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하게 우려낸 치킨 수프엔 운난 흑차
이븐하게 익은 농어는 백차와 곁들여
칼칼한 마파두부, 우롱차와 환상 궁합
진다마생 보이차는 유엔지의 시그니처
세련된 플레이팅·감각적 공간 대만족
400년 역사를 아우르는 유엔 지
풍요로운 식재료의 향연이었던 코스와 그에 기가 막히게 어울렸던 차 페어링을 조금 소개해 본다. 멋진 원형 디시에 나눠 나온 대만의 명물 ‘쿠에이 팅 치킨 냉채’와 훈제한 오리, 구근 식물인 유리네와 콩, 튀긴 두부와 절인 계란, 돼지 심장 등이 한 입 거리로 코스의 첫 순서를 담당했다. 곁들이는 차로는 대만의 2014년산 ‘비란춘’ 녹차가 제공됐다.
보양식의 릴레이, 한 잔의 차가 화룡점정
한국의 포슬포슬한 감자의 느낌과 비슷했던 오리고기 너깃은 속에 타로 페이스트와 쌀이 들어 있어 듬직하면서도 익숙한 느낌이었다. 대신 곁들이는 스모키한 홍차 ‘랍상소우총’ 덕분에 이 음식이 더 기품 있게 느껴졌다.생선 요리 또한 중식에서 빼놓을 수 없었다. 브레이징한 농어는 먹음직스러운 쌀밥과 함께 상큼하게 절여 채 썬 죽순을 곁들이니 지루하지 않으면서도 입안에 부드럽게 채워지는 식감이 무척 좋았다. 여기에는 운남에서 온 ‘란캉구임’ 백차를 깨끗하게 곁들였다.
그 후엔 진한 귤피 보이차와 함께 우리 입맛에도 익숙한 돼지고기 조림을 꽃빵에 싸서 먹기도 하고 개운하고 칼칼한 마파두부와 흰쌀밥을 우아한 우롱차와 함께 즐겼다.
연이어 나온 네 가지 약초와 참마, 삼겹살과 돼지 부속을 넣어 고아 낸 뽀얀 수프로 기력을 보강했다. 여기에는 그토록 아름다운 향이 매력적인 동방미인을 페어링하는 위트란! 유엔 지에서 만난 산해진미도 인상 깊었지만 가장 마지막에 나온 아몬드 수프를 빼놓을 수는 없었다. 여느 평이한 아몬드 수프에 오너의 취향에 따라 제비집을 넣어 준비한 호방한 접대에 흠칫 놀랄 수밖에.
대만 요리의 품격을 미래로
특히 운남의 6대 다산 천년 고수의 ‘진다마생 보이차’는 그 어디에서도 맛보기 힘든 유엔 지의 시그니처로 기억될 것 같다. ‘차’에서 영감을 받아 현대 패션과 고향의 옛 정취가 담긴 레스토랑의 공간은 대만에서 태어나 미국 뉴욕에서 활동 중인 공간 디자이너 릴리안 우가 기획했다. 천장의 실크, 전통 블루 염색 기술로 등잔불을, 가족 간 긴밀한 연결을 상징하는 삼끈을 많이 사용해 아름다운 병풍을 만들어 구성했다. 공간과 요리, 차와 문화를 한데 어우르는 아름다운 경험이 궁금하다면 대만 타이중으로 가보시길.
■ 차 컬렉터 가문이 운영…테이블마다 티소믈리에가 우려줘
이 레스토랑의 모기업은 포유엔지그룹이다. 선대로부터 이어져 온 세계적으로 유명한 차 컬렉터 가문이 운영한다. 회장인 아버지가 직접 블렌딩한 차를 아들이 상품화하는 것은 물론 차 테마파크, 숙박시설을 건설해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유엔 지에서는 차 소믈리에가 테이블마다 배정돼 식사와 어울리는 차를 눈앞에서 우려낸다. 대만의 지리 정보와 차의 이름, 특징을 안내하는 서비스를 한다.
타이중에서 한 시간 반 정도 떨어진 시토우 숲에서 포유엔지가 운영하는 통나무 소재의 료칸 숙박 시설 ‘코야 시샨(KOYA XISHAN)’도 함께 방문할 가치가 있다. 여섯 개 룸으로만 운영해 다소 폐쇄적이지만 숲 트래킹 프로그램, 다실에서 진행하는 차 시음 프로그램은 꽤 의미 있다. 차에 진심인 모기업에서 시작된 만큼 유엔 지는 대만 고향 요리를 그리워하는 이들에게 차 한 잔으로 요리의 영감을 불러일으키고, ‘집의 맛’을 이어가기를 원하고 있다.
타이중=김혜준 푸드콘텐츠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