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업계는 인공지능(AI) 기업으로 변모하기 위해 올해 숨 가쁘게 달렸다. AI의 핵심 인프라인 통신망과 데이터센터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이를 기반으로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겠다는 목표다. 본업인 통신업은 정체 상태다. 지난 몇 년 동안 가입자를 빠르게 늘린 5세대(5G) 이동통신이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정부의 요금제 인하 압박도 거세다.

○10년 만에 폐지되는 단말기유통법

"통신사 간판으론 생존 어렵다"…AI로 활로 모색하는 통신업계
올해 초 통신업계의 가장 큰 이슈는 제4이동통신 출범이었다. 작년 말 할당 취소된 5G 28기가헤르츠(㎓) 대역을 활용하는 동시에 굳어진 통신 3사 체계를 바꿔 경쟁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였다. 스테이지파이브를 중심으로 한 스테이지엑스 컨소시엄이 4301억원에 주파수를 낙찰받았다. 하지만 자본금을 제대로 납입하지 않아 지난 7월 결국 주파수 할당대상법인 취소 통지를 받았다.

정부의 요금 인하 압박도 계속됐다. 2만원대 5G 요금제부터 데이터 구간을 세분화한 요금제 등이 잇달아 나왔다. 총선을 앞두고는 그동안 금지된 번호이동 고객에 대한 ‘전환지원금’이 등장하기도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통신 3사가 판매장려금과 거래 조건 등을 두고 담합했다며 최대 5조5000억원에 이르는 과징금 제재를 추진 중이다. 주무 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는 “담합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올해 방통위는 위원장 탄핵과 상임위원 부재 등으로 업무가 마비된 탓에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AI 기업 꿈꾸는 통신 3사

국내 통신 3사는 AI를 새로운 성장 전략으로 앞세워 체질 개선에 한창이다. SK텔레콤은 AI 인프라, AI 전환, AI 서비스 등을 중심으로 하는 ‘AI 피라미드 전략’을 추진 중이다. 특히 지난해 출시한 AI 비서 ‘에이닷’으로 이용자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아이폰에서 통화녹음과 요약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앞세워 9월 기준 550만 명의 이용자를 확보했다. 최근 조직 개편을 통해 AI 데이터센터(DC) 사업부를 신설하고 그래픽처리장치 서비스(GPUaaS)와 같은 신규 사업에 나설 계획이다.

KT는 올해 대규모 희망퇴직과 자회사 전출을 통해 조직 슬림화에 나섰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파트너십을 맺고 기업용 AI 서비스에 집중하기로 했다. 기존 AI 사업을 담당하던 전략·신사업 부문을 엔터프라이즈 부문으로 통합해 기업 간 거래(B2B) 중심 신사업 육성 체계를 마련했다. 향후 5년간 2조4000억원을 투자해 ‘AI 기간망’을 구축하고 한국형 AI 모델을 내년 상반기 출시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LG유플러스는 AI 서비스에 사활을 걸고 있다. LG그룹이 개발한 대규모언어모델 AI ‘엑사원’을 활용해 자체 AI 모델 ‘익시’를 선보였다. 통화 녹음과 요약이 가능한 AI 에이전트 ‘익시오’도 출시했다. 새로운 최고경영자(CEO)로 임명된 홍범식 사장을 중심으로 AI 서비스 개발에 속도를 낸다는 목표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