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갈길 바쁜 2025년 우리 경제
지난 11월 말 국내 주요 기관은 내년 경제 전망보고서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이들 보고서의 일치된 의견은 내년 경제 성장률이 2% 이하를 기록할 뿐만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2기 출범으로 우리 경제를 둘러싼 전반적인 불확실성이 증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는 우리 경제에서 가장 안 좋은 순간에 이뤄졌고 우리 경제와 사회 전반에 불의의 ‘어퍼컷’을 날렸다.

새해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정책에서 확실한 점은 정해진 방침이나 방향이 아직 없다는 것이다. 중국에 대한 60% 관세 부과, 다른 국가에 대한 일괄 20% 관세가 과연 실현되리라고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심지어 중국에서도 60% 관세는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한다. 불법 이민 추방 역시 당장 인건비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고, 민주당 선거 패배의 결정적 원인이 인플레이션이라는 것을 잘 아는 트럼프와 공화당이 시늉만 낼 가능성이 더 크다고 예측된다. 트럼프는 석유와 천연가스 하루 생산량을 300만 배럴 늘릴 것을 공약했지만 현재와 같이 낮은 가격과 상대적으로 높은 미국 내 생산 비용 구조 아래서는 현실적이지 않다. 도리어 조 바이든 정부의 3000억달러에 이르는 신재생에너지 보조금의 상당액이 공화당 우세 지역에 지급돼 신재생에너지 생산이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대외 의존도가 높고 수출로 버텨온 우리 경제로서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계속되는 중동과 우크라이나의 전쟁 등 대외적인 여건이 큰 부담이다. 금융시장 상황도 미국 중앙은행(Fed)은 금리를 연 4.5%로 인하했지만, 인플레이션율이 3.3%에서 내려가지 않고 있어 내년 금리 인하는 두 번에 그칠 전망이 우세하다. 이를 반영하듯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12월부터 상승하기 시작해 현재 연 4.6%를 웃돌고 있다. 이는 달러당 1500원에 육박하는 높은 환율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고 내년 우리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대내적으로도 건설 경기는 계속 침체에 빠져 있고 소비 역시 부진한 가운데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는 재정 투입이 필요한데, 올해 세수는 예산보다 최대 40조원 덜 걷힐 것으로 보인다. 이미 대내외적인 불리한 상황에서 계엄령은 갈 길이 먼 우리 경제의 발목을 단단히 잡았다.

중국과 미국 간 무역 분쟁은 심화할 것으로 보이지만 향후 전개 방향은 간단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그 틈새를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중국산 수입품 의존도를 줄이려고 하지만 상당수의 기계류나 부품 등은 중국 외 다른 수입처를 쉽게 찾기 어렵다고 한다. 제조업 기반이 탄탄하고 이미 미국과 긴밀한 공급망 사슬로 엮인 우리로서는 일본 등과 더불어 중국의 대안으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트럼프와 바이든 정부 모두 미국의 낙후한 인프라를 개선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보고 있다. 실제 이런 투자가 이뤄지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식돼 전후 재건이 시작된다면 우리 기업에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트럼프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탈퇴를 위협하며 유럽 국가들의 국방비 증가를 요구하는데, 재래식 무기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가 한국이다. 내년 상황이 쉽지 않지만 이런 가능성을 최대한 활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국은행 보고서가 밝힌 바와 같이 내년 경제 성장률이 1%대에 머무는 것보다 더 심각한 사실은 우리 경제의 잠재 성장률이 지속 하락해 2%에 그친다는 것이다. 경제부총리도 우려했듯 내년 경제 성장률은 결국 노동, 자본 등 우리 경제의 모든 생산요소를 투입하면서도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 경제 규모의 증가율에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우리 경제의 기초 체력은 약화해 있고 이를 조속히 회복하지 못하면 골드만삭스 등 해외 기관이 경고한 바와 같이 장기적으로 마이너스 성장률의 틀에 갇힐 수 있다. 대통령이 벌려놓은 자해적인 상황에서 하루빨리 벗어나 구조적인 개혁을 통해 우리 경제가 다시 살아나는 2025년이 되길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