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지가 선정한 글로벌 500대 기업 중 절반 이상이 인공지능(AI)을 ‘잠재적 위험 요소’로 간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빅테크도 AI 투자가 급격하게 늘었지만 이렇다 할 수익을 내지 못한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AI가 돈 먹는 하마 됐다"…빅테크도 우려

AI 투자금 연평균 27% 증가

25일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의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AI 투자 고민’ 보고서에 따르면 포천 글로벌 500대 기업 가운데 281곳이 올해 연례재무보고서(FORM 10-K)에 AI를 잠재적 위험 요소로 기재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년도와 비교하면 473% 증가한 수치다. 생성형 AI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기업은 108개였는데 75개 기업(69.4%)이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위험 요인과 이점을 같이 쓴 기업은 24개, 이점만 기재한 기업은 9개에 그쳤다.

2022년 11월 챗GPT 출시 이후 각국 정부와 기업은 AI 모델, 인프라, 인재 등 AI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해 경쟁력 선점에 나섰다. 전 세계 AI 지출은 2022~2026년 연평균 27% 증가해 2026년 3000억달러(약 420조원)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막대한 투자에도 AI 기술이 각 기업의 재무적 성과에 미치는 효과는 불확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뉴스트리트리서치의 생성 AI 도입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 조사 결과 기업 대부분은 비용 감소율이 10% 이하라고 응답했다.

빅테크 “AI 투자금 회수 불확실”

AI에 앞장서 투자하는 글로벌 빅테크도 상황은 비슷하다. NIA는 “미국 주요 빅테크 기업이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재무신고서 내 위험 요인으로 AI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어도비는 급격한 AI 기술 변화에 따른 혁신 실패와 막대한 AI R&D 투자 비용, AI 사용 확산에 따른 책임 요인, AI 시장 경쟁 심화 등을 위험 요인으로 제시했다. 아마존은 AI 사용에 따른 지식재산권 침해, 사회 윤리적 문제 제기로 기업 매출·이익 손실 등을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AMD는 경쟁에 따른 투자 확대가 투자 리스크로 적용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구글은 경쟁 심화, 사회 윤리적 이슈 초래, 예기치 못한 결과로 인한 기업가치 손상 등으로 투자금 회수가 불확실하다는 점을 위험 요인으로 제시했다. 메타 역시 AI에 막대한 투자금과 사내 자원을 투입하고 있지만 수익성과 투자비 회수를 보장하기 어렵다고 기재했다.

전문가들도 빅테크의 AI 투자에 우려스럽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짐 코벨로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는 “AI에 투입되는 비용을 고려할 때 AI는 매우 복잡하고 중요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며 “현재의 AI 기술력은 그러지 못하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작다”고 내다봤다.

NIA는 AI 투자 열풍이 과열인 것은 맞지만 과거 ‘닷컴 버블’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전진우 NIA 책임연구원은 “이미 AI에 천문학적 예산과 인력이 투입됐고 투자 규모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위험 관리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