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부산테크노파크가 연 지역혁신클러스터 우수 사례 발표회.  부산테크노파크 제공
지난 20일 부산테크노파크가 연 지역혁신클러스터 우수 사례 발표회. 부산테크노파크 제공
부산시가 매년 역대 최대 규모의 국가 연구개발사업 유치에 성공하며 1조원대 예산 시대에 안착했다. 대폭 늘어난 예산은 전력반도체와 스마트시티를 비롯한 디지털전환(DX) 기술, 친환경 조선기자재 기술 개발 등에 쓰였다. 전국 지자체 최초의 산업 전문 연구기관 비스텝(부산과학기술고등교육진흥원)을 주축으로 한 지역 주도의 신성장 동력 발굴 제도가 정착했다는 평가다.

25일 부산시에 따르면 시는 2017년 7798억원이던 국가 연구개발 예산이 지난해 1조3312억원으로 연평균 9.3% 증가했다. 전국 평균(8%)을 웃돌았다. 연구개발 예산은 2021년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으며 지난해 예산은 2022년 대비 17.2%나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부산시의 연구개발은 대학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지난해 기준 대학은 4834억원의 연구개발 예산을 확보했다. 이어 중소기업이 3119억원으로 2위에 올랐다. 줄곧 2위이던 출연연구소를 2022년 처음으로 제친 뒤 지난해 격차를 더 벌렸다. 지역 중소기업의 연구개발 예산 확보 증가율은 지난해 전년 대비 22.6%로 크게 늘어 민간 차원의 국비 연구개발 지원이 활발하게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테크노파크와 부산지역산업진흥원이 수행하는 ‘부산형 국가 혁신 클러스터 사업’은 지역 특화 기술 개발의 거점이 됐다. 부산지역 기업 디에이치콘트롤스는 무탄소 대체 연료인 암모니아 연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질소산화물의 후처리 시스템을 개발했다. 암모니아 배출을 막는 기술로 올해 25억원 이상의 수입대체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사업 참여 전 135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20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 중소기업 스마트뱅크는 해양수산 디지털전환 수요 기반의 산업 데이터 자산 통합 데이터셋을 만들었다. 해양환경, 수산, 항만, 안전 등 다양한 해양 데이터가 분산된 데다 민간 활용이 제한됐다는 점에 착안해 관련 산업 데이터 유통을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 스마트뱅크는 내년까지 270건의 산업 데이터셋을 만들어 인공지능(AI) 서비스 등의 기능을 개발할 계획이다.

LG CNS와 현대건설, 신한은행 등 대기업과 사이버 보안, 스마트모빌리티, 디지털트윈 등 분야 11개 기업은 부산시와 손잡고 강서구 에코델타시티에 스마트시티 조성을 위한 특수목적법인(SPC) 설립 준비를 마쳤다. 이 법인은 에코델타시티 건립 수익을 스마트시티 과제 개발로 활용할 예정이다. 교통 분야부터 차례로 스마트시티 과제 개발에 들어간다.

이런 과정은 연구개발 정책기획과 평가, 네트워크 운영으로 연계되는 전주기 기능을 수행하는 비스텝과 부산테크노파크 중심의 지산학 체계가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다. 자원순환, 수산식품 등의 클러스터와 전력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특화단지 등 중대형 사업 유치에 비스텝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비스텝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연구개발 예산 확대 폭이 눈에 띄게 증가하면서 올해 청년 고용률이 전국 평균 대비 0.3%포인트 높게 나타나는 등 긍정적 영향이 확인됐다”며 “지산학 협력 체계가 합쳐진 결과 지난해 지역 연구개발 정책이 양적 성장뿐 아니라 질적 성장도 이뤘다”고 설명했다.

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