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연합뉴스
사진=AP=연합뉴스
일본 시장 2·3위, 글로벌 시장에선 7·8위에 위치한 혼다와 닛산이 합병을 추진하면서 세계 자동차 시장 판도가 흔들리고 있다. 합병이 성사되면 현대차그룹을 뛰어넘는 글로벌 3위 자동차 그룹이 탄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요타·폭스바겐·현대차그룹의 기존 3강 구도가 깨지는 것 아닌지 주목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혼다와 닛산은 최근 합병을 공식화했다. 닛산이 최대주주인 미쓰비시자동차가 합류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3사가 통합되면 현대차그룹을 뛰어넘는 세계 3위 완성차그룹이 탄생한다.

양사는 2026년 8월 지주사를 설립해 도쿄 증시에 상장한다. 두 회사가 신설 지주사의 완전 자회사가 되고 브랜드는 각각 존속하는 형태다. 지주사 사장은 혼다 측에서 맡기로 했다. 미쓰비시의 합류 여부는 내년 1월 말까지 결정하기로 했다.

양사의 합병 기대요인은 △전기차,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관련 공동개발 △부품과 원자재 등 공동 조달을 통한 규모의 경제 효과 △생산기지 상호 이용 등을 통한 생산 효율화 추진 등이 있다.

미베 도시히로 혼다 사장은 "자동차 산업의 지각변동을 전망했을 때 하드웨어보단 지능화와 전동화가 중요하다"며 "양사가 통합하면 모든 영역에서 화학반응이 일어나 시너지가 생각 이상으로 클 것"이라고 말했다.

닛산은 1990년까지 고급세단으로 흥행했으나 1999년 도산 위기와 벤츠와의 합병 무산, 2018년 카를로스 곤 르노 회장 이슈 등 오랫동안 위기를 겪어왔다. 2019년에도 혼다와의 합병이 거론된 적 있으나 무산됐었다.

최근까지도 대만 폭스콘이 르노가 가진 닛산 지분 28%에 대한 인수 가능성이 제기됐고 지난달엔 경영난으로 인해 생산능력 20% 감축과 글로벌 인력 9000명 구조조정을 발표한 바 있다.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모습./사진=한경DB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모습./사진=한경DB
양사의 합병 움직임은 중국 등 세계 시장에서의 판매 급감, 전기차 전환 지연 등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동화에 뒤처진 혼다와 닛산이 경영 통합만으로는 시너지를 내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혼다와 닛산을 합치면 일시적으로 판매가 늘긴 하겠지만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혼다와 닛산의 판매 성적이 좋지 않아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혼다나 닛산은 전동화 준비에 한참 뒤쳐진 데다 자율주행, 커넥티비티 등 합병 목적 중의 하나인 '미래기술 공유'가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혼다와 닛산의 합병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단순 원가절감이나 규모의 경제 효과를 넘어 전기차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모빌리티 분야에 걸친 기술혁신으로 이어져야 장기 생존이 가능하단 얘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두 기업 간에 힘들게 나온 합병으로 보이는데 이해득실을 따져보면 실이 더 많아 보인다"며 "합병 이후 두 기업간 중복 설비, 공장, 인력 등등에 대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예견된다. 기업간 문화적 갈등도 감내해야 할 요소"라고 말했다.

이를 감안하면 현대차그룹의 시장점유율이 올라갈 것이라 단언할 수는 없으나 신차 사이클을 앞두고 있다는 점은 기대 요인이다. 현대차·기아는 2025년 신차 18종 출시가 예상된다. 현대차의 전기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아이오닉9 글로벌 출시를 시작으로 기아 PV5, 소형 SUV 시로스, 픽업트럭 타스만 등을 선보인다.

남주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산술적으로 계산해 혼다(398만대)와 닛산(337만대), 미쓰비시(78만대)로 현대차그룹(730만대)을 제치고 글로벌 3위에 등극할 것이라 보긴 어렵다"며 "이미 신차 부족으로 중국과 미국에서 시장점유율이 고점 대비 3%포인트 이상 감소하고 있어 2025~2026년은 타 완성차 업체들이 시장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