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의 한 화장품 매장./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의 한 화장품 매장./사진=연합뉴스
연말 탄핵 정국 속 소비심리가 크게 악화하면서 새해에도 소비재주들이 좀처럼 힘을 받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벌어진 비극적 참사도 내수경기를 악화할 변수로 떠올랐다. 내수 침체가 장기화할 전망인 만큼, 수출 중심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에 선별 투자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무엇보다 정치 불안 등 증시 전반을 짓누르는 악재가 해소되고 소비재 업종에 대한 투자심리가 개선돼야 주가가 반등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내수 침체 이어져…화장품주, 수출 전략 대응"

소비재 중 대표 수출주로 꼽히는 K뷰티는 북미 시장 경쟁 심화 속 관련 활약상에 주목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조소정 키움증권 연구원은 30일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화장품 업체들은 내년에도 수출 중심의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다만 주가가 반등하려면 약화된 투심이 개선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된 탓에 내년에도 내수가 회복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화장품 업체들은 수출 중심의 성장 전략을 가져갈 것으로 조 연구원은 판단했다.

조소정 키움증권 연구원./사진=키움증권
조소정 키움증권 연구원./사진=키움증권
국내 브랜드사들은 이미 미국 아마존 채널에 진출한 상황이다. 아모레퍼시픽의 코스알엑스·라네즈·이니스프리, LG생활건강의 빌리프(Belif)·TFS 등은 현지 '얼타'와 '세포라'에서 판매 중이다. 중소형사는 점진적으로 오프라인 채널을 확대하고 있는데, 마녀공장은 코스트코와 얼타에 입점했고 클리오의 구달은 내년부터 '타겟'에 입점할 예정이다.

조 연구원은 "현재 국내와 미국의 스킨케어 트렌드는 유사한 편"이라며 "둘 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와 (약국화장품으로 불리는) 더마코스메틱(기능성 화장품)이 유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비자의 수요(니즈)가 유사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색조 대비 시장 공략이 용이할 것"이라며 "다만 브랜드 간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만큼, 업체별로 채널·마케팅 전략에 따라 차별화된 주가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북미 시장 내 경쟁사 수가 늘어나고 있는 게 경쟁 심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조 연구원은 짚었다. 그는 "브랜드 성공에 있어 채널·마케팅 전략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기 때문에 비브랜드 업태를 더 선호한다"며 "화장품 유통업체나 제조자개발생산(ODM) 업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화장품 ODM 업체들의 경우 국내 법인 중심의 성장세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조 연구원은 "수출을 성장 동력으로 삼는 브랜드사들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ODM 업체들의 국내 법인들이 중소형 브랜드사의 생산과 연구개발(R&D)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조 연구원은 화장품주 가운데 실리콘투를 최선호주로 꼽았다. 그는 "ODM보다 유통업체가 영업 레버리지 효과를 내기 더 좋다"며 "ODM 업체는 수익성을 위해 소품종 대량생산, 성장성을 위해 다품종 소량생산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줄다리기 때문에 영업이익률(OPM)이 (10%대 중반의) '미드틴' 정도가 한계"라며 "하지만 유통업체는 20% 이상까지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섬유의복 업황 개선 불투명…보수적 접근 필요"

사진=한국경제신문 DB
사진=한국경제신문 DB
섬유의복 업종은 내년에도 보수적 관점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조 연구원은 강조했다. 그는 "내년 섬유의복 업황이 개선되기 위해선 내수가 반등해야 한다"며 "그 시점은 아직 불투명하기 때문에 수출을 잘 할 수 있는 업체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이어 "경기 부진에도 불구하고 성장을 보이는 중국 스포츠 의류 시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중국 스포츠 의류 시장은 정부의 스포츠 산업 육성 정책, 안정적 소득 기반을 가진 '바링허우·주링허우'(1980·1990년대 출생 세대)의 스포츠 취미 수요 증가 덕에 양호한 성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선호주는 F&F로, 브랜드 디스커버리를 통해 중국 스포츠·아웃도어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라며 "올해 4분기부터 상하이 시내에서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하고, 내년 말까지 매장 100개 출점 예정으로, 향후 성장세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백화점, 성장 정체…면세점, 수익성 저하 우려"

유통 채널 중 백화점 업종의 내년 매출 증가율은 한 자릿수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해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경닷컴과 인터뷰에서 "명품 매출 비중 감소가 볼륨을 다소 하락시킬 수 있다"며 "하지만 최근 대세인 인디브랜드의 패션·뷰티 입점은 매출 반등을 견인할 요소"라고 짚었다.

사진=이해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
사진=이해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
이어 "인디브랜드 매출 증가에 따라 백화점 평균판매단가(ASP)는 다소 하락할 것"이라며 "그럼에도 국내 유통 채널 중 가장 높은 12만원대를 지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내년 대형 유통사의 대형 매장 신규 출점 계획은 1개(더현대 청주)에 그치고, 기존 상위권 매장에 매출이 집중될 것"이라며 "대형 유통사(신세계·이마트·현대·롯데) 모두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하면서 인건비·임대료 등 판관비 감축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면세점의 내년 매출 증가율은 낮은 기저효과에 힘입어 두 자릿수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임차료 등 비용 증가로 인해 수익성이 저하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연구원은 "면세업은 다소 보수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강달러가 지속되면서 가격 경쟁력 하락, 면세의 고마진·고단가 상품인 고가 화장품의 부진 지속, 방한 여행객 수 대비 면세점 방문객수는 여전히 느리게 회복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과거 외국인 연간 고객 수 2000만명을 되찾으려면 일정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다만 내국인 고객 수는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국내외 공항(싱가포르·홍콩·마카오 등)은 객수와 연동해 임차료가 증가하는 구조"라며 "공항 노출도 높은 기업(신라·신세계·롯데)는 매출이 임차료를 상쇄하는 구간 전까지 수익성 악화에 직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