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서 소폭 말아먹던 건 '옛말'…맥주가 이렇게 달라지다니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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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라이트·논알코올' 맥주 시장…"안 취하고 가볍게"
'갈색병·치맥 일색'이었는데…맥주 트렌드가 확 바뀌었다
코로나 거치며 자리 잡은 '홈맥'…마트보다 편의점서 산다
'갈색병·치맥 일색'이었는데…맥주 트렌드가 확 바뀌었다
코로나 거치며 자리 잡은 '홈맥'…마트보다 편의점서 산다
맥주가 달라졌다. 회식에서 소폭(소주+맥주 폭탄주)을 말아먹던 수요가 눈에 띄게 줄고 편의점에서 각종 맥주를 골라 가볍게 홈술을 즐기는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다. 천편일률적이던 갈색 유리병과 치맥(치킨+맥주 페어링)은 알루 보틀(알루미늄 병), 파인다이닝과의 푸드 페어링까지 확장됐다.
기존 국내 맥주 시장은 회식 문화 발달로 인해 유흥시장 비중이 절대적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시기 ‘혼술’·‘홈파티’ 문화가 확산하면서 가정시장이 커졌고 이러한 추세는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편의점은 가정시장 내 가장 중요한 맥주 판매채널로 떠올랐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1~10월 가정시장 내 편의점에서의 맥주 판매 비율이 약 37%로 1위에 올랐다. 한동안 맥주가 대형마트 판매 품목 1위를 도맡아 할 정도로 ‘효자 상품’이었으나 편의점에서 국산·수입 브랜드 다양한 맥주를 상시 할인 판매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오픈서베이가 전국의 만 20~59세 성인 남녀 1000명 대상으로 조사한 ‘주류 소비 트렌드 리포트 2024’에서도 집에서 마실 주류를 구매할 때 가장 선호하는 채널은 편의점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접근성이 좋아 편의점을 선호한다고 답변했다. 편의점도 맥주를 중요하게 취급하고 소비자들 역시 호응하고 있다. 편의점 GS25가 올해 ‘뮤직 & 비어 페스티벌’ 10주년을 맞아 개최한 특별 이벤트에는 역대 최대인 7만명이 참가하며 흥행했다.
시장조사업체 프리시던스 리서치는 국제 라이트 맥주 시장 규모가 오는 2033년까지 연평균 2.52%씩 성장해 4013억달러(약 576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최대 맥주 시장인 미국에서도 버드·쿠어스·밀러 라이트 등 상위 10개 중 6개가 라이트 맥주 제품일 정도다. ‘헬스&웰니스’ 트렌드로 인해 국내 라이트 맥주 시장 또한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닐슨코리아 집계에 따르면 올해 7~9월 성수기 가정시장 기준 국내 라이트 맥주 제품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오비맥주가 2010년 일찌감치 내놓은 ‘카스 라이트’가 대표적이다. 올 상반기 가정시장 판매량 기준 국내 라이트 맥주 제품 가운데 1위에 올랐다. 전체 맥주 브랜드 중에서도 6위로 지난해보다 두 계단 상승했다.
올해 신제품이 연이어 출시되는 등 라이트 맥주 시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하이트진로가 ‘테라 라이트’를 출시했고 북미 라이트 맥주 ‘미켈롭 울트라’까지 선보이면서 국내 라이트 맥주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특히 지난 5월 ‘주류 면허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주류면허법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돼 유흥시장으로 저변이 확대되면서 논알코올 맥주는 날개를 달았다. 주로 마트에서 구매해 가정에서 즐기던 논알코올 제품을 음식점에서 일상적으로 마실 수 있게 됐기 때문. 오비맥주는 개정안 시행에 발맞춰 국내 주류 업계 최초로 ‘카스 0.0’ 병 제품(330ml)을 유흥시장에 내놨다. 지난달에는 ‘카스 레몬 스퀴즈 0.0’도 추가해 유흥시장 내 논알코올 라인업을 늘렸다.
성장하는 시장인 만큼 신제품 출시가 잇따르고 있다. 2012년 국내 최초로 무알코올 제품 ‘하이트제로 0.00’을 내놨던 하이트진로는 이달 ‘하이트제로 0.00 포멜로향’을 새롭게 선보였다. 디아지오코리아도 올해 5월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서 논알코올 맥주 ‘기네스 0.0’을 출시했다.
논알코올 맥주 인기는 해외 주요 맥주 소비국에서도 공통적으로 확인되는 현상이다. ‘맥주의 나라’ 독일은 해마다 맥주 소비량이 줄어드는 가운데 지난해 논알코올 맥주 시장 점유율이 7%까지 올랐다. 무슬림 인구 비중이 높은 중동이나 맥주를 음료처럼 즐겨마시는 일본도 논알코올 시장이 빠르게 성장 중이다.
