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증시 오른다"던 전문가, 돌연 '급락' 경고…왜? [양병훈의 해외주식 꿀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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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강세론자 "내년 하반기 조정" 경고
"S&P500은 2년 강세 뒤 보통 약세 전환"
"과거 패턴 반복된다" 전제 있어야 타당
실제 반복 여부 미지수…틀린 사례 많아
"S&P500은 2년 강세 뒤 보통 약세 전환"
"과거 패턴 반복된다" 전제 있어야 타당
실제 반복 여부 미지수…틀린 사례 많아
미국 증권가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증시 강세론자가 있습니다. 한국 이민자 2세이자 투자자문사 펀드스트랫의 공동창업자 겸 리서치센터장인 톰 리(토마스 리)입니다. 그가 최근 "내년 하반기에 미국 증시가 조정받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습니다. 무슨 이유에서일까요.
리 센터장이 조정을 경고한 이유는 다음 두 가지입니다. 첫째, S&P500지수의 과거 궤적을 보면 최근과 같은 강세장 뒤에는 꼭 조정이 뒤따랐다고 합니다. 리 센터장은 지난 10일 투자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S&P500지수가 2년 연속으로 20% 이상씩 올랐던 사례는 1871년 이후 모두 다섯 번 있었다"며 "그중 1996년 한 차례만 제외하고 나머지 네 차례에는 모두 2년 강세장 다음 해 하반기에 지수가 하락했다"고 했습니다. 이번에도 S&P500지수가 같은 패턴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입니다.
둘째, 미국 차기 정부에서 새로 만들어질 정부효율부가 미국 경제성장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입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공화당 대통령선거 경선 후보였던 비벡 라마스와미가 정부효율부의 공동 장관을 맡기로 돼 있죠. 머스크 CEO는 대선 전 "미국 연방정부의 연간 예산을 2조달러 삭감할 수 있다"고 공언했습니다. 2조달러는 미국 정부 1년 치 예산(6조8000억달러)의 3분의 1에 가까운 규모입니다. 이런 강도 높은 정부 지출 삭감이 현실화하면 미국 경제성장률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고, 그 영향이 증시에도 미칠 수 있다는 게 리 센터장의 설명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논리적 타당성을 평가할 수 있을 뿐 사실 여부를 지금 확인할 수는 없습니다. 내년 하반기쯤 돼야 정말로 그랬는지를 알 수 있겠죠. 그 대신 저는 첫 번째 이유인 "지수가 2년 연속으로 20% 이상씩 오르면 이듬해 하반기에는 조정이 찾아왔다"는 말이 사실인지를 확인해 봤습니다.
이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S&P500지수가 공식 발표된 건 1957년이고, 그 이전의 데이터는 같거나 유사한 방법론으로 지수를 직접 산출해야 하기 때문이죠. 리 센터장이 사용한 데이터를 가져다가 검증해 보는 게 가장 확실하겠지요. 그런데 그가 이 데이터를 어떻게 만들어서 썼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직접 산출했는지, 아니면 타인이 산출한 걸 인용했는지도요.
1957년 이전의 S&P500지수를 산출한 유명한 연구가 있기는 합니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로버트 쉴러 미국 예일대 경제학과 교수가 이 데이터를 산출하고 있습니다. 이 데이터는 쉴러 교수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다운로드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했을 때는 리 센터장의 말이 틀리더군요. 이 데이터상으로 S&P500지수가 2년 연속 20% 이상씩 오른 사례가 다섯 번 있기는 했습니다. 1927~1928년, 1995~1996년, 1996~1997년, 1997~1998년, 1998~1999년입니다. 그런데 이 중에서 이듬해 하반기에 지수가 하락한 건 네 번이 아니라 두 번이었습니다. 1929년 하반기에 18.16%, 2000년 하반기에 8.96% 하락했고 다른 때는 모두 지수가 올랐습니다.
