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측부터) 2018년 그룹 트리플H 쇼케이스에 참석한 현아, 현아의 SNS 몸무게 인증. /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현아 인스타그램
(좌측부터) 2018년 그룹 트리플H 쇼케이스에 참석한 현아, 현아의 SNS 몸무게 인증. /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현아 인스타그램
"급격한 다이어트로 거리에서 쓰러져 응급실로 이송돼 수액을 맞으면서도 몸무게가 늘지 걱정했어요. 이후 공황장애까지 겪게 됐죠."

그룹 '씨스타' 출신 가수 소유가 지난 29일 방영된 SBS 스페셜 '바디멘터리 '살'에 관한 고백'에서 연습생 시절 반찬을 하나 집어 먹을 때마다 바를 정(正)자를 한 획씩 그어가며 혹독하게 식사량을 통제했다고 말했다.

그룹 '마마무' 멤버 화사도 같은 방송에서 "흑임자 인절미 하나를 몰래 먹다가 죄책감과 함께 구토가 올라왔다"며 이후 거식증에 우울증까지 왔다고 말했다.

그룹 '시크릿' 출신 가수 전효성은 "체중에 대한 스트레스로 극단적인 다이어트와 폭식을 반복했었다"면서 50kg으로 활동했던 때를 떠올리며 "직업적 도리를 다하지 못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김밥 한 알 먹고 뺐다"

연예계 극단적 다이어트 사례는 이처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5월 MBC 예능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에 출연한 가수 현아는 다이어트를 하면서 자주 실신했다는 매니저의 말에 "마름이 기준이 되면 안 됐는데 몸매로도 주목받다 보니까 강박감이 생겼다"며 "옛날에는 스케줄 다닐 때 김밥 한 알 먹고 다녔다"고 말했다.

2020년 미주신경성 실신 증세로 컴백을 잠정 연기하기도 했던 현아는 극한의 다이어트로 한 달에 열두 번 넘게 쓰러질 만큼 건강이 악화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현아는 당시 방송에서 "몸무게 미달이면 (미주신경성 실신 증세가) 무조건 찾아 온다"며 "대학병원에서 살을 찌우면 안 쓰러진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룹 '(여자)아이들' 우기도 지난 7월 유튜브 채널 '집대성'에 출연해 "소속사에서 몸무게를 프린트해서 사무실에 붙였다"면서 "빨리 떼고 싶어서 그냥 안 먹고 뺐다"며 "토요일마다 몸무게를 쟀는데 그날 항상 체했다"고 말했다.

가수 아이유는 아침으로 사과 1개, 점심으로 고구마 2개, 저녁으로 단백질 음료 1컵을 마신다고 소개했다. 이 밖에도 바나나 1개, 계란 2개, 두유 1개를 먹는 '전효성 다이어트', 아침에는 삶은 고구마 1개, 점심에는 삶은 달걀 3개와 식빵 1조각, 저녁에는 김밥 3개를 먹는 '소유 다이어트' 등 당대 인기 아이돌들의 다이어트 비법은 한번 등장하면 수년 동안 '다이어트 교과서'로 여겨지고 있다.

'아이돌 다이어트' 유행에 청소년 식이장애 환자 증가

(좌측부터) 2022년 4월 팬 미팅 무대 위 유나, 지난 9월 TMA2024 무대 위 닝닝. / 사진=유튜브 캡처
(좌측부터) 2022년 4월 팬 미팅 무대 위 유나, 지난 9월 TMA2024 무대 위 닝닝. / 사진=유튜브 캡처
여자 아이돌들의 급격한 다이어트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유튜브에 '점점 말라가는 뼈말라 다이어트한 에스파 닝닝'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된 영상에는 "저렇게 야위어가는데 살 빠지는 타이밍이랑 리즈 찍었다고 난리 난 여론이 겹치니 어떻게 포기를 하겠냐?", "더 뺄까 봐 더 이상 마르니까 더 예쁘다는 말 못 하겠다"는 등 대부분 우려의 댓글이 이어졌다.

유튜브에 '너무 말라서 갈비뼈 보이는 유나'라는 제목으로 게재된 영상에도 "소속사에서 꼭 건강 확인해 줘라", "살면서 본 사람 중 가장 앙상한데 어디 아픈 거 아니냐"며 걱정이 이어졌다.

아이돌들의 혹독한 다이어트는 아이돌 자신의 건강을 해치는 것은 물론이고 일반 청소년들이 그릇된 미의 기준을 추구하게끔 하거나 지나치게 마른 몸매를 동경하도록 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지난 9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인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식이장애 환자 중 10대 환자 비중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최근 4년간 식이장애 환자는 7647명에서 9634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 그중 10대 환자 비중은 △2020년 8.3%, △2021년 9.4%, △2022년 11.5%, △2023년 11.7%로 매년 증가했다. 10대 식이장애 환자 10명 중 8명은 여성이었다.

건강한 다이어트란

최근에는 극단적인 다이어트가 건강을 해칠뿐더러 실제 체중감량 효과도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다. 저마다 맞는 다이어트 방법이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11월 발표된 '비만 표현형에 따른 비만 치료의 기능의학적 접근' 논문에 따르면, 동일한 식단과 운동을 해도 살이 빠지는 사람이 있는 반면 오히려 더 살이 찌는 사람이 있다. 사람마다 비만 유형이 제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해당 논문 저자인 김범택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가정의학과 교수는 "모든 환자에서 일괄적으로 열량 부족만을 유도하는 기존의 체중 감량 전략은 임상적으로 실패했다"며 "각 환자의 병태생리에 맞추어 최적의 치료 방법을 찾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경곤 가천대 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어떤 다이어트가 가장 적절하다고는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다"며 "사람마다 건강 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전문가와 상의를 통해 자신에게 맞는 다이어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예컨대 당뇨가 있는 경우나 심혈관 질환이 있는 사람은 저혈당이 오거나 콜레스테롤이 급격하게 올라갈 수 있어 '저탄고지(저탄수화물·고지방)' 다이어트가 좋지 않다"며 "연세가 많은 분은 급격한 다이어트를 할 경우 체중 감소가 근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서 식단에서 단백질 섭취가 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이어트를 할 때 지방을 극단적으로 제한하면 면역체계에 이상이 생기고 집중력이 떨어지고 신진대사가 낮아져 쉽게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올리브 오일, 등푸른생선, 견과류 등에 함유된 ‘불포화지방산’은 건강에 좋은 지방으로 LDL콜레스테롤을 감소시켜 심장질환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또한 좋은 지방은 적당량 섭취할 경우, 위에서 소화·흡수되는 속도를 늦춰 포만감을 오래 지속시켜 과식을 예방하며, 식후 급격한 혈당 수치 상승을 막아 체지방 축적을 막는 효과가 있다"고 부연했다.

이민형 한경닷컴 기자 mean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