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전편보다 나은 속편은 없다"
마피아 가문 이야기를 통해 미국적 성공 신화의 어두운 면을 그린 ‘대부2’는 ‘전편보다 나은 속편은 없다’는 영화계 통설을 깬 걸작이다. 1974년 개봉 당시 흥행과 비평,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속편의 새로운 기준”, “현대 영화의 교과서”란 극찬을 받았다. 속편으론 처음 아카데미상을 받았을 뿐 아니라 작품·감독·각색·남우조연·음악·미술상을 휩쓸며 작품·남우주연·각색상에 그친 전편을 뛰어넘었다.

‘터미네이터2’도 역사상 최고의 속편 중 하나로 꼽힌다. 액체금속 로봇 T-1000을 표현한 CG(컴퓨터그래픽)는 영화계에 CG 붐을 일으켰고 터미네이터가 스스로를 파괴하기 위해 용광로에 들어가는 마지막 장면은 지금도 회자되는 명장면이다.

하지만 속편이 망작이 되는 사례가 여전히 더 많다. 2019년 ‘조커’의 예상 밖 히트에 힘입어 올해 개봉한 ‘조커: 폴리 아 되’가 대표적. 제작비 3억달러를 투입했지만 본전도 못 건졌다. 관객과 평단의 점수도 100점 만점에 32점(로튼토마토)에 그쳤다. 전작은 소시민 아서가 개인적 고통과 사회적 요인으로 악당 조커가 돼가는 모습을 그려 “빌런 영화의 새 기준”이란 호평에 큰 흥행을 거뒀지만 속편은 처참한 실패작으로 끝났다.

올해 개봉한 ‘글래디에이터2’도 24년 전 개봉한 전편보다 주연배우의 카리스마와 극적 긴장감이 훨씬 처진다는 평가가 많았다.

속편은 1편의 성공을 기반으로 제작된다. 그만큼 관객의 눈이 올라가 있기 때문에 뻔한 줄거리와 연출로는 눈높이를 맞출 수 없다.

넷플릭스 최고 히트작 ‘오징어 게임’의 속편 ‘오징어 게임 시즌2’가 26일 공개됐다. 넷플릭스가 전편보다 4배 많은 1000억원의 제작비를 쏟아붓고 세계 곳곳에 거대한 ‘영희 인형’을 세우는 등 글로벌 마케팅을 펼쳤지만 초기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더 강렬하고 규모가 커졌다”는 호평도 없진 않지만 “날카로움을 잃었다”, “시즌1을 본 사람이면 이미 본 것을 또 보게 될 것”이란 부정 평가가 좀 더 많다. 전작을 뛰어넘긴 정말 힘든 듯하다.

주용석 논설위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