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 비즈니스는 언뜻 혁신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서비스 스타일, 객실 분위기, 내부 식당, 심지어 향기까지….

공간이라는 하드웨어를 중심으로 꽉 짜여진 체계 속에서 비슷한 상태를 유지할 것만 같다. 그것도 메뉴얼의 나라 일본에서 수십년째 가업으로 운영해온 곳이라면? 자연히 혁신보다는 전통에 방점이 찍힐 것이다.
삼십대 초짜 대표가 다 바꿨다… 日 호텔왕 호시노 성공기 [서평]
신간 <호시노 리조트 스토리>는 오랜 시간 가족 경영으로 운영해온 일본의 리조트가 파격적인 변화를 주며 혁신 회사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호시노 리조트는 일본을 대표하는 고급 리조트 및 호텔을 운영하는 대형 호텔 체인 기업 중 하나로 전세계 호텔업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저자는 호시노 대표 지배인들과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가족경영으로 운영되던 전통 료칸 호시노 리조트를 개혁한 새 대표 호시노 요시하루를 주목한다. 그는 료칸이라는 일본 전통을 유지한 채 조직 구조를 혁신이라는 소프트웨어적 혁신으로 성공을 이끌어 낸다. 책은 요시하루의 어떤 기획과 전략이 그 어렵다는 '전통과 혁신을 조화'를 이끌어냈는지 상세히 보여준다.

내용을 보면 기존의 친인척들은 회사를 사실상 자신들의 이익을 중심으로 운영해왔다. 갓 서른을 넘은 초짜 대표 요시하루는 이런 친척들을 경영에서 배제하는 게 첫 과제였다. 가족들과 척을 지고, 옛 직원들이 떠나가는 과정에서도 요시하루는 소신을 꺾지 않았다. 그는 이내 현장 직원들을 중심으로 새 조직을 만들었고 수많은 시행착오와 변화를 주며 호시노 리조트를 혁신적인 호텔체인으로 성장시켰다.

특히 그는 직원들을 경영의 주체로 내세웠다. 이들이 주어진 일에만 갇히지 않고 훌륭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마케터로서 호텔 운영에 중심적인 역할를 하도록 이끌었다.

요시하루는 '플랫한 조직'을 만들어 과감한 변신을 도모했다. 10명 내외의 유닛 별로 움직이게 했고, 연공서열에 관계없이 원하는 사람이 리더가 될 수 있도록 해서 딱딱한 위계 구조를 약화했다. 위계 구조가 약화된 상태에서 매주 매력회의를 통해 자유롭게 의견을 표출하도록 했다.
누구나 회사를 위한 아이디어를 낼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한 것.

또, 수십년간 성역처럼 여겨온 주방에도 프론트 서비스 직원을 과감히 기용한다. 수직적인 조직인 주방에서도 주방장을 비롯한 요리사들은 당연히 거세게 반발했지만 그는 오직 회사를 위해 단행한다. 리조트 전체가 추구하는 서비스의 핵심을 서비스 담당 직원들이 잘 안다는 취지에서였다.
삼십대 초짜 대표가 다 바꿨다… 日 호텔왕 호시노 성공기 [서평]
일본의 버블 붕괴 시기에 수많은 리조트가 도산했지만, 호시노 리조트는 살아남았고, 오히려 망해가는 호텔을 인수하며 몸집을 불렸다. 매너리즘에 갇히지 않고 변화를 도모하며 내실을 다진 탓에 '진짜 위기' 속 역량을 발휘한 셈이다.

책을 읽다보면 숙박 사업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종합예술'임을 체감하게 된다. 명확한 이익과 성과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프트웨어적 성과는 장기적인 사업의 성공 요인이 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요시하루는 이 숙박업의 본질을 파악했고, 이를 잘 살릴 수 있는 환경을 제시했다. 이처럼 호시노는 지속적인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불가능해 보였던 변화를 만들어낸 것이다.

조직의 매니저나 리더급에 있는 이라면 참고할만한 아이디어들이 많다. 미국 기업이나 스타트업의 이야기였다면 크게 도움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호시노 리조트는 우리와 같은 동아시아 국가 일본의 오래된 기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