1995~1999년에는 5개년 연속으로 지수가 20% 이상씩 올랐는데, 저는 이를 세분화해서 1997년, 1998년, 1999년, 2000년을 '2년 연속 강세장의 이듬해'로 봤습니다. 참고로 쉴러 교수의 데이터는 배당금과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해서 재산출한 것이기 때문에, 1957년 이후 데이터도 S&P500과 숫자가 정확히 맞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1957년 이전의 데이터만 쉴러 교수가 만든 걸 쓰고 이후의 데이터는 S&P500지수를 그대로 가져와서 쓰면 어떨까요? 그래도 틀립니다. 이렇게 하면 지수가 2년 연속으로 20% 이상씩 오른 사례는 1927~1928년, 1995~1996년, 1996~1997년, 1997~1998년 네 번으로 줄어듭니다. 이 중에서 지수가 이듬해 하반기에 하락한 건 1929년 하반기 한 번밖에 없습니다. 1997년 하반기, 1998년 하반기, 1999년 하반기에는 S&P500지수가 각각 9.64%, 8.41%, 7.03% 올랐습니다.
결과적으로 쉴러 데이터로는 어떻게 해도 리 센터장의 설명을 뒷받침하는 결과를 도출하지 못했습니다. 그가 언급하지 않은 전제조건을 '제 마음대로' 더 깔았더니 그의 설명과 일치하는 데이터가 나온 경우는 있었습니다. 정확히 20% 이상 오르지 않았어도 적당히 그 언저리까지 오른 연도를 강세장에 포함했을 때, 그리고 1995~1999년을 ' 2년 강세장의 네 번 반복'이 아닌 '한 번의 강세장'으로 뭉뚱그렸을 때가 그랬습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조건에 조건을 덧붙이는 건 설득력을 갖기 어려워 보입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생각해 보죠. 리 센터장의 설명은 "주가지수의 과거 패턴이 미래에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제를 깔고 있습니다. 사실 이런 추측은 정확도가 다소 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역사가 반복될 것 같지만 사실은 반복되지 않기 때문이죠. 5월에는 주가가 떨어진다는 셀인메이, 연말에 주가가 오른다는 산타랠리 같은 증권가 통념도 맞지 않는 사례가 부지기수입니다. 심지어 배당 뒤 주가가 떨어진다는 '배당락' 때도 거꾸로 주가가 오르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증시에 법칙 따위는 없다"는 워런 버핏, 피터 린치 같은 사람들의 말이 옳을 뿐이죠.
마지막으로, 리 센터장이 지난 10년간 냈던 증시 예측이 얼마나 맞았는지를 살펴봤습니다. 아래 표에 그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예측과 실제 상승률 간의 격차가 10%포인트 이상 났던 게 10차례 중 7차례였습니다. 하지만 그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 증시는 원래 그런 것이니까요.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리 센터장이 조정을 경고한 이유는 다음 두 가지입니다. 첫째, S&P500지수의 과거 궤적을 보면 최근과 같은 강세장 뒤에는 꼭 조정이 뒤따랐다고 합니다. 리 센터장은 지난 10일 투자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S&P500지수가 2년 연속으로 20% 이상씩 올랐던 사례는 1871년 이후 모두 다섯 번 있었다"며 "그중 1996년 한 차례만 제외하고 나머지 네 차례에는 모두 2년 강세장 다음 해 하반기에 지수가 하락했다"고 했습니다. 이번에도 S&P500지수가 같은 패턴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입니다.
둘째, 미국 차기 정부에서 새로 만들어질 정부효율부가 미국 경제성장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입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공화당 대통령선거 경선 후보였던 비벡 라마스와미가 정부효율부의 공동 장관을 맡기로 돼 있죠. 머스크 CEO는 대선 전 "미국 연방정부의 연간 예산을 2조달러 삭감할 수 있다"고 공언했습니다. 2조달러는 미국 정부 1년 치 예산(6조8000억달러)의 3분의 1에 가까운 규모입니다. 이런 강도 높은 정부 지출 삭감이 현실화하면 미국 경제성장률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고, 그 영향이 증시에도 미칠 수 있다는 게 리 센터장의 설명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논리적 타당성을 평가할 수 있을 뿐 사실 여부를 지금 확인할 수는 없습니다. 내년 하반기쯤 돼야 정말로 그랬는지를 알 수 있겠죠. 그 대신 저는 첫 번째 이유인 "지수가 2년 연속으로 20% 이상씩 오르면 이듬해 하반기에는 조정이 찾아왔다"는 말이 사실인지를 확인해 봤습니다.
