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의 올해 3분기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점유율이 1년 새 두 배가량 증가했다. 최대 고객사인 애플을 사로잡은 덕분으로 풀이된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들어가는 중소형 OLED는 디스플레이업계 최대 격전지다. 지난해 12월 ‘구원 투수’로 투입된 정철동 최고경영자(CEO·사장)의 고강도 ‘체질 개선’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LG디스플레이는 내년 오랜 적자 터널에서 헤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철동式 수술 1년…LG디스플레이 날았다

점유율 두 배 이상 급등

25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 3분기 LG디스플레이의 글로벌 중소형 OLED 점유율은 23.1%로 지난해 같은 기간(9.9%) 대비 두 배가량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21.8%)를 넘어선 역대 최고치다. 지난 1년간 글로벌 주요 디스플레이 업체 가운데 LG디스플레이만큼 점유율이 오른 곳은 없다.

글로벌 순위도 ‘확고한 2위’로 올라섰다. 지난해 2위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던 중국 BOE의 점유율은 15.4%에 그쳤다. 삼성디스플레이는 1위(44.2%)를 지켰지만 1년 전(2023년 3분기 62.7%)과 비교해 점유율이 18.5%포인트 줄었다. 4~6위는 CSOT(6.1%), 비전옥스(5.3%), 텐마(4.2%) 등 중국 업체가 차지했다.

점유율이 급등한 것은 핵심 고객사인 애플향 공급이 늘어나서다. LG디스플레이의 애플 스마트폰 내 OLED 공급 비중은 작년 3분기 12%에서 올 3분기 30%로 확대됐다. 지난 5월 애플의 첫 OLED 태블릿인 아이패드 6세대 제품에서도 경쟁사보다 많은 물량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사장은 2023년 12월 부임 후 첫 행보로 대형 OLED에 치우친 사업구조를 재편했다. LG디스플레이는 2010년 초부터 TV용 OLED에 ‘올인’했지만, 프리미엄 TV 수요가 기대만큼 올라오지 않아 어려움에 빠졌다. 그사이 중소형 OLED 시장은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열풍을 타고 급성장했다. LG디스플레이가 2년 연속(2022~2023년) 2조원대 적자를 내며 유동성 위기에 빠진 것도 이 무렵이다.

특명 “애플을 잡아라”

정 사장이 추격을 위해 꺼내든 전략은 프리미엄 디스플레이의 큰손인 애플을 잡는 것이다. 이를 위해 취임 직후 전략고객(SC)사업부를 신설했다. SC사업부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스마트워치용 OLED를 담당하는 곳으로 이 시장 최대 고객인 애플을 겨냥하는 조직이다.

SC사업부 신설 직후 라인 배치와 생산능력 확대 등을 애플 위주로 편성했다. 정 사장은 LG이노텍 CEO로 있던 2021년 애플을 사로잡은 경험이 있다. 코로나19와 함께 수요가 폭발하자 애플이 생산 확대를 요구했는데 이에 신속히 대응하며 주요 파트너로 눈도장을 찍었다. 정 사장은 이 같은 ‘성공 방정식’을 LG디스플레이에 그대로 적용했다.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애플과 정 사장의 긴밀한 네트워크가 없었으면 이처럼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체질 개선에 액정표시장치(LCD) 사업 매각 등 구조조정 효과가 더해지면서 LG디스플레이는 올해 영업손실을 작년(2조5102억원)의 7분의 1 수준인 3500억원까지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는 4500억원(증권사 평균 전망치)의 영업이익을 내며 2021년 이후 4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19년 업계 최초로 개발한 ‘탠덤 OLED’는 점유율을 더욱 높일 비장의 무기로 꼽힌다. 탠덤 OLED는 기존 OLED 패널과 두께는 동일하면서도 휘도(밝기)는 2배, 수명은 4배로 확대한 제품이다. LG디스플레이의 제안을 바탕으로 애플은 올해부터 주요 제품에 탠덤 OLED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