올해 주목할 만한 새로운 맥주 패키지는 ‘알루 보틀’ 제품이다. 알루미늄 병 소재 특성상 급속 냉각이 가능해 맥주를 시원하게 즐길 수 있다. Z세대 사이에선 색다른 디자인에 대한 관심과 함께 간편함, 편리성 등 기능적 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카스 알루 보틀’은 올 8월 국내 업계에선 처음 나온 알루미늄 병 제품이다. 그립감을 살린 병 디자인과 병따개 없이 손쉽게 돌려서 딸 수 있는 ‘스크루 캡’ 덕분에 페스티벌·홈파티·캠핑 등 다양한 장소와 상황에서 맥주를 간편하게 즐길 수 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수입 맥주 브랜드 미켈롭 울트라도 알루 보틀 형태로 첫 선을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국내 소비자들에겐 생소한 편인데 알루 보틀 제품의 후속 출시도 이어질지 관심사”라고 부연했다.
맥주는 보통 캐주얼한 분위기에서 치킨, 마른 안주 등과 즐기는 주류로 여겨졌지만 고급 파인다이닝에서도 맥주를 즐기는 사례가 늘고 있다. 벨기에 맥주 브랜드 스텔라 아르투아는 미식과 요리를 주제로 한 온·오프라인 커뮤니티 ‘스텔라 다이닝 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평소 방문하기 힘든 맛집에서 유명 푸드 인플루언서들과 함께하는 이색 미식 체험을 제공해 눈길을 끈다.
업계 관계자는 “저칼로리, 제로 슈거, 다양한 맛 등 맥주 제품에 대한 소비자 니즈가 빠르게 세분화하는 중”이라며 “맥주는 일상에서 편하게 접하는 대표적 주종이지만 이처럼 새로운 소비자 트렌드에 발맞춰 계속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식당보다 집에서, 마트 제치고 편의점서
2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들 취향과 구매 형태가 다양화·세분화하면서 이 같은 새로운 트렌드가 감지된다. 맥주 소비 시장은 크게 유흥시장과 가정시장으로 나뉜다. 유흥시장은 업소용 주류를 소비하는 음식점·호프집 등을, 가정시장은 가정용 주류를 구매할 수 있는 편의점·마트·슈퍼마켓 등의 채널을 가리킨다.기존 국내 맥주 시장은 회식 문화 발달로 인해 유흥시장 비중이 절대적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시기 ‘혼술’·‘홈파티’ 문화가 확산하면서 가정시장이 커졌고 이러한 추세는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편의점은 가정시장 내 가장 중요한 맥주 판매채널로 떠올랐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1~10월 가정시장 내 편의점에서의 맥주 판매 비율이 약 37%로 1위에 올랐다. 한동안 맥주가 대형마트 판매 품목 1위를 도맡아 할 정도로 ‘효자 상품’이었으나 편의점에서 국산·수입 브랜드 다양한 맥주를 상시 할인 판매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오픈서베이가 전국의 만 20~59세 성인 남녀 1000명 대상으로 조사한 ‘주류 소비 트렌드 리포트 2024’에서도 집에서 마실 주류를 구매할 때 가장 선호하는 채널은 편의점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접근성이 좋아 편의점을 선호한다고 답변했다. 편의점도 맥주를 중요하게 취급하고 소비자들 역시 호응하고 있다. 편의점 GS25가 올해 ‘뮤직 & 비어 페스티벌’ 10주년을 맞아 개최한 특별 이벤트에는 역대 최대인 7만명이 참가하며 흥행했다.
"가볍게 즐긴다" 라이트 맥주 시장 성장
회식에서 “달리자”며 들이키던 맥주는 홈파티에서 “즐기자”며 마시는 술로 바뀌었다. 세계적으로 라이트 맥주 시장이 급성장하는 추세가 이를 방증한다. 라이트 맥주는 100ml 기준 열량이 30kcal 이하인 맥주로 일반 맥주 대비 열량이 30~50% 낮다.시장조사업체 프리시던스 리서치는 국제 라이트 맥주 시장 규모가 오는 2033년까지 연평균 2.52%씩 성장해 4013억달러(약 576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최대 맥주 시장인 미국에서도 버드·쿠어스·밀러 라이트 등 상위 10개 중 6개가 라이트 맥주 제품일 정도다. ‘헬스&웰니스’ 트렌드로 인해 국내 라이트 맥주 시장 또한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닐슨코리아 집계에 따르면 올해 7~9월 성수기 가정시장 기준 국내 라이트 맥주 제품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오비맥주가 2010년 일찌감치 내놓은 ‘카스 라이트’가 대표적이다. 올 상반기 가정시장 판매량 기준 국내 라이트 맥주 제품 가운데 1위에 올랐다. 전체 맥주 브랜드 중에서도 6위로 지난해보다 두 계단 상승했다.
