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멈춰 선 대왕고래 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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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貧國 벗어나려는 노력
탄핵 여파 무관하게 추진돼야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정책평가연구원 연구위원
탄핵 여파 무관하게 추진돼야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정책평가연구원 연구위원
‘자 떠나자 동해 바다로 / 삼등삼등 완행열차 기차를 타고 / 신화처럼 숨을 쉬는 고래 잡으러~’ 가수 송창식의 대표곡 ‘고래사냥’의 일부다. 청춘의 이상과 꿈을 ‘고래’로, 꿈을 이루려는 노력을 ‘사냥’으로 은유한 노래다. 1970년대 사방이 꽉 막힌 답답한 현실을 벗어나 싸구려 삼등열차라도 타고 꿈이 있는 동해로 떠나 보자는 청춘의 뜨거운 열기가 담긴 희망가였다.
은유는 달라도, 다시 한번 동해에서 큰 희망을 품은 고래 한 마리가 나타났다. 지긋지긋한 ‘에너지 빈국’의 굴레를 벗겨줄지도 모를 가스전 대왕고래의 발견이다. 규모도 이름에 걸맞게 막대하다. 매장 규모는 최대 140억배럴이고 경제적 가치는 2000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에너지산업은 물론이고 저성장 늪에 빠진 한국 경제를 단번에 건져 올릴 수도 있는 규모다.
물론 아직은 신화 속에서만 숨 쉬는, 실체를 드러내지 않은 고래다. 실제 숨을 쉬는 고래인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전문가 의견에 따르면 숨 쉬는 대왕고래일 확률이 20%는 된다고 한다. 한 번 시추에 1000억원 정도가 필요하다. 이 정도 확률과 비용이라면 실패가 두려워 확인해 보지 않을 이유가 없다.
문제는 한국석유공사가 여전히 삼등 완행열차표 값도 내기 어려운, 1970년대 가난한 청년 신세라는 점이다. 자본 잠식 상태다. 자체적으로는 간신히 500억원 정도 마련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정부 예산 500억원을 지원받아 우선 첫 시추를 하고, 그 이후는 해외 투자를 받아 공동 개발에 나설 계획이었다.
하지만 연말 갑작스러운 비상계엄에 이은 탄핵 정국으로 대왕고래 시추 작업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우선 국회가 찬물을 끼얹었다. 야당이 단독으로 동해 심해 가스전 사업 예산 497억원 전액을 싹둑 잘라 버렸다. 하지만 깊은 고려 없이 진행된, 전격적인 조치 탓에 잘려 나간 것은 예산만이 아니다. 산유국의 꿈, 에너지 안보, 한국 경제 재도약 기회의 싹도 가차 없이 잘려 나갔다.
대왕고래 시추는 일단 지난 20일 새벽 시작했다. 아마도 이미 460억원 규모의 노르웨이 시추선 계약을 맺은 까닭에 등 떠밀려 나선 것으로 보인다. 어렵사리 첫발을 내디뎠지만 추가 시추 비용은 석유공사가 자체적으로 마련할 수밖에 없다. 자본 잠식 중인 석유공사의 자금 조달 능력에 한계가 있다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재정 지원이 없으면 해외 투자 유치도 언감생심이다.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는 국가 정책 사업에 선선히 투자에 나설 해외 투자자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결과는 시추공 몇 개 뚫지 못하고 대왕고래 사업이 좌초할 가능성이 크다.
