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R&D센터 이어 해외 본사 대만行
엔비디아가 대만에 해외 사업을 총괄하는 헤드쿼터(주요 거점)를 짓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대만의 TSMC와 함께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산업을 석권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이다. 대만계 미국인인 젠슨 황 엔비디아 창업자(사진)의 이번 구상이 현실화하면 대만이 아시아 반도체 인재들의 블랙홀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3일 공상시보 등 대만 언론에 따르면 타이베이시는 엔비디아 본사를 지을 부지를 물색 중이다. 젠슨 황 CEO는 지난 6월 아시아 최대 규모 정보기술(IT) 전시회 ‘컴퓨텍스’ 참석차 대만을 방문해 “향후 5년 내 대만에 대규모 연구개발(R&D)·디자인(설계)센터를 건립해 최소 1000여 명의 엔지니어를 고용하겠다”며 “센터 건립을 위해 대규모 부지를 물색 중”이라고 밝혔다.

AI 프로젝트를 수행할 차세대 R&D 시설로 1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투입된다. 공상시보는 “(R&D센터 외에) 신규 거점은 미국 샌타클래라에 있는 본사 크기에 필적할 정도로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황 CEO는 대만 당국에 3헥타르(3만㎡) 규모 부지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엔비디아가 대만과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TSMC 등 대만의 반도체 생태계와 긴밀히 협력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별도 공장 없이 반도체를 설계만 하는 엔비디아는 개별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여러 칩을 한데 묶은 AI 가속기 생산을 TSMC에 맡기고 있다. 최근 최신형 AI 가속기와 관련한 오류 발생으로 엔비디아와 TSMC 간 불화설이 나오기도 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설계와 제조를 이원화하면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만을 중심으로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의 주요 인재를 흡수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만 반도체 생태계에 편입되기 위해 돈을 싸 들고 찾아온 곳은 엔비디아뿐만이 아니다. AMD는 2100억원을 투입해 대만에 아시아 첫 R&D 센터를 구축하기로 했다. 세계 최대 차량용 반도체 회사 인피니언도 전기차용 R&D 센터를 대만에 짓는다. 구글 역시 지난 4월 대만에 두 번째 하드웨어 R&D 센터를 개소했다.

전 세계 빅테크의 칩을 도맡아 생산하는 대만은 글로벌 AI 생산 거점으로 거듭나고 있다. 애플,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등 글로벌 시가총액 빅5 기업의 반도체는 모두 TSMC 공장에서 생산된다. 빅테크들이 일감을 주면서도 “먼저 만들어달라”고 애원하는 이유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