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항공기 폭발사고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구조작업을 펼치고 있다./사진=최혁 기자
29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항공기 폭발사고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구조작업을 펼치고 있다./사진=최혁 기자
179명의 생명을 앗아간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주요 원인으로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에 따른 기체 고장이 꼽히는 가운데 항공 교통량 세계 최대 국가인 미국에서도 조류 충돌이 해마다 증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미 연방항공청(FAA)의 1990∼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내에서 야생동물이 민간 항공기에 충돌했다는 신고 건수는 1만9367건으로이었다. 이중 조류 충돌이 1만8394건으로 전체의 94%를 차지했다.

야생동물의 민간 항공기 충돌 건수는 1990년 2088건에서 2019년에는 1만7164건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로 각국이 거리두기, 봉쇄 정책 등을 펼치면서 항공 운항이 축소된 2020년 1만919건으로 줄었지만, 이후 2021년 1만5447건, 2022년 1만6973건으로 다시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보고서에서도 2022년에 비해 1년 만에 충돌 건수가 14% 정도 증가한 것에 대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운항 제한 조치 이후 항공 교통의 지속적인 회복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지난해 기준 야생동물 충돌로 인한 항공기 피해 건수는 709건이었다. 1990년부터 사망자가 발생한 충돌 사고는 29건으로, 49명이 숨졌다. 수리할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됐거나 손상된 항공기는 83대였다.

보고서는 해마다 야생동물충돌 사고가 늘어나는 원인으로 항공 운행 증가와 공항 주변 개발을 꼽았다. 해외여행 수요가 늘어나고, 공항 주변 개발이 한층 활발해지면서 야생동물들이 인간의 활동과 항공기에 익숙해지면서 충돌이 발생한다는 것.

여기에 항공기 기술 발전으로 엔진 소음이 감소하고, 출력이 높아지면서 동물들이 이를 감지하고 피하는 것이 더 어려워졌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상업용 항공사가 3∼4개의 구형 엔진이 달린 여객기를 더 효율적이고 조용해진 2개 엔진 여객기로 교체하고 있다는 점도 조류 충돌 우려가 커지는 요인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탑승자 155명이 모두 생존해 '허드슨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2009년 1월 15일 US에어웨이스(기종 에어버스 320) 사고, 2019년 8월 15일 우랄항공(기종 에어버스 321) 사고, 2019년 3월 10일 에티오피아항공(기종 보잉 737 맥스) 사고 등 3건을 사례로 들며 "2개의 엔진을 가진 항공기는 3∼4개의 엔진을 가진 항공기에 비해 취약할 수 있다"고 짚었다.

세계 각국에서는 조류 충돌의 위험에 주목하면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지침을 따르고 있다. ICAO는 유엔 환경 보호 정책 및 관행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전 세계 공항과 항공기의 안전과 지속가능성 보장에 주된 역할을 하는 유엔 특별 기구이다.

ICAO는 조류 충돌이 조류의 죽음, 항공기 손상, 때로는 인명 피해로 이어지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라고 보고, 이를 줄이기 위해 모든 국제공항에 야생동물 위험관리계획을 수립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