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와 닛산, 미쓰비시의 합병을 발표하는 공동 기자회견.  로이터연합
혼다와 닛산, 미쓰비시의 합병을 발표하는 공동 기자회견. 로이터연합
개별적 인정 여부를 떠나 닛산을 살려낸 인물은 카를로스 곤이다. 취임 후 260만대에 머물렀던 글로벌 판매량을 퇴임하던 2017년엔 두 배 수준인 579만대로 높여놨다. 르노는 곤 회장을 앞세워 닛산을 삼키려다 일본 정부의 강력 반대에 부딪쳤다. 회사명 자체가 ‘일본 생산(日産)’인데 프랑스 소유권이라니 자존심이 뭉개졌다. 결국 일본 검찰은 곤 회장의 개인 자금을 문제 삼아 가택 연금에 들어갔고 그는 극적 탈출에 성공했다. 곤 회장의 이야기는 다큐멘터리 컨텐츠로 만들어져 넷플릭스를 통해 방송되기도 했다.

곤 회장이 물러난 직후 닛산은 다시 내리막을 걸었다. 579만대는 추억이었을 뿐 지난해는 237만대가 추락한 342만대에 머무르며 다시 1999년으로 되돌아가는 중이다.

나아질 기미도 없다. 뾰족한 대책도 없고 시장 내 돌풍을 주도할 제품도 거의 없다. 미국과 동남아에선 이미 옛날 같지 않다. 이대로 가면 규모는 더욱 축소되고 언젠가는 사라질 수 있다. 닛산이 심각한 위기에 빠진다면 또 다시 프랑스 손을 빌리기도 어렵다. 결국 일본 정부는 사전 예방책을 찾아 나섰다. 이때 구원투수 조건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일본 기업이고 두 번째는 자동차회사이며, 세 번째는 일본 내 생산이다. 닛산의 회사명 자체가 ‘일본 생산’이니 말이다.

이때 눈에 들어온 자동차 기업은 혼다밖에 없다. 게다가 혼다 또한 내리막이다. 2012년 310만대에 달했던 규모가 2019년 532만대로 늘었지만 불과 4년 만에 368만대로 164만대 쪼그라들었다. 중국이 시장에 가세하고 한국차가 일본차를 겨냥할 때 타격은 언제나 닛산, 혼다, 토요타 순이다. 그리고 닛산과 혼다 모두 이제는 현대자동차그룹에 밀려 있다.

그러니 닛산과 혼다를 합쳐 경쟁력을 키우자는 게 일본 정부의 속내다. 외형은 합병이지만 실제는 혼다가 닛산을 흡수하는 방식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들의 벤치마킹 대상이다. 현대차 또한 경쟁사였던 기아 인수 후 서로 다른 기업 문화, 이질적인 제품 성격 등의 통합을 고민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인수 후 대형화에 따른 시너지 효과 극대화에 성공하며 빠른 성장을 일궈냈다. 1980년대 이후 진행된 여러 자동차기업의 M&A 중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꼽힐 정도다.

실제 인수 후 가장 먼저 진행한 작업은 로고 크기의 통합이다. 현대차 로고를 기아에 붙이고 기아 로고를 현대차에 부착해 서로 부족한 제품군을 보완했다. 덕분에 각 사의 제품군이 넓어졌고 소비자 선택지가 강화돼 기업 간 빠른 융합이 전개됐다. 이 과정에서 기업 문화도 외부에 적극 개방해 조직의 글로벌화를 추진했다. 국적을 떠난 리더십이 적극 추진된 배경이다.

닛산과 혼다의 합병을 놓고 우려하는 목소리는 여기서 나온다. 두 회사의 제품군은 거의 겹친다. 게다가 기업 문화는 매우 이질적이다. 따라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비용 절감이 전부이고 방법은 구조조정 뿐이다. 한 마디로 닛산 구조조정을 혼다가 해줬으면 하는 게 일본 정부의 바램이다. 이것 또한 표면적으로는 미래를 위한 투자비 절감과 맞닿아 있다. 그래서 지켜볼 것은 합병 기업의 리더십이다. 혼다가 쥐게 될 리더십 형태가 다양한 국적 보유자에게 개방 될 것이냐, 아니면 여전히 폐쇄될 것이냐를 봐야 한다.

일본차의 경쟁 범위가 미국, 한국 뿐 아니라 이제는 중국 등으로 넓어졌기 때문이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