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탄핵소추안 가결로 윤석열 대통령 직무가 정지된 후 미국 외교안보 당국자 및 전문가들이 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잇따라 내고 있다. 정권이 바뀔 경우 한국 민주당의 외교 노선이 한·미·일 안보협력 체계를 흔들고, 중국의 한국 내 영향력을 키울 것을 염려하고 있다는 평가다.

尹 탄핵 후 이재명에 눈돌리는 美…차기 정권 '외교 스탠스' 놓고 우려
미국 의회 공식 싱크탱크인 의회조사국(CRS)은 지난 23일 계엄·탄핵 정국을 맞은 한국 관련 보고서를 내놨다. 보고서는 첫 문장에서 “2024년 12월 한국은 북한과 중국 일본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정책을 포함해 미국 이익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정치적 위기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미국 정책 입안자와 의회는 윤 대통령이 주한미군사령부에 사전 통보 없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게 (한·미) 동맹 공조 상태에 우려를 일으키는지 검토해야 한다”며 윤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 의견을 내놨다.

CRS는 그러면서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유력 후보로 예상되는 이 대표에 대해 “부패 혐의, 공직선거법 위반, 북한에 대한 불법 자금 송금 연루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미 당국자들도 최근 미 관영매체 등에 출연해 이 대표와 민주당에 대한 의견을 잇따라 내고 있다. 미 국무부는 20일 법원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실형을 선고한 것과 관련해 “북한에 대한 유엔의 제재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밝혔다. 이 전 부지사는 경기지사이던 이 대표의 방북 비용을 대납한 혐의를 받았기 때문에, 이 대표의 유엔 대북제재 위반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란 평가다.

미국은 과거 이 대표가 자주국방을 강조하며 “주한미군 철수도 각오해야 한다”는 등의 언급을 한 것에도 주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클 오핸런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20일 VOA에 출연해 “(한국의 차기) 진보 정부가 떠나라고 해서 우리가 군대(주한미군)를 철수하면 (전쟁이 나도)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대표는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외신 인터뷰, 주한 외국 대사와의 회동 등을 통해 안정적 대선 주자인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26일 미즈시마 고이치 주한일본대사를 접견한 자리에서 “일본의 침략이나 대한민국 국민들에 대한 인권 침해에 많은 적대감을 가지고 자랐지만, 일본을 방문하며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