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에 따른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여야정협의체의 26일 출범이 무산됐다. 더불어민주당이 “내란 수습이 먼저”라며 불참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민생 정책을 논의하자”며 먼저 협의체를 제안한 민주당이 정치적인 이유로 협의체 구성을 미루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당초 이날 국회에서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 우원식 국회의장,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이재명 민주당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여야정협의체 출범 모임이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첫 회의 의제 설정을 위한 실무협의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무산됐다. 강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내란 사태 회복 내지는 극복 과정으로 보고 국정안정협의체 도입이 필요하다고 했다”면서도 “지금은 내란 수습이 먼저”라고 못 박았다.

특히 한 권한대행을 겨냥해 “지금 상황은 오히려 내란 잔당의 준동이 계속되고 있어 내란 극복 차후 과제보다 내란 진압이 먼저”라고 말했다. 사실상 한 권한대행을 ‘내란 잔당’으로 규정하며 직무에서 물러날 때까지 한 테이블에 앉지 않겠다는 의미다. 강 대변인은 “(여야정협의체 출범은) 사실상 어렵다고 봐야 한다”고도 했다.

여야정협의체는 이 대표의 지난 15일 제안을 정부와 국민의힘이 받아들이며 구성하기로 한 모임이다. 당시 이 대표는 추가경정예산안 편성과 국가기간전력망법 처리, 지역화폐법 처리 등을 이유로 협의체 구성을 요구했다. 대통령 직무 정지 이후 민생·경제·외교·안보 등 중요 이슈를 함께 논의해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자는 주장도 담았다.

이에 따라 협의체를 먼저 제안한 민주당이 입장을 뒤집은 데 대한 비판도 나온다. 당초 국민의힘은 이에 부정적인 입장이었지만, 23일 우 의장과 양당 원내대표 회동을 거쳐 이날 출범에 합의했다. 여야정협의체가 무산되며 민주당이 요구한 내년 초 추경 편성 역시 무산될 전망이다.

서지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탄핵 중독 정당다운 모습으로 국정 안정을 위한 대화 의지조차 없음이 확인됐다”며 “대통령 권한대행에 이어 장관들 줄 탄핵으로 언제 ‘무정부’ 상태가 될지 모를 나라에 과연 누가 투자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