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사모펀드, 올해 中서 상장도 매각도 '0'…"발 묶였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올해 중국에 기반을 둔 포트폴리오 기업들을 매각하거나 상장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중국 당국의 IPO(기업공개) 규제 강화와 중국 경제 둔화로 인해 외국 투자자들의 자금이 중국 내에서 묶여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5일(현지시간) 딜로직 자료를 바탕으로 "중국에서 활동 중인 10대 글로벌 사모펀드 그룹 중 올해 중국 기업을 상장하거나 인수합병(M&A) 거래를 통해 지분을 완전히 매각한 사례가 없다"고 전했다. 이는 10년 만에 처음 발생한 일이다. 이번 자료는 블랙스톤, KKR, CVC, TPG, 워버그 핀커스, 칼라일, 베인캐피털, EQT, 어드벤트 인터내셔널, 아폴로 등 지난 10년간 사모펀드 자금 모금 상위 10개 그룹을 기준으로 집계됐다.

사모펀드 운용사는 통상 기업 인수 후 일반적으로 3~5년 이내에 기업을 매각하거나 상장해 연기금, 보험사 등 기관 투자자들에 수익을 돌려줘야 한다. 그러나 최근 매각의 어려움으로 인해 투자 자금이 묶여 있는 데다 향후 수익도 불확실해졌다는 평가다.

홍콩 사모펀드 카이위안 캐피탈의 브록 실버스 최고경영자(CEO)는 "사모펀드 투자자들 사이에서 중국이 예전만큼 체계적으로 투자 가능한 시장이 아닐 수 있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 둔화와 규제 압력 등으로 인해 중국에서 여러 측면에서 약화된 매각 전략에 직면했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지난 20여년 동안 세계 2위 경제국으로 급속히 성장했다. 이 기간 많은 사모펀드 그룹이 중국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장해왔다. 연기금 등 글로벌 '큰손'들이 중국의 경제 호황에서 수익을 얻고자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면서다. 하지만 10대 그룹의 성적표는 최근 10년 새 초라해지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이들은 중국 시장에 1370억 달러를 투자했지만, 총 매각 금액은 380억 달러에 불과했다. 특히 2022년 이후 이들 그룹의 신규 투자액은 50억 달러로 급감했다.

이는 중국 경제의 전반적인 둔화 외에도 중국 당국의 규제 강화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2021년 디디추싱의 미국 증시 IPO 당시 중국 당국은 해외 상장에 대한 새로운 규제를 도입했고, 이후 중국 기업의 상장 시도 자체가 크게 감소했다. 올해 11월 말 기준 중국 내 IPO는 총 70억 달러로, 지난해 460억 달러에서 크게 줄었다. 지난해 IPO 총액은 이미 2019년 이후 최저 수준이었다.

까다로운 상장 규제로 인해 사모펀드 그룹은 중국 기업 지분을 국내외 기업이나 다른 사모펀드 그룹에 매각하는 등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해외 인수 후보자들은 미국의 대(對)중국 통제 강화 등을 이유로 구매를 꺼리고 있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CEO는 지난달 홍콩 컨퍼런스에서 "투자자들이 중국에 자금을 투입하는 데 있어 관망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자금을 빼내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도 사모펀드 그룹의 매각 속도는 둔화되고 있다. S&P 글로벌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사모펀드의 엑시트(투자금 회수)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26% 감소했다. 이 가운데 중국 내 매각 중단이 특히 두드러진다는 평가다. 대규모 연기금의 한 관계자는 "이론적으로 지금 중국에서 투자 대상을 저렴하게 살 수 있겠지만, 매각하지 못하거나 장기간 보유해야 한다면 어떻게 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