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자동차, 가전제품 등에 사용되는 중국산 레거시(범용) 반도체를 대상으로 불공정 무역행위 조사에 들어갔다. 조사 결과에 따라 보복 관세, 수입 제한 등 조치를 내릴 전망이다.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첨단 반도체에 이어 범용 반도체까지 옥죄는 움직임이다.

○ 美 “저가 반도체 공세는 反경쟁적”

中 반도체 옥죄는 美…이번에 '범용 칩' 조준
23일(현지시간)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중국의 반도체 지배를 위한 행위, 정책, 관행에 대한 조사를 개시한다”며 “중국이 글로벌 반도체산업에서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해 시장 점유율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 달성을) 추구하는 등 반경쟁적, 비시장적 수단을 동원했다”고 밝혔다. 조사는 무역법 301조에 따라 이뤄진다.

중국 반도체 기업이 정부 보조금을 토대로 생산 능력을 빠르게 확장하고 저가 반도체를 공급해 미국의 반도체산업을 위협한다는 게 조사의 배경이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중국의 범용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2015년 17%에서 지난해 31%로 높아졌고 2027년에는 39%로 뛸 전망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2032년까지 중국이 글로벌 기초 반도체 생산량의 4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중국 공급업체가 미국 공급업체보다 30~50% 낮은 가격으로 반도체를 제공했고, 경우에 따라 생산비용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캐서린 타이 USTR 대표는 “조사 목적은 중국이 국가 주도로 반도체 공급을 대대적으로 늘리는 상황에서 미국과 다른 반도체 생산업체를 보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수년간 첨단 반도체 정책에 초점을 맞춰온 미국 정부가 이제 범용 반도체 시장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며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공장 폐쇄로 일부 가전제품의 공급 부족 사태가 발생해 범용 반도체의 중요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 中 “국익 위해 모든 조치 취할 것”

범용 반도체가 방위, 자동차, 의료기기, 항공우주, 통신, 발전, 전력망 등 핵심 산업의 최종 제품에 어떻게 통합되는지도 조사 대상이다. 미국 상무부는 반도체가 들어가는 미국 제품의 3분의 2가 중국산 반도체를 사용하고, 미국 기업의 절반은 반도체 원산지를 알지 못한다고 파악했다. 이 중에는 방위산업 기업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산 실리콘 카바이드 기판과 반도체 제조 웨이퍼도 조사 대상이다.

중국의 행위가 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이며 미국 상거래에 부담을 준다는 결론이 나오면 미국 정부는 보복 관세, 수입 제한 등의 조치를 내릴 수 있다. 다만 조사가 완료되기까지 일반적으로 6개월에서 1년이 걸리는 것을 고려하면 조사에 따른 결정권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손에 달렸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모든 중국산 제품에 6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기 때문에 더욱 강력한 대중 견제가 예상된다.

USTR의 조사에 중국은 격하게 반대했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성명에서 “이번 조사를 강력히 비난하고 단호히 반대한다”며 “중국의 권리와 이익을 단호하게 지키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보복 가능성을 암시했다. 또한 미국이 자국 반도체산업에 막대한 보조금을 제공하는 것을 지적하며 “이것은 명백히 자기 모순적”이라고 비판했다. 중국 상무부는 대미 수출 반도체 양이 미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양보다 훨씬 적다고 언급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