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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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구미시가 가수 이승환의 콘서트 공연장 대관을 취소하면서 그 후폭풍이 거세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지난 2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그럼 광주에서 하자. 이승환을 광주로 초대한다"고 콘서트 광주 개최를 제안했다. 이승환은 이에 "민주성지 광주 공연을 기대한다"며 즉각 화답했다.

이승환은 본래 오는 25일 구미시문화예술회관에서 데뷔 35주년 기념 전국 투어 콘서트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김장호 구미시장은 23일 오전 구미시청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승환 콘서트를 시민과 관객의 안전을 고려해 취소한다"며 "구미시문화예술회관 운영조례 제9조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김 시장은 "지난 20일 이승환 씨 측에 안전 인력 배치 계획 제출과 '정치적 선동 및 오해 등의 언행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요청했다"며 "하지만 이승환씨 측은 법률대리인을 통해 '첨부된 서약서에 날인할 의사가 없다'는 분명한 반대 의사를 서면으로 밝혀왔다"고 취소 이유를 설명했다.

김 시장은 "이승환 씨의 개인적 정치적 성향 자체를 문제 삼는 게 아니다"라면서도 "(이승환의) 나이가 60세인데 전국 공연이 있으면 정치적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상황과 시민 분열에 대해 좀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승환은 정치적인 발언을 거침없이 해온 인사로 알려져 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언과 이에 따른 탄핵 정국에 공연이 없는 날 집회에 참석해 무대에서 노래하기도 했다.

김 시장은 "이러한 정치적으로 편향된 행동과 언급에 구미지역 시민단체가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지난 19∼20일 두차례 집회를 개최했다"며 "자칫 시민과 관객의 안전관리에 중대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어 지역 민간 전문가와 대학교수 자문을 구했고 위원회 의견을 수렴했다"고 말했다.
구미시에 몰려 든 '이승환 공연 취소 지지' 화환. 사진=뉴스1
구미시에 몰려 든 '이승환 공연 취소 지지' 화환. 사진=뉴스1
이에 이승환은 직접 자신의 SNS에 입장문을 내고 "구미시는 안전을 위한 결정이었다고 하나 동의할 수 없고 진짜 이유는 서약서 날인 거부였다고 보인다"며 "대관 취소 결정으로 발생할 법적, 경제적 책임은 구미시의 세금을 통해서가 아니라 이러한 결정에 참여한 이들이 져야 한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또한 정치적 선동 주장에 "그런 적이 없다"며 "제 공연이 정치적 목적의 행사는 아니었기에 지금까지 대관에서 문제가 된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표현의 자유' 문제"라며 "창작자에게 공공기관이 사전에 '정치적 오해 등 언행을 하지 않겠음'이란 문서에 서명하라는 요구했고, 그 요구를 따르지 않자 불이익이 발생했다. 안타깝고 비참하다. 우리 사회 수준을 다시 높일 수 있도록 문제를 지적하고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이승환의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해마루 임재성 변호사는 24일 "2024년 12월 23일 일방적이고 부당하게 구미문화예술회관 대관계약을 취소(이하 '이 사건 부당 취소')해 2024년 12월 25일 이승환 35주년 공연(이하 '이 사건 공연')을 무산시킨 김장호 구미시장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임 변호사에 따르면, 사건의 원고는 △경제적 손해를 입은 드림팩토리 △경제적 손해와 정신적 고통을 받은 이승환 △공연 예매자 100명 등 총 102명이고, 피고는 김장호 구미시장 개인이다. 임 변호사는 "지방자치단체로서의 구미시가 아니라 김장호 구미시장 개인의 위법한 불법행위로 발생한 손해에 대해 개인에게 배상책임을 묻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승환 1억, 공연 예매자 1인당 50만 원, 드림팩토리의 경제적 손해를 더해 총 청구액이 정해진다고도 부연했다. 김 시장을 상대로 한 이번 소송 비용은 이승환이 전부 부담키로 했다.
사진 = 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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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승환은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탄핵촛불문화제' 무대에 올라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과 '사랑하나요' '덩크슛'을 열창했다. 덩크슛 가사를 개사해 "주문을 외워보자, 내려와라 윤석열. 내려와라 윤석열"이라고 외쳤다.

이승환은 "탄핵 집회 전문가수 이승환"이라며 "2016년 박근혜 퇴진 집회, 2019년 검찰 개혁 조국 수호 집회 이후 다신 이런 집회 무대에 안 설 줄 알았다. 노구를 이끌고 또 다시 참석하게 돼 심히 유감"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승환은 "그런데도 이 무대에 또 서게 된 건, 제 나이쯤 되는 사람 중 제대로 정신이 박힌 사람이라면 이런 생각을 한다. '무엇이 되느냐' 보다 '어떻게 사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막상 무대에 올라 와 보니 꽤 춥다. 보컬리스트에게 쥐약인 날씨다. 앞으로 제가 이런 집회 무대에 서지 않아도 되는, 피 같은 돈을 기부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고 외쳤다.

이어 "어제 윤석열 대통령 담화 보고 많이들 힘들지 않았냐. 정말 '입벌구'(입만 벌리면 거짓말)다. 조사와 부사 빼면 다 거짓말이다. 국민한테 계속 시비를 걸고 있다"며 "내가 계속 경어를 쓸 필요가 있느냐. 나랑 다섯 살 차이밖에 안 난다"고 했다. 이승환은 1965년생, 윤 대통령은 1960년생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