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하듯 강렬했던 여정 끝…'환희의 송가' 울려퍼졌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한경arte필 베토벤 '합창'
1악장부터 각 파트 템포 올리고
2·3악장 아슬아슬 화음 쌓아
클라이맥스서 긴장감 조성
4중창·합창·오케스트라 함께
강한 에너지로 관객석 압도
1악장부터 각 파트 템포 올리고
2·3악장 아슬아슬 화음 쌓아
클라이맥스서 긴장감 조성
4중창·합창·오케스트라 함께
강한 에너지로 관객석 압도

한경 아르떼필하모닉이 지난 26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연말을 맞아 준비한 베토벤 9번 교향곡 연주에서 지휘봉을 잡은 이는 홍석원이었다. 그는 국내 지휘자로는 드물게 오케스트라, 합창 등 경계를 넘나들며 레퍼토리를 늘려가고 있다.

후반부의 베토벤 9번 교향곡 연주에서 오케스트라는 1악장의 연주부터 섬세함보다 선명함을 내세웠다. 본디 탄생의 순간을 노래하는 만큼 미약한 소리로 극적인 변화를 주는 기존 해석과는 차별화한 접근이었다. 본격적인 주제 연주가 시작되자 오케스트라의 각 파트는 템포를 올렸다. 지휘자 홍석원은 음의 강약보다 각 파트 간의 절묘한 완급 조절로 긴장감을 조성하며 관객의 몰입을 자아냈는데, 마치 태초의 순간부터 환희가 존재한다는 주장을 펼치는 것 같았다.
충분히 예열하고 속도가 붙은 오케스트라는 2악장으로 넘어가며 힘찬 연주를 이어갔다. 팀파니의 높고 선명한 음에 뒤지지 않는 현악 파트의 뚜렷한 음색이 환희로 가는 여정을 더욱 힘차게 이끌었다. 관악기들도 그 열기에 휩싸여 아슬아슬하게 화음을 쌓아갔는데, 특히 목관 악기들이 발군의 연주로 균형감을 유지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앞서 보여준 생동감 있는 표현과 적극적인 연주는 세밀한 표현이 중요한 3악장에서도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는 듯했다.
베이스 전승현의 깊이 있는 울림은 그 군무에 못지않은 강렬함으로 합창의 시작을 알렸다. 대단원에 이르러 4중창과 합창, 오케스트라가 환희의 송가를 울려대니, 행진곡을 연주하듯 시종일관 이어진 강한 에너지가 극에 달했다. 어느 오페라의 가장 화려한 장면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한 이 장면은 홍석원의 지휘가 가장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베토벤 9번 교향곡이 유독 연말마다 자주 울려 퍼지는 이유와 관련해선 해석이 분분하다. 하지만 대부분이 환희와 자유를 위한 투쟁의 순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전하는 레퍼토리로 이만한 곡이 없다는 말로 귀결된다. 지휘자 홍석원이 양손으로 지휘봉을 높게 든 순간,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은 각자 그리고 함께 환희를 노래했다.
조원진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