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칼럼] 미국증시는 버블의 마지막 국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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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칼럼] 미국증시는 버블의 마지막 국면에
[마켓칼럼] 미국증시는 버블의 마지막 국면에
임태섭 경영학 박사·성균관대 GSB MBA과정 교수

시장의 과도한 실망감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발표된 연준의 경기와 금리 전망은 주식과 채권시장에 상당한 충격을 주었다. FOMC 위원들의 금리점도표와 경기전망은 인플레이션의 하락 추세가 지금까지의 예상보다 휠씬 더딘 것으로 분석했다. 따라서 단기금리도 상당기간 높은 수준에서 유지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FOMC위원들이 생각하는 '적절한 통화신용정책'하에서 전년대비 2%대 후반에 묶여있는 근원 인플레이션 지표(근원 개인소비지출 물가상승률, PCE)는 2027년 말에나 연준 목표인 2%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FOMC 위원들은 인플레이션이 연준 목표에 도달하는 시점에 정책금리 수준은 3%~3.25%로 예상하고 있어 현재의 정책금리 수준에서 불과 1.25% 포인트 정도 낮은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금리점도표에 의하면 FOMC위원들은 2025년과 2026년의 정책금리 수준이 지난 9월에 예상했던 것보다 0.5% 포인트씩 높은 수준이 적절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고 2027년에는 대략 0.25% 포인트 수준 더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

고용에 방점을 찍은 연준

금리점도표에 나타난 FOMC 위원들의 정책금리 인하 폭 축소 예상은 주식과 채권시장에 상당한 충격을 주었다. 그러나 필자는 금리인하 폭 축소에 대한 시장의 즉각적 반응보다는 금리점도표와 경기전망에서 드러난 연준의 속마음에 주목하고자 한다. 이번 금리점도표와 경기전망에서 FOMC 위원들은 고용시장이 더 이상 약화되는 것을 방어할 수 있다면 인플레이션은 더 이상 크게 신경 쓰지 않겠다는 속마음을 드러냈다. 지난 6월 FOMC 회의 후 발표된 전망과 비교해보면 위원들은 늦여름의 실업률 상승과 고용시장의 일시적 악화를 겪으면서 실업률이 더 이상 상승하는 것을 방어할 수 있다면 실질 성장률이 조금 더 높아지고 인플레이션 하락세가 조금 더 더디어져도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릴 용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하면 앞으로 연준의 정책기조는 고용시장을 방어하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금리정책은 인플레이션보다는 고용시장을 방어하기 위한 수단이 된 것이다. 이런 연준의 정책기조는 위험자산의 밸류에이션이 조금 더 높아질 수 있으며 금리수준도 조금 높게 유지될 것임을 의미한다.

지난 6월 발표된 금리점도표와 경기전망은 정책금리는 올해 말 5~5.25%, 2025년말 4~4.25%, 그리고 2026년말까지 3~3.25%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였다. 같은 기간 실질 GDP 성장률은 2024년 2.1%, 2025년 2%, 2026년 2% 그리고 근원 인플레이션은 2024년 2.8%, 2025년 2.3%, 2026년 2.0%로 각각 예상했다. 그런데 불과 6개월후 실질 성장률 예상치는 상향 조정되었고 인플레이션 하락세는 더욱 더딘 것으로 조정되었으나 연준은 정책금리를 그동안 세번이나 연이어 인하했다.

6월 이후 FOMC 위원들의 속마음을 뒤흔든 요소는 바로 실업률이다. 지난 6월 전망에 따르면 위원들은 실업률이 올해 말 4.0% 수준에서 안정되고 2025년에는 조금 높아져 연말까지 4.2%로 상승할 것이나 2026년 다시 4.1%로 하락 안정될 것으로 예상하였다. 하지만 6월 이후 실업률은 위원들의 예상과 달라 급등하여 7월에 4.3%를 찍은 후 현재 4.2%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위원들의 실업률 예상치도 올해 말 4.3%로 상향 조정되었으며 2027년까지 '적절한 통화신용정책'을 통하여 그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높아도 버블이 커져도

연준의 정책기조가 고용시장으로 확실히 옮겨가면서 미국의 성장률은 조금 더 높아지고 따라서 금리도 조금 더 높은 수준에서 유지될 것이다. 트럼프 정권의 관세와 감세정책은 실물경제에는 내수 위주의 성장과 기업실적 성장세를, 금융시장에는 조금 더 높은 인플레이션과 금리수준을 의미한다. 이런 거시경제 기조는 이미 너무 높아진 미국시장의 밸류에이션이 조금 더 높아질 수 있는 바탕이 될 것이다.

미국경제의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세, 높은 금리수준, 기업실적 성장세는 전세계 금융자본의 급격한 쏠림 현상을 초래했다. 미국 증시는 이미 높은 밸류에이션이 점점 더 높아지는 버블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미국 주식시장의 높은 밸류에이션은 미국 기업들의 강력한 실적 성장세와 정보기술(IT) 부문에서의 혁신에 기인하기 때문에 정당화되다는 데에 동의하고 있다.

