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HMM의 매각이 또 해를 넘기게 됐습니다.

대한항공의 인수로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 관리에서 벗어나게 됐지만,

HMM은 되레 채권단 지분이 늘면서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 취재 기자와 알아 보겠습니다.

이 기자, 올해 HMM 매각이 불발되면서 매각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죠?

<기자>

같은 채권단 신세…다른 길 걷는 아시아나·HMM


지난 2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하림그룹과 매각 측인 한국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

즉 정부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매각이 최종 불발됐습니다.

당장 새 주인을 찾는 것도 어려운 상황인데요. 말씀하신 것처럼 채권단 지분율이 늘고 있어서입니다.

산은과 해진공은 내년 4월 7200억원 규모의 HMM 영구전환사채(CB)를 주식으로 전환합니다.

두 기관은 그간 HMM이 상환 의사를 밝힐 때마다 주식 전환권을 행사했습니다.

현금으로 상환 받으면 나중에 혹여라도 불거질 배임 의혹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주식 전환으로 정부의 지분율은 현재 67.05%에서 71.70%로 오르는데요.

보유한 지분이 늘면 매각가도 높아지는 만큼 파는 쪽이나 사는 쪽 모두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같은 채권단 신세…다른 길 걷는 아시아나·HMM
<앵커>

HMM은 올해 3분기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내지 않았습니까.

수익성 측면에서는 사려는 기업이 있을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기자>

업계에서는 매각 작업을 추진하기 더 어려워졌다고 보고 있습니다.

실적이 좋아질 수록 HMM의 몸값도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HMM은 올해 3분기에만 매출 3조5520억원, 영업이익 1조4614억원을 벌어들였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67%, 영업이익은 무려 1827.5% 늘어난 건데요.

한때 인수 후보로 꼽혔던 현대자동차, 포스코, 한화 등도 지나치게 높은 몸값에 인수 의사를 보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홍해 사태 등 지정학적 리스크로 해상운임이 여전히 높은 수준인 데다,

운임을 달러로 정산하는 해운업 특성상 달러값 급등도 호재로 작용해 당분간 호실적이 이어질 전망입니다.
같은 채권단 신세…다른 길 걷는 아시아나·HMM
<앵커>

HMM과 같이 채권단 관리 체제 하에 있던 아시아나항공은 전혀 다른 상황이죠?

<기자>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13일 채권단인 산업은행 및 한국수출입은행에 차입금 1조1000억원을 조기 상환했습니다.

오는 27일에도 기간산업안정기금 600억원을 변제할 예정인데요.

대한항공에서 받은 매각 대금으로 총 1조1000억원의 차입금을 갚게 된 건데 남은 금액은 총 1조3800억원입니다.

2020년 채권단 체제에 편입된지 4년 만에 완전한 결별을 앞두고 있는 겁니다.

특히 산업은행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지원했습니다. 국가 기간산업인 항공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인데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쓴 돈은 총 1조8000억원입니다.

이 과정에서 산업은행이 대한항공의 지주회사인 한진칼에 8000억원을 지원해 빅딜이 이뤄졌죠.
같은 채권단 신세…다른 길 걷는 아시아나·HMM
<앵커>

아시아나항공과 다르게 HMM은 9년째 제자리 걸음인 모습입니다.

산업은행 의지만 있으면 매각을 다시 추진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기자>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 임기가 내년 6월 끝납니다. 여기에 탄핵 정국까지 겹치면서 무리하게 추진할 동력이 사라졌는데요.

당분간 매각 협상이 재개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권이 바뀌면 책임 소재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며 "아시아나항공 사례처럼 정부 주도의 산업 재편은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봤습니다.

전문가들은 매각 이후 정부의 개입 여지를 없애야 재매각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비싼 돈을 들여 인수해도 정부의 입김이 계속되면 기업 입장에서도 인수에 나설 유인이 떨어진다는 건데요.

실제로 해진공은 HMM 매각 이후에도 일정 부분 경영 감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세워,

하림 측과의 협상이 최종 결렬됐던 것으로 알려집니다.

<앵커>

이 기자, 잘 들었습니다.


이지효기자 jhlee@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