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종류 너무 많은 ETF, 어디에 어떻게 투자해야 할까
상장지수펀드(ETF)의 시대다. 1990년대 미국에서 등장한 ETF는 거래소에 상장해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는 펀드를 말한다. 펀드 매니저가 운용하는 뮤추얼 펀드보다 수수료가 낮고, 환매를 기다릴 필요 없이 실시간으로 매매할 수 있다. 해외주식, 테마주식, 인버스, 채권, 금, 원유, 비트코인 등 어떤 자산이든 ETF로 투자할 수 있어 투자의 문턱을 대폭 낮췄다.

은 ETF를 아직 잘 모르는 사람을 위한 책이다. ETF 구성 원리부터 종류, 세금과 수수료, 구체적인 투자 섹터, 포트폴리오 구성 방법 등을 친절히 알려준다. 저자인 신성호는 펀드매니저 출신이다. 지금은 한국경제신문에서 KEDI 지수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KEDI 지수 추종 ETF의 순자산 규모는 최근 3조원을 넘었다.

요즘 주식시장은 ‘테마’에 큰 영향을 받는다. 얼마 전까진 인공지능(AI) 반도체가 뜨거운 테마였다.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만드는 엔비디아가 ‘대장주’ 역할을 했는데 고대역폭메모리(HBM) 제조사인 SK하이닉스, 반도체 장비사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를 파는 케이던스, AI 서버 구축을 돕는 오라클 등이 다 같이 올랐다. 이럴 때 AI 반도체 관련주에 한 번에 투자할 수 있는 테마 ETF가 제격이다. ETF를 활용하면 원자력, 비만치료제, 로보틱스, 방위 사업 등 다양한 테마에 쉽게 투자할 수 있다. 서로 다른 분야 기업인 테슬라와 엔비디아에 동시에 투자하는 ETF도 있다.

요즘 인기가 많은 커버드콜 ETF도 다룬다. 커버드콜 ETF는 기초자산을 매수하면서 콜옵션을 매도해 일정 수익을 꾸준히 내도록 설계됐다. 시장이 뚜렷이 상승하거나 하락할 때보다 횡보장일 때 투자 매력이 높은 상품이다.

ETF 투자를 잘하는 사람은 다양한 종류의 ETF를 자유자재로 활용한다. 레고 블록을 조립하듯 ETF로 자기 성향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한다. 책은 투자자 성향과 투자 목적에 맞게 여러 포트폴리오를 예시로 제시해 초보자도 쉽게 따라 할 수 있게 했다.

입문서인 까닭에 모든 내용을 다루지는 않는다. 매수만큼 중요한 것이 매도다. 책은 ETF를 언제 매도할지,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말해주지 않는다. ETF는 개별 기업처럼 가치 평가(밸류에이션)가 어렵다. 자칫 고평가된 ETF를 고점에서 매수할 위험이 있다. 이런 부분도 책에서 찾아볼 수 없다.

미국에선 헤지펀드도 ETF에 투자한다. 바꿔 말하면 개인투자자도 이제 ETF를 통해 헤지펀드처럼 투자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는 뜻이다. 이 책은 그 첫걸음을 열어주는 책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