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무성 이사장 "경쟁 넘어 세상 돌아보는 따뜻한 아티스트 키우고 싶어요"
“음악과 무용은 워낙 치열하다 보니 자기중심적으로 되기 쉬운 것 같아요. 우리 재단은 경쟁을 넘어 세상을 돌아볼 줄 알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아티스트를 키우고 싶어요.”

정무성 현대자동차 정몽구재단 이사장(사진)은 지난 16일 서울 계동 사옥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수상 실적을 내는 걸 넘어 사회 환원의 가치를 아는 예술가를 육성하는 것이 장학 사업의 궁극적 목표”라고 강조했다.

2009년 문화예술 장학 사업을 시작한 정몽구재단은 클래식, 무용, 국악 분야에서 누적 2800여 명을 지원했다. 재단 지원 덕에 가정 형편과 상관없이 많은 학생이 재능을 꽃피웠고, 재단은 영재들의 ‘키다리 아저씨’로 자리매김했다. 그렇게 15년간 씨앗을 뿌리고 물을 주며 한국 클래식계 성장을 견인해 왔다. 정성 어린 지원을 받은 영재들은 유수 국제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K클래식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올해 세계적 권위의 그라모폰상(영국)에 이어 디아파종상(프랑스)까지 거머쥔 피아니스트 임윤찬, 최근 서울국제콩쿠르에 우승해 라이징 스타로 떠오른 선율도 재단 장학생 출신이다.

그가 말한 ‘사회 환원’은 재단 장학 사업을 관통하는 키워드다. 재단은 악기 대여, 학비 및 콩쿠르 경비 제공 등 재정 지원으로 장학생이 예술에 집중할 수 있게 할 뿐 아니라 온드림 스테이지, ONSO stage(온소 스테이지), 계촌클래식축제 등에서 연주 경험을 쌓아 나눔의 가치를 체득할 수 있도록 한다.

“자녀들이 음악을 전공해 이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잘 압니다.(웃음) 아티스트 성장 주기에 맞는 단계별 지원은 물론이고 음악가로 자라는 데 필요한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재단 대표 프로젝트이자 국내 대표 축제로 자리 잡은 계촌클래식축제는 올해 10년 차다. 강원도 외진 마을이던 계촌리가 음악 애호가가 찾는 지역이 되고, 음악 꿈나무가 자라나는 곳이 됐다. 2023년 말 시작한 온소 스테이지는 한경아르떼TV와 예술 확산의 일환으로 여는 무료 강연 콘서트다. 온드림 스테이지는 찾아가는 음악회를 통해 사회복지사, 소방관, 경찰관과 문화 소외 지역 아동을 초청해 해설이 있는 무대를 선보인다. 모두 문화예술을 더 많은 이가 누릴 수 있도록 저변을 넓히려는 시도다.

“영재가 아무리 뛰어나도 연주를 들어줄 관객이 있어야 하잖아요. 수요는 찾아보면 굉장히 많아요. 병원, 교도소, 앞으로는 요양원까지…. 우리가 찾아야 합니다. 음악이 필요한 이들에게 수준급 연주자가 찾아간다면 얼마나 감동을 받겠어요.”

2014년 창단한 온드림 앙상블은 올해 최초로 유럽 대표 음악 축제 베르비에 페스티벌에서 데뷔 무대를 치렀다. 국제 무대에 첫발을 내디딘 장학생들에게 해외 관객은 뜨거운 호응을 보냈고, 이 모습에 정 이사장과 재단 관계자들은 눈시울을 붉혔다고.

“그날의 감동을 잊지 못해요. 세계에 K클래식에 대한 기대가 분명 있다고 느꼈어요. 젊은이들에게 더 과감하게 국제적 기회를 만들어 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런 기조에 힘입어 재단은 해외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2023년 베르비에 페스티벌과 파트너십을 맺은 데 이어 올해 8월에는 스위스 취리히음악원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내년에는 미국 음악 교육의 중심지로 꼽히는 보스턴, 뉴욕 등 동부 지역에서의 활동을 기획 중이다.

“아직 영뮤지션인 장학생들이 자라면 재단의 체계적 지원과 아티스트 사회 환원,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선순환 구조가 잘 갖춰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음악엔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어요. 우리 학생들이 마음을 움직이는 아티스트로 성장해 사회를 더 아름답게 하기를 바랍니다.”

최다은 기자/사진=최혁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