저변동성 전략 ETF가 좋은 성과를 낸 것은 정부의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으로 배당주가 주목받은 데 따른 것이다. 올해 국내 증시가 대장주 삼성전자(-33.42%)를 중심으로 주요국 대비 부진하자 약세장에서 주목받는 금융주, 통신주, 필수소비재주로 투자심리가 이동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주주환원책을 발표한 KB금융(60.07%) 하나금융지주(34.12%) KT(30.89%) KT&G(20.49%) 등 전통적 배당주는 올해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 美는 ‘달리는 말 올라타기’ 유효

국내 증시와 달리 미국 증시에서는 달리는 말에 올라타는 전략인 모멘텀 ETF가 가장 좋은 성과를 올렸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모멘텀 전략 ETF 중 순자산 규모가 가장 큰 ‘아이셰어즈 MSCI 미국 모멘텀’(MTUM)은 올해 들어 34.3% 상승했다. 같은 기간 미국 S&P500지수 상승률(25.05%)을 웃돌았다.

반면 고배당·저변동성 전략 ETF는 시장 대표 지수보다 저조한 성과를 냈다. 엑슨모빌, 프록터앤드갬블(P&G) 등 배당수익률이 높은 종목을 담은 ‘뱅가드 고배당’(VYM)은 올해 들어 17.16% 올랐다. 월마트, 시스코 등을 편입한 로볼 전략 ETF ‘아이셰어즈 MSCI 미국 저변동성’(USMV)도 16.59% 상승해 S&P500지수에 못 미치는 성과를 냈다.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어 올해 활황을 보인 미국 증시는 엔비디아 테슬라 팰런티어 등으로 주도주 변화가 빈번했다. 이들 종목에 돈이 몰리며 주가가 추가 상승하는 모멘텀 현상이 부각됐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증시가 내년에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 많은 만큼 급등하는 주도주에 투자하는 모멘텀 전략이 유효하다는 것이다. 국내 증시는 고환율과 정치적 불확실성, ‘도널드 트럼프 트레이드’ 영향으로 방어적 전략인 고배당·저변동성이 좋은 성과를 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남호 타임폴리오자산운용 ETF운용부장은 “내년 미국 증시는 핵심 테마인 AI 중에서도 소프트웨어 종목을 중심으로 모멘텀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국내 증시는 고배당 금융주가 반등하고 수출주인 조선·방산주에도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