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탄핵 정국에 한 달간 미뤄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법안소위가 열렸지만 ‘반도체특별법’ ‘전력망특별법’ 등은 이번에도 통과가 불발됐다. 관련 산업계가 처리를 기다리고 있는 ‘고준위특별법’과 ‘해상풍력특별법’ 등도 자칫 해를 넘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6일 오전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에선 ‘국가기간전력망확충특별법’이 다뤄지는 데 그쳤다. 국민의힘 의원총회와 오후 본회의가 잇따라 열리며 논의가 중단된 데 따른 것이다. 이날 소위는 지난달 26일 이후 한 달 만에 열렸다.

전력망특별법은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 발전에 따른 전력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전력망 구축에 필요한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자는 게 핵심이다. 산업계에서 시급한 현안으로 꼽는 법안이어서 여야 모두 처리에 이견이 없다. 지난 18일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만났을 때도 조속하게 논의해야 할 법안으로 꼽았다. 하지만 22대 국회 들어 이날 처음 법안이 소위 테이블에 오르면서 연내 처리는 사실상 요원해졌다. 쟁점 사항이 해소되려면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반도체산업에 정부가 재정 지원을 하는 내용의 반도체특별법도 이날 소위에 상정됐지만 올해 통과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여야가 반도체산업 보조금 지원엔 어느 정도 공감대를 이뤘지만 연구개발(R&D) 종사자에 한해 주 52시간 이상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예외)’ 조항을 두고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아서다.

국가 주도로 해상풍력발전지구를 지정하고 정부가 인허가 과정을 지원하는 해상풍력특별법,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을 마련하는 내용의 고준위특별법 제정안 등도 안건에 올랐지만 연내 처리는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많다.

산자위 관계자는 “여야 지도부의 의지가 있으면 쉽게 처리될 법안들이지만 정국이 경색돼 본격적인 논의도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