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칼럼]얼어붙은 소비와 '트라이렘마'…환율 1500원 열어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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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칼럼]얼어붙은 소비와 '트라이렘마'…환율 1500원 열어둬야
[마켓칼럼]얼어붙은 소비와 '트라이렘마'…환율 1500원 열어둬야
소재용 신한은행 S&T센터 리서치센터장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불안한 정국이 한고비를 넘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여·야간 정쟁으로 총리 탄핵과 헌법재판관 임명 보류 등으로 불똥이 튀면서 한 치 앞을 내다보기가 여전히 쉽지 않은 형국이다. 그 사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은 캐나다에 대한 관세 부과와 파나마 운영권 반환을 요구하는 등 자국 우선주의 색깔을 분명히 하고 있다.

떨어지는 원화 가치…韓 GDP 하향 조정

금리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연준의 입장이 드러나며 달러가 좀처럼 내려갈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안팎으로 정치·정책 리스크에 휘둘리며 원화 환율이 야금야금 오르더니 어느새 1470원마저 상향 돌파하고 있다. 비록 달러 강세가 전 세계적으로 진행된 측면도 있지만, 원화 가치가 지난 한 달간 5% 넘게 절하되며 주요 통화 중 가장 빠르게 떨어졌다는 점에서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에 의한 디스카운트 요인이 적지 않게 반영된 듯하다.

물론 정치적 불확실성이 통상 일회적이고 단기간에 그친다는 점에서 내년 전체 국내 금융시장을 지배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취임과 맞물려 관세 인상과 각종 보조금 축소가 예고되는 등 수출환경이 그리 만만치 않아 보이는 가운데, 국내 정치적 리스크가 불거지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경제와 금융시장에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1월 100.7로 점진적인 회복세를 이어가던 소비심리(CSI)는 계엄 사태 이후 12월에는 88.4로 급락하였다.

여기에 12월 97.3였던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 역시 탄핵 정국의 파고를 이기지 못하고 1월에는 84.6으로 크게 밀렸다. 이처럼 소비자와 기업의 체감경기가 급랭함에 따라 다른 나라에 비해 국내 경제가 당분간 부진한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적지 않아졌다. 이로 인해 지난 11월까지만 해도 2.0%를 가까스로 지켰던 내년도 한국 GDP 컨센서스는 12월 들어 1.8%로 빠르게 하향 조정되고 있다.

"환율 1500원선, 불가능하지 않다"

이미 탄핵 정국으로 들어간 이상 시간과의 싸움과 인내심은 불가피한 부분이다. 신속한 처리도 물론 중요하지만 경제 안정을 위한 협조와 배려도 속도 못지않게 필요한 시점이다. 어쩔 수 없는 정부 정책의 공백기를 정치권과 중앙은행이 잘 메워 줘야만 원화 자산에 대한 디스카운트가 더 확대되지 않게 될 것이다.

심리적인 불안감이 지배할 때, 미래의 기대 가치가 떨어지며 현재의 가격을 끌어내리는 자산 시장의 속성상 원화 환율의 상승은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 심리 안정에 달려 있다. 만일 정치권의 타협이 원활치 않다면 결국 중앙은행이 더 큰 짐을 지고 가야만 할 것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내년 통화신용정책 운용방안에서 경기의 하방 리스크를 감안한 선제적 금리인하를 시사하고 있다. 한은의 분석에 따르면 2024~2026년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2.0%로 추정하고 있어 내년 한국 경제가 1%대로 떨어진다면 연준보다 조금 더 적극적인 통화 완화를 주문해 볼 수도 있다.

[마켓칼럼]얼어붙은 소비와 '트라이렘마'…환율 1500원 열어둬야
문제는 안정적인 환율, 독자적인 통화정책, 자유로운 자본이동 3가지를 모두 달성할 수 없다는 ‘트라이렘마(Trilemma)’로 인해 강제적인 자본 통제가 아닌 한, 적극적인 통화 완화는 자칫 금리차로 인해 자국 통화의 평가절하 압력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즉 한은의 금리인하가 정치 불안으로 인한 변동성을 줄이는 차선의 선택이 될 수 있겠지만, 그 자체만으로 환율의 방향을 꺾을 수 있는 최선의 재료는 아니라는 뜻이 된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 취임, FOMC 및 금통위가 예정되어 있는 1월 달력을 보고 있으면 1500원도 절대 불가능한 선이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