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불확실성의 시대와 중앙은행의 역할
최근 몇 년간의 금융시장 움직임을 되돌아본다. 2020년 후반부터 코로나19 확산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금융시장 불안과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졌고, 실제 2년 뒤에는 각국에서 인플레이션이 준동하며 미국 등 주요국이 경쟁적으로 정책이자율을 높였다. 다시 2년이 지난 현재, 높아진 이자율은 인플레이션을 잡는 데 한몫했고 이로 인해 실물경제가 주춤하면서 올해 중반부터 인플레이션과 이자율이 내려오기 시작했다.

상승했던 정책이자율이 내려가는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점에서는 금융시장에서 이견이 없다. 그런데 시장이 관심을 갖는 내용은 하락 ‘속도’다. 하락 속도가 생각보다 늦어진다는 것은 금융시장에서 하락이 예상되다가 상승으로 반전하는 것과 똑같은 효과가 발생하는데, 이런 점은 미국시간으로 이달 18일 오후, 한국시간으로 이달 19일 오전에 나타난 금융시장 움직임을 이해하는 데 핵심이다. 더군다나 한국에서는 12월 전반부에 일어난 정치적 변동 와중에 내려진 미국 중앙은행의 결정은 우리나라 외환시장을 비롯해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높였다.

세계의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화 가치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1년에 여덟 번 계획된다. 올해 마지막 FOMC 미팅이 미국시간으로 12월 17일과 18일 열렸으며, 위원회는 미국 정책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내렸다. FOMC 회의에는 19명이 참석하는데, 이 중 12명이 투표에 참여한다. 금리를 내리는 결정에 11명이 찬성하고 1명이 반대 의견을 표시했다.

8번의 FOMC 회의 중에서 각 분기 후반에 열리는 4번을 마치고서는 참석자 19명이 미국 경제의 움직임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경제가 미래에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에 대한 그들의 경제전망요약(SEP)을 발표한다. SEP에는 거시경제의 중요한 실물 변수인 성장률과 실업률, 그리고 명목변수이면서도 중앙은행 목표와 관련된 인플레이션이 포함된다. 중앙은행은 이 변수들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이런 노력의 수단인 정책이자율이 어떤 수준에 있는 것이 적절한지 참석자 의견도 표현된다.

FOMC에 참석하는 19명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정책이자율 수준을 각각의 점으로 표현한 그림이 점도표다. 이 그림에는 올해를 포함한 2~3년 동안 연말 이자율 수준이 표시되며, 꽤 먼 미래의 이자율에 관한 의견도 표명한다. 연초인 3월에 나오는 점도표에서는 당해 연도 연말의 정책이자율 수준에 관한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때부터 연말까지, 6개월 이상 남은 시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반면 12월 열리는 FOMC와 더불어 발표되는 점도표에서 당해 연도의 이견은 상당히 예외적이다. 왜냐하면 연말까지 남은 기간이 10일 정도인데 연말 연휴 분위기를 감안하면 큰 변동성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다. 물론 객관적인 경제의 움직임에 완벽한 의견 일치를 보더라도 주관적으로 어떠한 움직임이 바람직했는지에 관한 해석을 다룰 수 있다. 중앙은행법에 개별 결정 주체의 자율성을 상당히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점도표처럼 참석자 4명이 회의에서 결정된 정책이자율이 적절하지 않다는 의사 표시를 한 경우는 매우 드물다. 12월 점도표에서 당해 연말의 정책이자율은 모두 같은 수준을 가리키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경제에 대한 이들의 의견은 아마도 내년과 후년에 설정할 정책이자율을 (9월에 전망한 수준보다) 더 높게 예상했고, 이런 변화된 전망이 미국 금융시장에서 이자율 상승과 자산시장 하락, 그리고 외환시장에서 강달러와 원화 약세를 불러일으켰다.

11월 28일 우리나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금통위원 2명이 금통위 결정에 동의하지 않았다. 12월 FOMC에서는 참석자 4명이 결정문과 다른 의견을 피력했다. 한국과 미국의 정치적 불확실성과 더불어 경제도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시기에 모든 경제주체가 위기에 대비하는 자세를 아무리 튼튼히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