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취향 저격"…영국, 왕실접대 국빈방문 추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현대 역사상 처음으로 영국을 두 번 국빈 방문하는 선출직 정치인이 될 전망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27일(현지시간) 영국 총리실과 외무부가 트럼프에게 국빈 방문을 제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영국 왕실의 공식 기록에 따르면 1954년 이후 선출직 지도자가 영국을 두 번 국빈 방문한 전례가 없다. 지금까지는 덴마크의 마르그레테 2세 여왕과 노르웨이의 올라프 5세 국왕만이 두차례 국빈 방문을 했다.

국빈 방문은 대개 수개월간 준비가 필요한 엄격한 절차로 모든 외국 정상과의 만남이 국빈 방문으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텔레그래프는 영국이 두 번째 국빈 방문을 추진하는 이유는 트럼프 당선인의 왕실에 대한 호의를 외교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키어 스타머 총리의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는 첫 번째 임기 중인 2019년 6월 멜라니아 여사와 자녀들과 함께 영국을 국빈 방문한 적이 있으며, 당시 왕실에 대한 우호적 감정을 드러냈다. 그는 국빈 방문 때 촬영한 사진을 자랑했으며, 찰스 3세에 대해 "정말 좋은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스타머 총리와 외무장관은 최근 뉴욕 트럼프 타워를 방문해 만찬을 함께했으며, 이 자리에서도 트럼프는 국빈 방문 이야기를 꺼낸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최근 파리에서 윌리엄 왕세자와 만나 30여 분간 대화를 나누며 호감을 보이기도 했다.

영국 외무부는 이런 배경에서 윌리엄 왕세자를 양국 간 관계 개선의 '비밀 병기'로 보기도 한다. 이는 스타머 내각이 트럼프 당선인 측과의 관계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보리스 존슨 전 총리와 친분이 깊으며, 스타머 내각 각료 상당수는 과거 그를 비판한 전력이 있다.

때문에, 스타머 총리는 트럼프와의 관계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첫 국빈 방문 초청은 테리사 메이 당시 총리를 통해 이뤄졌던 만큼, 이번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소식통에 따르면 초청 시기와 장소에 대한 논의는 아직 진행되지 않고 있다.

찰스 3세의 일정을 고려할 때 국빈 방문 시점은 빨라야 2026년으로 예상된다. 다만, 대다수 영국인이 트럼프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아 그의 두 번째 국빈 방문이 스타머 총리에게 정치적 도전이 될 수도 있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사진=연합뉴스)


이휘경기자 ddehg@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