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의회가 사용처를 공개할 의무가 없는 의원 ‘정책활동비’를 예외 없이 폐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자민당 ‘비자금 스캔들’ 이후 급격히 떨어진 국민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의도다.

2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전날 일본 참의원 본회의에서 △정책활동비 폐지 △정치자금 감시 제3기관 설치 △외국인의 파티권 구입 금지 등을 담은 정치개혁 관련 세 개 법안이 가결됐다.

앞서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자민당 파벌의 정치자금 문제에 대응해 이번 임시의회에서 관련 법안 가결을 추진했다. 이 문제를 빨리 매듭짓고, 내년 여름 예정된 도쿄도의회 선거와 참의원 선거에 악영향을 피하겠다는 의도다. 이시바 총리는 법안 통과 후 기자회견에서 “자민당 총재로서 공언한 개혁 메뉴는 모두 연내 법제 조치를 실현했다”고 강조했다.

자민당 일부 파벌은 그동안 정치자금 모금 행사(파티)를 주최하면서 티켓인 ‘파티권’을 할당량 이상 판매한 소속 의원에게 초과분을 다시 넘겨주는 관행이 있었다. 그러나 이를 정치자금 수지 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은 아베파와 니카이파 의원 등에게 ‘뒷돈’ 의혹이 불거졌고, 검찰 조사에서 사실로 드러났다. 이른바 ‘비자금 스캔들’로, 지난 8월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가 사퇴한 결정적 이유다.

정책활동비는 2026년 1월 1일부터 폐지하기로 했다. 정책활동비는 정당이 소속 정치인에게 지급하는 정치자금이다. 지금까지 정책활동비를 받은 정치인에게 사용처 공개 의무는 없었다. 당세 확장, 정책 입안, 조사·연구 등을 명목으로 사용하도록 했지만 투명성이 떨어져 일본에선 ‘블랙박스’라는 비판이 있었다.

이와 함께 의회에 ‘정치자금 감시위원회’를 설치하고, 정치자금 수지 보고서상 허위 기재나 기재 누락에 대해 정정을 요구하는 권한을 부여하기로 했다. 감시에 필요한 자료도 요구할 수 있다. 위원회 위원은 중·참의원 양원 합동 협의회가 추천하고 양원 의장이 임명한다.

외국인의 파티권 구입 금지는 외국 세력이 국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막겠다는 취지다. 파티권 구매자에게 서면으로 ‘외국인은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고지하도록 의무화한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