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양자컴퓨팅ETF 그리고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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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호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의 ETF 심층해부
한 종목 투자보다 분산 필요
국내 상장 ETF와 미국 상장 ETF
한 종목 투자보다 분산 필요
국내 상장 ETF와 미국 상장 ETF
양자컴퓨팅 관련 주식들의 상승세가 가파르다. 최근에는 급등에 따른 등락을 보이고는 있지만 10월 이후 관련 주식들의 수익률을 보면 IonQ 372%, Rigetti 1,299%, D-Wave Quantum 729%, Quantum Computing 2,686% 등이다. 특히 지난 9일 구글이 ‘Willow(윌로)’라는 양자컴퓨터 칩의 성과를 발표하면서 주식시장 참여자들의 관심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주식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라는 의견과 AI를 이을 테마라는 의견으로 나뉘는 분위기다. 하지만 내년 초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박람회 CES의 주제 중 하나로 양자컴퓨팅이 선정되면서 여전히 먼 미래의 기대라는 인식의 변화는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구글의 Willow 칩이 적용된 양자컴퓨터는 기존 슈퍼컴퓨터가 10자 년(10의 25제곱 해) 걸리는 연산을 5분 만에 해결한다. 기존 컴퓨터는 정보를 ‘0’ 또는 ‘1’로 인식되는 비트(bit)라는 단위로 저장하는데 양자컴퓨터는 양자를 나타내는 ‘퀀텀(Quantum)’과 조합한 ‘큐비트(Qubit)’라는 단위를 사용한다. 큐비트는 ‘0’과 ‘1’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는 양자 역학(Quantum Mechanics)의 가정이 적용된다. 이러한 성질을 ‘양자중첩(Quantum Superposition)’이라고 하는 데 최적의 값을 찾는데 효율성을 극대화하도록 해준다.
예를 들어 목적지까지 찾아가는 100개의 방법 중에 가장 시간이 짧은 방법을 찾는다면 기존 컴퓨터는 100개의 길을 차례로 모두 시뮬레이션한 후에 가장 빠른 길을 선택한다. 하지만 양자컴퓨터는 100개의 방법을 동시에 진행하며 가장 빠른 길을 선택한다. 2의 큐비트의 개수 제곱(2큐비트 개수)만큼 동시에 연산하며 최적해를 찾는다. 구글이 발표한 Willow는 105개의 큐비트로 구성되어 있다.
양자컴퓨팅은 '초전도(Superconducting)'와 '트랩 이온(Trapped Ion)'이라는 두 가지 접근 방식이 있다. 트랩 이온은 원자단위의 이온이 안정화되어 있다는 성질을 이용하며 실온에 가까운 진공상태에서 동작이 가능하다. 초전도 방식은 보다 속도가 빠르고, 기존 인프라를 사용할 수 있지만, -273도의 극저온 환경이 필요하며 오류(Error)율이 높다는 단점이 있다.
구글의 양자컴퓨터는 초전도 방식이다. 큐비트가 늘어날수록 오류율도 높아진다. 그런데 구글이 Willow 칩과 함께 큐비트가 늘어날수록 오류율을 획기적으로 낮춘 결과를 과학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것이다. 오류율이 낮다는 트랩 이온의 장점을 희석시킨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구글의 발표 후 3영업일 동안 구글의 모기업 Alphabet은 9.46% 상승했는데 이온트랩 방식의 IonQ는 -12.41% 하락했다. 트랩 이온 방식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 어느 방식이 상용화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므로 양자컴퓨팅 산업에 투자한다면 어느 한 종목만을 매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양자컴퓨팅’이라는 키워드로 상장된 ETF는 국내에 ‘KOSEF 미국양자컴퓨팅(498270)’과 미국에 상장된 ‘Defiance Quantum(QTUM)’이 있다. KOSEF ETF는 12월 17일에 상장하였고 QTUM은 2018년 9월에 상장된 ETF다. 아직 산업의 초기 단계라는 인식으로 상품이 많지는 않다.
KOSEF ETF는 20개 종목으로 구성되는데 상위 5개 종목은 정기 변경 때 한 종목에 8% 비중을 할당한다. 하지만 실제 포트폴리오를 보면 주가 급등으로 IonQ의 비중이 28% 수준이다. 정기 변경이 5월과 11월이어서 25년 5월에는 다시 8%로 재조정될 것이다.
QTUM ETF는 71개의 종목에 동일 비중으로 분산 투자한다. KOSEF와 마찬가지로 관련주의 급등으로 Rigetti(12.46%), D-Wave Quantum(11.77%) 그리고 IonQ(5.04%) 등의 비중이 높게 형성되어 있었는데 12월 미국 옵션 만기일이었던 지난 20일 반기마다 이루어지는 정기 변경이 실시되면서 종목별 1.5% 내외로 재조정되었다. 특정 산업 또는 테마에 핵심 종목들을 분산 투자할 수 있는 도구가 ETF다. 한 종목에 투자했을 경우 높은 변동성과 기업 또는 산업의 변화 위험을 방어할 수 있는 투자상품이다. 앞서 살펴보았지만, 양자컴퓨팅 테마는 특히 분산투자가 필요한 영역이다. 앞으로 다른 경쟁 ETF가 등장하겠지만, 상품별 구성 종목과 정기 변경 시기 등은 꼭 확인할 필요가 있다.
신성호 연구위원 s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