올해 신제품이 연이어 출시되는 등 라이트 맥주 시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하이트진로가 ‘테라 라이트’를 출시했고 북미 라이트 맥주 ‘미켈롭 울트라’까지 선보이면서 국내 라이트 맥주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안 취해도 괜찮아"…논알코올 맥주 뜬다
MZ(밀레니얼+Z) 세대 중심으로 아예 논알코올 맥주를 즐기는 이들도 늘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논알코올 맥주 시장 규모는 2021년 415억원에서 2023년 644억원으로 2년 만에 55.2% 성장했다.특히 지난 5월 ‘주류 면허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주류면허법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돼 유흥시장으로 저변이 확대되면서 논알코올 맥주는 날개를 달았다. 주로 마트에서 구매해 가정에서 즐기던 논알코올 제품을 음식점에서 일상적으로 마실 수 있게 됐기 때문. 오비맥주는 개정안 시행에 발맞춰 국내 주류 업계 최초로 ‘카스 0.0’ 병 제품(330ml)을 유흥시장에 내놨다. 지난달에는 ‘카스 레몬 스퀴즈 0.0’도 추가해 유흥시장 내 논알코올 라인업을 늘렸다.
성장하는 시장인 만큼 신제품 출시가 잇따르고 있다. 2012년 국내 최초로 무알코올 제품 ‘하이트제로 0.00’을 내놨던 하이트진로는 이달 ‘하이트제로 0.00 포멜로향’을 새롭게 선보였다. 디아지오코리아도 올해 5월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서 논알코올 맥주 ‘기네스 0.0’을 출시했다.
논알코올 맥주 인기는 해외 주요 맥주 소비국에서도 공통적으로 확인되는 현상이다. ‘맥주의 나라’ 독일은 해마다 맥주 소비량이 줄어드는 가운데 지난해 논알코올 맥주 시장 점유율이 7%까지 올랐다. 무슬림 인구 비중이 높은 중동이나 맥주를 음료처럼 즐겨마시는 일본도 논알코올 시장이 빠르게 성장 중이다.
천편일률 갈색병 안녕…'알루 보틀' 호응
업계는 소비자 관심을 끌기 위해 맥주 패키지 디자인을 색다르게 바꾸고 있다. ‘맥주는 갈색병’이란 고정관념을 깬 카스의 투명 유리병이 이런 사례로 소비자들의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후 다른 업체들이 투명병 제품을 내놓기도 했다.올해 주목할 만한 새로운 맥주 패키지는 ‘알루 보틀’ 제품이다. 알루미늄 병 소재 특성상 급속 냉각이 가능해 맥주를 시원하게 즐길 수 있다. Z세대 사이에선 색다른 디자인에 대한 관심과 함께 간편함, 편리성 등 기능적 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카스 알루 보틀’은 올 8월 국내 업계에선 처음 나온 알루미늄 병 제품이다. 그립감을 살린 병 디자인과 병따개 없이 손쉽게 돌려서 딸 수 있는 ‘스크루 캡’ 덕분에 페스티벌·홈파티·캠핑 등 다양한 장소와 상황에서 맥주를 간편하게 즐길 수 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수입 맥주 브랜드 미켈롭 울트라도 알루 보틀 형태로 첫 선을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국내 소비자들에겐 생소한 편인데 알루 보틀 제품의 후속 출시도 이어질지 관심사”라고 부연했다.
치맥 넘어서 각종 음식과…"잘 어울려요"
취향에 따라 맛과 분위기를 즐기는 음주 문화로 바뀌면서 음식과 어울리는 술을 함께 즐기는 푸드 페어링 또한 인기다. 기존 푸드 페어링은 주로 와인과 고급 음식을 즐기는 개념으로 한정돼 있었지만 최근 맥주 등 여러 주류로 다변화하는 추세다.맥주는 보통 캐주얼한 분위기에서 치킨, 마른 안주 등과 즐기는 주류로 여겨졌지만 고급 파인다이닝에서도 맥주를 즐기는 사례가 늘고 있다. 벨기에 맥주 브랜드 스텔라 아르투아는 미식과 요리를 주제로 한 온·오프라인 커뮤니티 ‘스텔라 다이닝 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평소 방문하기 힘든 맛집에서 유명 푸드 인플루언서들과 함께하는 이색 미식 체험을 제공해 눈길을 끈다.
업계 관계자는 “저칼로리, 제로 슈거, 다양한 맛 등 맥주 제품에 대한 소비자 니즈가 빠르게 세분화하는 중”이라며 “맥주는 일상에서 편하게 접하는 대표적 주종이지만 이처럼 새로운 소비자 트렌드에 발맞춰 계속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