대왕고래 시추 예산 500억원은 내년 전체 예산 677조4000억원의 0.007%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국민 혈세는 한 푼이라도 허투루 써서는 안 되지만, 성공 확률이 20%인 2000조원짜리 ‘산유국 잭팟’을 노리는 판돈치고는 꽤 괜찮아 보인다. 설령 훗날 실패하더라도 ‘헛돈’을 썼다고 크게 나무랄 국민은 많지 않아 보인다. 원래 자원개발은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다. 그 극히 희박한 가능성을 붙들고 꿈을 이루려는 희망의 여정이라는 정도는 우리 국민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의 중요 정책 사업이 정쟁의 희생양이 돼서는 안 된다. 신중한 접근은 얼마든지 주문할 수 있지만, 혹시라도 정치적 반대편의 성공을 지나치게 경계한 나머지 아예 시도조차 막을 의도였다면 그것은 제 발등 찍기일 뿐이다. 성공하면 한국 경제의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는 대왕고래 사업 예산은 추경을 통해서라도 살려내길 촉구한다
은유는 달라도, 다시 한번 동해에서 큰 희망을 품은 고래 한 마리가 나타났다. 지긋지긋한 ‘에너지 빈국’의 굴레를 벗겨줄지도 모를 가스전 대왕고래의 발견이다. 규모도 이름에 걸맞게 막대하다. 매장 규모는 최대 140억배럴이고 경제적 가치는 2000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에너지산업은 물론이고 저성장 늪에 빠진 한국 경제를 단번에 건져 올릴 수도 있는 규모다.
물론 아직은 신화 속에서만 숨 쉬는, 실체를 드러내지 않은 고래다. 실제 숨을 쉬는 고래인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전문가 의견에 따르면 숨 쉬는 대왕고래일 확률이 20%는 된다고 한다. 한 번 시추에 1000억원 정도가 필요하다. 이 정도 확률과 비용이라면 실패가 두려워 확인해 보지 않을 이유가 없다.
문제는 한국석유공사가 여전히 삼등 완행열차표 값도 내기 어려운, 1970년대 가난한 청년 신세라는 점이다. 자본 잠식 상태다. 자체적으로는 간신히 500억원 정도 마련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정부 예산 500억원을 지원받아 우선 첫 시추를 하고, 그 이후는 해외 투자를 받아 공동 개발에 나설 계획이었다.
하지만 연말 갑작스러운 비상계엄에 이은 탄핵 정국으로 대왕고래 시추 작업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우선 국회가 찬물을 끼얹었다. 야당이 단독으로 동해 심해 가스전 사업 예산 497억원 전액을 싹둑 잘라 버렸다. 하지만 깊은 고려 없이 진행된, 전격적인 조치 탓에 잘려 나간 것은 예산만이 아니다. 산유국의 꿈, 에너지 안보, 한국 경제 재도약 기회의 싹도 가차 없이 잘려 나갔다.
대왕고래 시추는 일단 지난 20일 새벽 시작했다. 아마도 이미 460억원 규모의 노르웨이 시추선 계약을 맺은 까닭에 등 떠밀려 나선 것으로 보인다. 어렵사리 첫발을 내디뎠지만 추가 시추 비용은 석유공사가 자체적으로 마련할 수밖에 없다. 자본 잠식 중인 석유공사의 자금 조달 능력에 한계가 있다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재정 지원이 없으면 해외 투자 유치도 언감생심이다.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는 국가 정책 사업에 선선히 투자에 나설 해외 투자자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결과는 시추공 몇 개 뚫지 못하고 대왕고래 사업이 좌초할 가능성이 크다.
대왕고래 시추 예산 500억원은 내년 전체 예산 677조4000억원의 0.007%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국민 혈세는 한 푼이라도 허투루 써서는 안 되지만, 성공 확률이 20%인 2000조원짜리 ‘산유국 잭팟’을 노리는 판돈치고는 꽤 괜찮아 보인다. 설령 훗날 실패하더라도 ‘헛돈’을 썼다고 크게 나무랄 국민은 많지 않아 보인다. 원래 자원개발은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다. 그 극히 희박한 가능성을 붙들고 꿈을 이루려는 희망의 여정이라는 정도는 우리 국민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의 중요 정책 사업이 정쟁의 희생양이 돼서는 안 된다. 신중한 접근은 얼마든지 주문할 수 있지만, 혹시라도 정치적 반대편의 성공을 지나치게 경계한 나머지 아예 시도조차 막을 의도였다면 그것은 제 발등 찍기일 뿐이다. 성공하면 한국 경제의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는 대왕고래 사업 예산은 추경을 통해서라도 살려내길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