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검증위해 예술가 부부 도청하다 정 붙여 버린 비밀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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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타인의 삶'
감시 극심했던 80년대 동독 배경
좁은 무대위 미묘한 관계 숨 막혀
이동휘의 섬세한 연기도 매력적
내년 1월 19일까지 LG아트센터
감시 극심했던 80년대 동독 배경
좁은 무대위 미묘한 관계 숨 막혀
이동휘의 섬세한 연기도 매력적
내년 1월 19일까지 LG아트센터

연극 ‘타인의 삶’ 속 주인공 비즐러는 그중에서도 유독 차갑고 철두철미한 슈타지 비밀경찰이다.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고문도 서슴지 않고, 고문이 좋은 취조 전략이라고 가르치는 냉혈한이다. 그런 그에게 주어진 임무는 감청과 감시. 그 대상은 연인 사이인 동독 최고의 극작가 드라이만과 인기 배우 크리스타다.
영화가 원작인 작품이 무대에 오르며 미묘한 매력이 더해졌다. 도청으로 이야기를 엿듣는 비즐러는 두 연인 바로 옆에 서서 귀를 기울이지만 드라이만과 크리스타는 눈앞의 그를 보지 못한다. 같은 공간에서 모든 비밀을 공유하면서도 서로를 보지 못하는 이들의 관계가 좁은 무대에 놓여 더욱 숨 막힌다. 영화처럼 다양한 배경을 사용하지 못하는 연극 무대의 한계가 단점이 아니라 등장인물들이 처한 상황을 더욱 피 말리게 그리는 장치가 된다.
이 숨 막히는 무대에서 발악하는 주인공들의 딜레마가 관객의 가슴을 옥죈다. 비즐러, 드라이만, 크리스타가 동시에 신념과 생존, 충성과 양심 사이에서 저울질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관객들은 객석에 앉아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지만, 서로를 배신해야 자신이 살 수 있는 ‘범죄자의 딜레마’에 빠진 주인공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종잡을 수 없다.
연극의 한계를 역으로 영화에서 느끼지 못하는 새로운 장점으로 승화한 ‘타인의 삶’. 피 말리는 딜레마에 객석은 숨 쉬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숨죽이게 된다.
구교범 기자 gugyobeo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