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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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루나' 폭락 사태 주범 권도형 씨가 몬테네그로 정부에 한국 송환을 강력히 요구했다. 권씨 측은 미국보다 경제사범 최고형량이 절반 이상 낮은 한국행을 희망해왔다.

권씨의 현지 변호인 고란 로디치는 25일(현지시간) 몬테네그로 일간지 포베다와 인터뷰에서 "보얀 보조비치 법무장관이 비록 정치인이긴 하지만 이 결정은 정치적이어서는 안 되며 법적인 근거에 기반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고등법원이 법률과 국제 조약에 근거해 권씨를 한국으로 송환해야 한다고 두 차례 결정한 점을 꼬집으며 보조비치 장관에게 정치적 결정이 아닌 합법적 결정을 내려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이 때문에 권씨 측은 그동안 한국행을 희망해왔는데 한국은 경제사범 최고 형량이 40년 정도이지만, 미국은 개별 범죄마다 형을 합산하는 병과주의를 채택하기 때문에 100년 이상의 징역형도 선고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몬테네그로 대법원은 권씨의 한국 송환을 결정한 하급심의 결정을 무효로 하고 결정 권한을 법무장관에게 넘기라고 판결했고, 이에 권씨 측은 부당하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하지만 현지 헌법재판소가 지난 24일 헌법소원을 기각함에 따라 범죄인 인도국 결정은 보조비치 법무장관의 권한이 됐다.

보조비치 장관이 자기 뜻을 밝힌 적은 없지만 그간 소송 경과를 볼 때 헌법소원 기각으로 권씨의 한국행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보조비치 장관의 결정을 앞두고 권씨 측에서 다시 한번 한국행을 주장한 것으로 풀이된다.

로디치 변호사는 지난 1월 이 매체와 인터뷰에서 법률적으로 판단한다면 권씨는 미국이 아닌 한국으로 송환돼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당시 인터뷰에서 "범죄인 인도에 관한 유럽협약, 미국과 체결한 양자 협정, 국제법적 지원에 대한 국내 법률 등 모든 법적 근거에 따르면 권도형은 한국으로 송환돼야 한다고 100% 확신한다"고 밝혔다.

포베다는 "보조비치 장관이 전임자인 안드레이 밀로비치와 마찬가지로 이번 결정을 정치적 관점에서 바라볼지, 아니면 법적인 근거에 따라 판단할지는 앞으로 며칠 내에 드러나 전망"이라고 전했다.

밀로비치 전임 법무장관은 "미국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대외정책 파트너"라고 밝히는 등 국익 관점에서 권씨를 미국으로 보내야 한다고 명확히 주장했지만 지난 7월 경질됐다.

테라폼랩스 공동 창업자인 권씨는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2022년 4월 싱가포르로 출국한 뒤 잠적했다.

권씨는 이후 아랍에미리트(UAE)와 세르비아를 거쳐 몬테네그로로 넘어왔고, 지난해 3월 23일 현지 공항에서 위조 여권이 발각돼 체포됐다.

위조 여권 사용 혐의로 징역 4개월을 선고받은 권씨는 지난 3월 23일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뒤 외국인수용소로 이송됐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