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2 스틸. /넷플릭스
오징어게임2 스틸. /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 시즌2 공개 후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업계 관계자들의 시선 역시 우려와 기대감이 교차하고 있다.

26일 '오징어게임2'가 전 세계에 공개됐다. '오징어게임'은 456명의 참가자가 456억원의 상금을 두고 목숨을 건 대결을 펼친다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 2021년 공개된 시즌1은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키며 역대 넷플릭스 흥행 신기록을 기록했다. '오징어게임2'는 이전까지 한국 콘텐츠가 보여주지 못한 역대급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글로벌 흥행 콘텐츠로 위상을 떨쳤다. 하지만 기대가 컸기 때문일까.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오징어게임2'는 시즌1 엔딩이었던, 게임 우승자 성기훈(이정재 분)이 복수를 다짐하며 비행기에서 내리는 것에서 시작한다. 자신이 얻은 상금 456억원이 "함께 경기를 펼친 사람들의 목숨값"이라는 성기훈이 경제적 실패로 코너에 몰린 사람들을 유린하고, 우습게 여기는 게임 설계자 '프론트맨(이병헌 분)을 상대로 치열한 대결을 펼쳐 나간다는 게 시즌2의 주요 줄거리다.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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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이 역대급 흥행을 기록하면서 시즌3와 함께 제작된 '오징어게임2'는 제작비 1000억원 이상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시즌1에서는 카메오 정도였던 공유, 이병헌, 위하준의 역할이 더욱 커지고 새롭게 합류한 배우들의 면모도 더욱 화려해졌다. 시나리오를 직접 쓰고 연출까지 맡았던 황동혁 감독이 "다른 곳에 가면 주인공 하는 배우들이 이곳에서 대기하게 하는 게 미안했다"고 했을 정도다.

그렇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오징어게임2'의 비극은 여기서 시작되는 거 같다"면서 유명 배우들이 많이 나오면서 그들의 분량을 챙겨주다보니 정작 극의 중심이 돼야 하는 성기훈과 이병헌의 갈등 보다는 주변인들의 서사가 오직 '대사'로만 전달되면서 지루함을 자아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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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나도 주인공, 느슨해지는 갈등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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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게임2'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배우는 전작에 등장했던 이정재, 이병헌, 위하준, 이서환 외에 임시완, 강하늘, 박규영, 이진욱, 박성훈, 양동근, 강애심, 조유리 등 총 12명이었다. 그리고 시즌2에서는 이들의 전사가 모두 그려진다. 시즌1에는 성기훈의 이야기에만 집중하고, 게임이 펼쳐지면서 자연스럽게 그들의 사연이 공개됐다면 시즌2에서는 3회에 돼서야 게임이 시작될 정도로 전사를 쌓는 데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이러한 전개에 국내뿐 아니라 외신에서도 "늘어진다"는 반응을 보였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오징어 게임'이 빨간불을 켰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고 "더 스타일리시한 살육을 보여 주지만 이야기는 정체되어 있다"고 비평했다. 할리우드 리포트 역시 게임의 본질이나 새로운 통찰력이 아닌, 캐릭터의 서사 늘여놓기로 이야기를 채운 것을 꼬집으며 "넷플릭스의 한국 히트작이 날카로움을 잃었다"고 했다. USA투데이 역시 '오징어 게임 2'가 여전히 폭력적이지만 충격적이라기보다는 실망스러운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그렇지만 시즌3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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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게임'은 본래 국내에서보다 해외에서 더 호평받으면서 화제가 됐던 작품이었다. 이 때문에 국내 관계자들은 '오징어게임2'가 처음 공개됐을 때 "아리까리하다"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국내 시청자들에게는 미흡해 보일지라도 해외 시청자들이 어떻게 평가할지 가늠할 수 없다는 것.

하지만 미국의 영화·드라마 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시즌1보다 못한 성적이 나오자 충격과 걱정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국내 최대 자본이 투입된 콘텐츠가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지 못할 경우, 후폭풍이 연쇄적으로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오징어게임' 성공 이후 한국 드라마의 르네상스 시대가 열렸다고 할 정도로 다양한 작품들이 등장했다. 배우들의 몸값도 천정부지로 상승했고, 이를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제작 투자도 활발했다. 하지만 몇 년 만에 거품이 꺼지면서 1년 제작 편수는 3분의 1수준으로 감소했다.

더욱이 최근엔 제작비 인상 등으로 드라마 제작 편수는 "쪼그라들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올해 SBS에서는 금토드라마만 방영했고, 평일 미니시리즈는 단 한 편도 제작하지 않았다. MBC 역시 올해 일일드라마를 부활했지만, 금토드라마만 메인으로 내세우고 있다. KBS도 평일 미니시리즈는 간헐적으로 편성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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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런 만큼 '오징어게임2'의 성공만 바라던 관계자들이 적지 않았다. 한 제작사 대표는 "재미가 있는지, 없는지는 궁금하지 않다"며 "무조건 잘돼야 한다"고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또 다른 제작사 관계자는 "이 일을 하면서 '오징어게임2'와 얽혀 있지 않은 사람이 어딨겠냐"며 "출연 배우, 스태프 모두 관련돼 있는데, 내 작품이 잘되려면 그 사람들이 '오징어게임2'로 먼저 잘 돼야 한다"고 귀띔했다.

한 제작사 임원은 "시즌2는 시즌3의 징검다리 역할이라고 들었다"며 "시즌3가 더 재밌다는 반응들이 많은데, 이런 상황이면 빨리 시즌3를 공개해서 분위기를 반전시켰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