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사마저 '중국산' 쓴다는 이유가…" 역대급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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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철강 기싸움에…中 후판 더 밀려드나
7월부터 시작된 가격 협상 난항
조선사 "中 후판 가성비 좋아
비싼값에 한국산 살 이유 없어"
철강사 "가격 낮추면 경영 악화
호황인 조선업계가 양보해야"
中 후판 20% 마지노선 깨질 듯
7월부터 시작된 가격 협상 난항
조선사 "中 후판 가성비 좋아
비싼값에 한국산 살 이유 없어"
철강사 "가격 낮추면 경영 악화
호황인 조선업계가 양보해야"
中 후판 20% 마지노선 깨질 듯
“후판 가격 협상이야 늘 쉽지 않았지만 올해는 ‘역대급’으로 어렵네요.”
국내 굴지 철강기업의 대외협력을 맡고 있는 A부장은 수화기 너머로 하소연부터 쏟아냈다. 선박용 철강인 후판을 공급받는 조선업체들이 철강사 사정을 봐주지 않고 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는 볼멘소리다. 조선사는 “중국산 후판 수입을 늘릴 수 있다”고 으름장까지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산 품질이 올라오면서 선박 발주사인 해운업체들이 ‘중국산 금지’ 조항을 없애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러다 중국산 후판의 국내 시장 점유율 마지노선인 20% 선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세에 몰린 곳은 포스코 등 철강사다. 포스코는 올해 영업이익 1조33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 6조6500억원과 비교하면 단기간에 실적 낙폭이 크다. 현대제철도 마찬가지다. 2021년 2조447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3400억원대에 머물 것으로 추산된다.
철강사에 후판은 다른 철강재에 비해 마진이 높은 상품이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가량이지만, 후판에서라도 수익을 거둬야 이번의 보릿고개를 넘을 수 있다. 게다가 올해 상반기 협상에서 후판 가격을 직전 가격인 t당 90만원대 후반에서 90만대 초반으로 낮췄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조선업계가 과거 불황일 때 철강업계가 양보한 적이 있는 만큼 이번에는 호황인 조선업계가 양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져들면서 조선업계에선 ‘비싼 가격에 국내산을 살 바에는 중국산 비중을 늘리는 게 낫다’는 강경론까지 나오고 있다. 배를 주문하는 해운사가 과거에는 중국산을 쓰지 말라고 요구했지만, 최근에는 품질 격차가 줄어들면서 이를 용인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내 조선사들은 전체 후판 사용량 중 20% 정도를 중국산으로 조달하고 있다.
협상이 해를 넘길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선 후판 가격을 결정할 명확한 계산산식 등의 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선업체 관계자는 “후판 협상에 조선업계와 철강업계가 지나치게 에너지를 쏟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의 고심도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교착을 방치했다간 중국산 후판을 막고 있던 둑이 터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국내 굴지 철강기업의 대외협력을 맡고 있는 A부장은 수화기 너머로 하소연부터 쏟아냈다. 선박용 철강인 후판을 공급받는 조선업체들이 철강사 사정을 봐주지 않고 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는 볼멘소리다. 조선사는 “중국산 후판 수입을 늘릴 수 있다”고 으름장까지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산 품질이 올라오면서 선박 발주사인 해운업체들이 ‘중국산 금지’ 조항을 없애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러다 중국산 후판의 국내 시장 점유율 마지노선인 20% 선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비싼 한국산 쓰느니…”
국내 철강·조선사는 매년 상·하반기에 다음 반기 후판 공급가를 정한다. 하지만 올해 7월 시작된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이 올해가 끝나가도록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양측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철강업과 조선업의 업황이 정반대인 데다 값싼 중국산 후판이 범람하면서 협상판을 뒤흔들고 있다는 분석이다.수세에 몰린 곳은 포스코 등 철강사다. 포스코는 올해 영업이익 1조33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 6조6500억원과 비교하면 단기간에 실적 낙폭이 크다. 현대제철도 마찬가지다. 2021년 2조447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3400억원대에 머물 것으로 추산된다.
철강사에 후판은 다른 철강재에 비해 마진이 높은 상품이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가량이지만, 후판에서라도 수익을 거둬야 이번의 보릿고개를 넘을 수 있다. 게다가 올해 상반기 협상에서 후판 가격을 직전 가격인 t당 90만원대 후반에서 90만대 초반으로 낮췄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조선업계가 과거 불황일 때 철강업계가 양보한 적이 있는 만큼 이번에는 호황인 조선업계가 양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심 깊어지는 정부
조선사들은 ‘시장 논리를 따르겠다’는 기존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t당 70만원대에 국내 시장에 유통되는 중국산의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 3사의 실적이 호전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중국의 1, 2위 조선사가 합병하는 등 K조선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오랜만에 찾아온 슈퍼 사이클을 이어가려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져들면서 조선업계에선 ‘비싼 가격에 국내산을 살 바에는 중국산 비중을 늘리는 게 낫다’는 강경론까지 나오고 있다. 배를 주문하는 해운사가 과거에는 중국산을 쓰지 말라고 요구했지만, 최근에는 품질 격차가 줄어들면서 이를 용인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내 조선사들은 전체 후판 사용량 중 20% 정도를 중국산으로 조달하고 있다.
협상이 해를 넘길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선 후판 가격을 결정할 명확한 계산산식 등의 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선업체 관계자는 “후판 협상에 조선업계와 철강업계가 지나치게 에너지를 쏟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의 고심도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교착을 방치했다간 중국산 후판을 막고 있던 둑이 터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