이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S&P500지수가 공식 발표된 건 1957년이고, 그 이전의 데이터는 같거나 유사한 방법론으로 지수를 직접 산출해야 하기 때문이죠. 리 센터장이 사용한 데이터를 가져다가 검증해 보는 게 가장 확실하겠지요. 그런데 그가 이 데이터를 어떻게 만들어서 썼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직접 산출했는지, 아니면 타인이 산출한 걸 인용했는지도요.
1957년 이전의 S&P500지수를 산출한 유명한 연구가 있기는 합니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로버트 쉴러 미국 예일대 경제학과 교수가 이 데이터를 산출하고 있습니다. 이 데이터는 쉴러 교수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다운로드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했을 때는 리 센터장의 말이 틀리더군요. 이 데이터상으로 S&P500지수가 2년 연속 20% 이상씩 오른 사례가 다섯 번 있기는 했습니다. 1927~1928년, 1995~1996년, 1996~1997년, 1997~1998년, 1998~1999년입니다. 그런데 이 중에서 이듬해 하반기에 지수가 하락한 건 네 번이 아니라 두 번이었습니다. 1929년 하반기에 18.16%, 2000년 하반기에 8.96% 하락했고 다른 때는 모두 지수가 올랐습니다.
1995~1999년에는 5개년 연속으로 지수가 20% 이상씩 올랐는데, 저는 이를 세분화해서 1997년, 1998년, 1999년, 2000년을 '2년 연속 강세장의 이듬해'로 봤습니다. 참고로 쉴러 교수의 데이터는 배당금과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해서 재산출한 것이기 때문에, 1957년 이후 데이터도 S&P500과 숫자가 정확히 맞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1957년 이전의 데이터만 쉴러 교수가 만든 걸 쓰고 이후의 데이터는 S&P500지수를 그대로 가져와서 쓰면 어떨까요? 그래도 틀립니다. 이렇게 하면 지수가 2년 연속으로 20% 이상씩 오른 사례는 1927~1928년, 1995~1996년, 1996~1997년, 1997~1998년 네 번으로 줄어듭니다. 이 중에서 지수가 이듬해 하반기에 하락한 건 1929년 하반기 한 번밖에 없습니다. 1997년 하반기, 1998년 하반기, 1999년 하반기에는 S&P500지수가 각각 9.64%, 8.41%, 7.03% 올랐습니다.
결과적으로 쉴러 데이터로는 어떻게 해도 리 센터장의 설명을 뒷받침하는 결과를 도출하지 못했습니다. 그가 언급하지 않은 전제조건을 '제 마음대로' 더 깔았더니 그의 설명과 일치하는 데이터가 나온 경우는 있었습니다. 정확히 20% 이상 오르지 않았어도 적당히 그 언저리까지 오른 연도를 강세장에 포함했을 때, 그리고 1995~1999년을 ' 2년 강세장의 네 번 반복'이 아닌 '한 번의 강세장'으로 뭉뚱그렸을 때가 그랬습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조건에 조건을 덧붙이는 건 설득력을 갖기 어려워 보입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생각해 보죠. 리 센터장의 설명은 "주가지수의 과거 패턴이 미래에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제를 깔고 있습니다. 사실 이런 추측은 정확도가 다소 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역사가 반복될 것 같지만 사실은 반복되지 않기 때문이죠. 5월에는 주가가 떨어진다는 셀인메이, 연말에 주가가 오른다는 산타랠리 같은 증권가 통념도 맞지 않는 사례가 부지기수입니다. 심지어 배당 뒤 주가가 떨어진다는 '배당락' 때도 거꾸로 주가가 오르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증시에 법칙 따위는 없다"는 워런 버핏, 피터 린치 같은 사람들의 말이 옳을 뿐이죠.
마지막으로, 리 센터장이 지난 10년간 냈던 증시 예측이 얼마나 맞았는지를 살펴봤습니다. 아래 표에 그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예측과 실제 상승률 간의 격차가 10%포인트 이상 났던 게 10차례 중 7차례였습니다. 하지만 그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 증시는 원래 그런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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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