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AP)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AP)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아제르바이잔 여객기 추락 사고와 관련해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에게 사과했다. 아제르바이잔 당국이 사고 여객기가 러시아 대공미사일 또는 그 파편에 맞았다는 결과를 발표한 지 이틀 만이다.

2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알리예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러시아 영공에서 발생한 비극적인 사건에 대해 사과한다"며 "희생자 가족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하며 부상자들의 빠른 회복을 기원한다"고 전했다. 크렘린궁은 이번 통화가 푸틴 대통령의 요청으로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방공망이 여객기를 격추했다는 사실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당시 러시아 방공망이 우크라이나 드론의 공격에 대응 중이었다고 설명해 사실상 책임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크렘린궁은 "사고 당시 그로즈니, 모즈도크, 블라디캅카스 지역이 우크라이나 무인 항공기에 의해 공격받고 있었고, 러시아 방공 시스템이 이를 방어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같은 날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에게도 전화를 걸어 추락 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에 대해 애도의 뜻을 전했다. 크렘린궁에 따르면, 두 정상은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지속적으로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푸틴 대통령이 책임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 직접 소통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 25일 카자흐스탄 악타우에서 추락한 아제르바이잔 항공 J2-8243편 여객기의 모습. (사진=로이터)
지난 25일 카자흐스탄 악타우에서 추락한 아제르바이잔 항공 J2-8243편 여객기의 모습. (사진=로이터)
아제르바이잔 항공 J2-8243편 여객기는 지난 25일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에서 출발해 러시아 그로즈니로 향하던 중 갑작스레 항로를 변경했다. 이후 카스피해를 넘어 카자흐스탄 서부 악타우로 이동한 뒤 착륙을 시도하다 추락했다. 해당 여객기에는 아제르바이잔인 37명, 러시아인 16명, 카자흐스탄인 6명, 키르기스스탄인 3명 등 총 67명이 탑승했고, 이 중 38명이 사망했다.

사고 직후 러시아 당국은 "여객기가 새 떼와 충돌했다"고 주장했지만, 기체에 다수의 구멍이 발견되면서 이 같은 주장은 신빙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왔다. 아제르바이잔 당국은 26일 예비조사 결과 해당 여객기가 러시아 대공미사일 또는 그 파편에 의해 추락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