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 원자재 수입 비용 증가 등으로 가격 압박이 심해지자 유통업계가 그간 취급하지 않던 제품을 발굴하며 가격 낮추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수입 과일 원가 부담이 커지자 기존보다 크기가 작고, 용량이 적은 과실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크기와 용량이 줄어든 대신 판매 가격을 20% 이상 낮춘 체리와 바나나 등이다. 기존에 판매하지 않던 규격의 상품을 도입하고 이를 대량으로 사들여 가격 경쟁력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롯데마트는 칠레산 체리 300g을 7990원에 판매한다. 일반 칠레산 체리(450g)보다 과실 크기는 약 10% 작고, 용량은 33% 적은 체리로 가격은 25% 낮췄다. 필리핀산 바나나(720g)는 일반 상품보다 50% 이상 싼 1990원이다. 기존 바나나 한 송이는 5~7개가 붙어있는데 이 바나나는 한 송이가 3~5개로 구성됐다.

롯데마트는 크기가 작거나 외관의 흠 때문에 상품화가 어려운 B+급을 저렴하게 파는 ‘상생 농산물’도 선보였다. 올해 60여 개 상생 농산물을 판매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고물가 시기에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상생 농산물이 인기를 끌자 ‘작아도 맛있는 수입 과일’ 시리즈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편의점 CU는 이날 개당 290원짜리 캡슐커피인 ‘290 블렌드 캡슐커피’를 선보였다. 10개입 제품 가격이 2900원, g당 단가가 58원으로 커피 프랜차이즈나 다른 유통업체 자체브랜드(PB) 제품보다 가격이 낮다. 아라비카 원두값이 t당 7000달러를 넘어서며 47년 만에 최고가를 기록한 가운데 초저가 상품을 기획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CU는 1년 전부터 파푸아뉴기니 등에서 아라비카 원두를 매입하기 시작했다. 즉석 원두커피 겟커피에 들어가는 콜롬비아·브라질산 원두와 함께 대량 구매해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물량을 확보했다.

CU 관계자는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 자체 마진도 최소화했다”며 “많은 물량을 확보해뒀기 때문에 초기 물량이 소진된 후에도 초저가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라현진 기자 raral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