필자도 이런 시장의 근본적인 차이에 동의한다. 최근 몇 년 지지부진한 우리 경제와 기업실적, 코스피 밸류에이션과 비교하면 미국의 우월성은 충분히 정당화되며 국내투자자들이 너도나도 미국시장으로 향하는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 최근의 국내 정치적 혼란과 불확실성도 이런 자본 이탈 현상을 크게 부추기고 있다. 하지만 버블의 정의는 좋은 아이디어가 너무 지나치게 평가되기 때문에 발생한다는 것이다. 미국경제 예외주의 역시 과도하다고 밖에는 보여지지 않는다. 미국시장의 시가총액은 미국경제가 전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27% 수준을 휠씬 초과하고 있고 미국 국내총생산(GDP) 대비도 200%를 초과하여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미 주식 시가총액, GDP의 200% 초과. /US FED, GTL-Advisors 제공.
미 주식 시가총액, GDP의 200% 초과. /US FED, GTL-Advisors 제공.

미국 시장의 질주가 지금까지 보지 못한 수준으로 계속되고 있음에도 버블이 터질 것으로 경고하고 있는 주요 투자은행은 현재 없다. 거의 모든 주요 투자은행들은 2025년에도 미국 시장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올해 미국 주식시장 상승세는 대부분 밸류에이션 배수의 상승에의해 견인됐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기업실적의 상승세는 예상을 크게 초과하지 않았으나 지나친 낙관론이 지배하고 자본의 쏠림 현상이 가속되면서 밸류에이션 배수가 크게 증가한 것이다.

강세론자들은 미국 기업들의 실적 성장세가 탄탄하고 가계부채가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어 고용과 소비의 선순환이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미국 기업들의 실적을 분석해보면 거대 IT기업들의 초과이익을 제외하면 기타 기업들의 실적 성장세는 그리 높지 않고 높은 GDP 성장률은 정부의 엄청난 재정지출이 바탕이 되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특히 미국정부의 재정적자는 결국 성장률을 갉아먹고 기업의 실적성장세를 둔화시킬 것이다. 미국정부의 재정지출은 불과 5년전만해도 GDP를 1달러 증가시키는데 50센트 정도가 필요했던 반면 지금은 2달러가 필요한 정도로 효율성이 급락하였다. 2000년대 초반 중국의 투자증가율을 연상시킨다. 중국정부의 부동산과 인프라를 비롯한 투자에 대힌 전략적 자본 투입은 투자의 비효율성을 초래하였고 결국 부동산 버블과 과잉설비로 이어지며 성장률이 하락하고 소비가 위축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달러라는 기축통화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은 인플레이션만 급등하지 않는다면 정부는 경기부양을 통한 완전고용을 실현하기 위해 얼마든지 화폐를 발행해도 된다는 믿음이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암암리에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과연 이런 믿음이 내년에도 지속될 수 있을까?

“Between Debt and The Devil”

현재 미국 국가채무가 늘어나는 속도를 보고있으면 전 영국 금융감독기구 위원장이었던 아데어 터너가 쓴 <부채의 늪과 악마의 유혹 사이에서(Between Debt and The Devil)>라는 책이 생각난다. 이 책에서 터너 위원장은 정부와 민간의 신용 창출을 통한 수요 증대의 일견 불가피성과 지나친 부채 의존에 대한 위험성을 동시에 경고하면서 균형적 성장을 강조하고 있다. 과연 현재 미국의 성장세가 이런 부채의 미세한 균형을 맞추면서 이루어지고 있을까? 필자의 의견은 명확히 부정적이다.

미국 대선 이후 시장금리의 전반적 상승과 달러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 장기금리가 오르고 수익률 곡선이 가팔라졌다. 시장은 연준의 금리인하 전망을 대폭 하향 조정하였으며 더욱 커질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특히 기간 프리미엄(Term Premium)이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기간 프리미엄은 단순화하면 10년 만기 국채 금리와 1년 만기 국채를 매년 재투자해서 10년을 보유할 때의 수익률과의 차이를 나타내는데 성장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해질수록 커지는 경향이 있다. 기간 프리미엄의 상승은 채권발행 물량이 증가하면서 미국 재정적자 규모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커지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국가채무가 엄청난 속도로 증가하는데 시장이 반응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해석된다.

또한 단기적으로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것은 지난 2년 동안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1년 미만의 단기채권을 집중적으로 발행하여 연준의 양적긴축에도 시장의 장기금리가 오르지 않도록 하였다는 점이다. 트럼프 2기가 시작되면 새로운 재무장관은 이러한 국채 발행 기간구조의 불균형을 해소하려 할 것이다. 이러한 시나리오가 실제 발행할 가능성은 상당히 높아 보인다. 80년대 카터 정권이 레이건 정권으로 이양되면서 레이건 정권은 전 정권 탓으로 돌리며 기간구조의 불균형을 집권초기 적극 해소하기도 하였던 것이다. 이런 시나리오가 실제로 벌어진다면 장기 국채 발행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장기금리가 다시 5%에 접근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미 10년물은 4.6%에 접근하고 있다. 결국 버블은 붕괴될 것이다. 필자는 투자자들에게 내년 투자원칙으로 변동성 확대에 대비할 것을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