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가 송영숙·임주현 모녀가 포함된 ‘4인 연합’ 측에 주식 5%를 넘기고 상호 간 고소·고발을 취하하기로 했다. 올해 1월 OCI와의 통합 반대로 발발한 한미약품그룹 창업주 장·차남과 모녀간 경영권 분쟁 사태가 1년여 만에 종식되는 분위기다.

한미약품 경영권 분쟁 일단락
한미약품그룹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는 고(故) 임성기 회장의 장남인 임종윤 이사가 대주주 송영숙 회장·임주현 부회장·신동국 한양정밀 회장·라데팡스 등 4인 연합 측에 보유 주식 5%를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26일 공시했다. 주식 처분 금액은 주당 3만7000원, 총 1265억원으로 거래일은 내년 1월 27일이다. 주식 거래가 끝나면 오너 일가 모녀 측인 4인 연합 우호지분은 기존 49%에서 54%로 확대된다. 의결권 기준으로는 이사 해임 등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3분의 2 이상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이사회 구도는 4인 연합 측은 5명, 임종윤 이사 측 3명,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 측 2명 등이다.

임종윤 이사와 4인 연합 측은 이날 경영권 분쟁 종식, 그룹의 거버넌스 안정화, 전문경영인 중심의 지속가능한 경영 체제 구축에 대해서도 합의했다. 남은 변수는 임종훈 대표다. 임종훈 대표 스스로 사임하지 않으면 다음달 이사회를 통해 교체될 전망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임종훈 대표가 스스로 사임할 가능성도 있다”며 “임종훈 대표가 물러난 뒤 정기 주주총회까지 약 3개월간 과도기 기간에는 과거 한미사이언스 대표 경험이 있는 송영숙 회장이 ‘임시 최고경영자(CEO)’를 맡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임종훈 대표와 4인 연합 측 간 고소·고발은 향후 대표이사 변경 시 자동 취하될 전망이다.

임종윤 이사와 4인 연합 측은 이날 “이번 합의를 통해 그룹 지배구조를 조속히 안정화하고 오랜 기간 주주가치를 억눌렀던 오버행(잠재적 대량 매도) 이슈도 대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주주님께 드리는 글’을 통해 “이제 모든 갈등과 반목은 접고 다시 뛰겠다”며 “화합과 협력의 정신을 토대로 글로벌 한미를 위한 ‘제2의 창업’ 정신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