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역사를 바꾼 물고기, 대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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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마크 쿨란스키 지음
박중서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380쪽
2만8000원
마크 쿨란스키 지음
박중서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380쪽
2만8000원
![세계 역사를 바꾼 물고기, 대구 [서평]](https://img.hankyung.com/photo/202412/01.39035495.1.jpg)
이들이 항해한 경로는 정확하게 대서양 대구의 서식 범위와 같았다. 이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었다. 그들은 대구 어족을 발견하고 그걸 잡아서 추운 바람에 말려 대구를 오래 보존했다. 이들이 북대서양과 유럽 일대를 주름잡으며 먼 항해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대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때 요리사로서 일했던 그는 각 장이 끝날 때마다 다양한 국가의 대구 요리법을 소개한다. 이 책은 1997년 미국에서 초판이 출간되자마자 수많은 찬사를 받으며 베스트셀러가 됐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의 감수를 더해 재출간됐다.
다른 생선에 비해 커다랗고 번식이 왕성한 대구는 머리부터 알, 위, 간, 껍질까지 식용으로 사용되기에 유럽인들의 식재료로 인기를 끌었다. 대구를 둘러싼 유럽 국가들의 경쟁이 심해졌고, 대구 어획을 둘러싼 치열한 갈등이 이어졌다.
아메리카 대륙 연안 대서양에서 엄청나게 잡혔던 대구는 결과적으로 노예무역의 활성화에도 한몫했다. 중노동을 견디기 위해서는 단백질과 소금이 필요했다. 소금에 절인 대구는 노예에게 값싸게 먹일 수 있는 양질의 영양 공급원이었다. 영국 식민지였던 미국은 카리브해에 대구를 수출하면서 독립적인 무역지대로 성장했다. 이를 달가워하지 않던 영국이 1700년대에 대구 무역을 제한하는 법을 만든 게 미국 독립전쟁 발발의 원인 중 하나였다.
산업혁명의 발달로 어업 기술이 발달하자 대서양의 대구 개체수는 급감했다. 아이슬란드와 영국은 대구 어업권을 둘러싸고 세 차례에 걸쳐 ‘대구 전쟁’을 벌였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이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을 선포하는 계기가 됐다.
최종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