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시장경제 전환 이끈 만모한 싱 前 총리 별세
인도 경제 개혁을 이끈 만모한 싱 전 총리가 26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92세.

2004~2014년 두 차례에 걸쳐 총리직을 수행한 싱 전 총리는 인도 북부 펀자브주의 시크교 도시 암리차르 출신으로, 인도가 1947년 영국에서 독립한 이후 최초의 비(非)힌두교 총리였다. 인도 내 시크교도는 전체 인구의 약 2%에 불과하다. 그는 인도 중앙은행 총재, 재무장관, 총리직을 모두 역임한 유일한 인물이다.

싱 전 총리는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경제학자로, 1982~1985년 인도 중앙은행 총재를 지냈다. 재무장관 재직 시절이던 1991~1996년에는 국영기업의 할당제와 복잡한 허가 제도를 철폐함으로써 사회주의 체제였던 인도 경제를 시장경제로 전환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이후 총리로 재임한 2004년부터는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연평균 8%가 넘는 기록적인 경제성장률을 달성하며 국가 경제를 안정적으로 이끌었다.

그는 미국과 우호 관계를 구축한 인물로도 평가받는다. 2008년 싱 전 총리는 미국·인도 간 핵 협력 협정을 이끌어내며, 30년 만에 처음으로 핵기술의 평화적 거래를 가능하게 했다. 이 협정은 1998년 인도의 핵실험으로 냉각된 미·인도 관계를 발전시키는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받는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