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산업, 바이오 등 올해 상반기 국내 증시를 이끈 주요 종목이 증권사 목표주가를 크게는 60%가량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환율·정치 혼란 등으로 국내 증시 저평가가 심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실적이 탄탄한 우량주를 저점에 사들일 수 있는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27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피지수의 12개월 후행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지난 9월 초 1배 수준에서 전날 기준 0.9배로 낮아졌다. PBR이 1배 미만이라는 것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시가총액 합산이 장부가치 총액보다 낮다는 의미다.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우량주도 주가가 증권가 목표를 크게 밑돈다. 최근 3개월 사이 증권사 평균 목표주가가 10% 이상 상향된 대형주를 분석한 결과 저평가가 가장 심한 종목은 현대로템이었다. 이 종목의 평균 목표주가는 7만9781원으로 이날 종가(4만8750원) 대비 63.65% 높아 목표가와 실제 주가 간 괴리율이 가장 컸다. LIG넥스원(45.13%), 한화에어로스페이스(42.66%) 등 다른 방산주도 괴리율이 높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 개입을 시사하면서 최근 방산주가 하락한 영향이다.

하지만 주요 방산주의 내년 실적 전망이 비교적 탄탄해 우려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있다. 현대로템의 내년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6533억원이다. 올해 대비 46.71%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LIG넥스원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역시 내년 영업이익이 올해 대비 각각 39.41%, 18.7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태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2028년까지 주요 방산 업체의 이익 성장은 담보돼 있다”고 말했다.

올해 증시를 주도한 바이오주 역시 증권사 목표가를 크게 밑돌고 있다. 유한양행의 이날 종가 기준 목표주가 대비 괴리율은 52.36%다. SK바이오팜은 36.38%, 삼성바이오로직스는 36.07%로 집계됐다. 정유경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국 대선 이후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며 제약·바이오 분야 관망세가 확산된 것은 사실”이라며 “불확실성이 걷히면 주가가 오를 탄탄한 기업에 투자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한국금융지주(40.11%), 메리츠금융지주(27.09%) 등 금융주도 목표주가 대비 괴리율이 높은 종목으로 꼽혔다. 탄핵 정국으로 밸류업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자 주가가 고꾸라진 영향이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12월 들어 은행주에 큰 폭의 조정이 나타났지만 내년 당기순이익 자체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