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건은 마러라고 밀약"…2025년 한미 증시 전망 [국제경제읽기 한상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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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전쟁, 이상 기후, 도널드 트럼프 당선, 62년 만에 프랑스 정부 붕괴, 탄핵 등. 그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했던 2024년이 마무리된다. 세계 증시 관점에서 올해는 미국과 한국으로 요약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주요 20개국(G20) 중에서 달러화로 환산된 대표 지수 상승률을 보면 미국이 1위, 한국은 최하위를 기록했다.
올해 미국 증시는 고성장·저물가의 신경제 신화로 주가가 크게 올랐던 1990년대 후반의 골디락스 장세를 뛰어넘어 '불꽃 장세(fire market)'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트럼프가 당선된 지난 11월 초 이후에는 테슬라, 팔란티어와 같은 관련주를 중심으로 주가가 한 단계 더 뛰어오르는 '폭등 장세(sky rocketing market)'까지 나타났다.
성장률과 정책(기준)금리가 각각 5∽6%대였던 1990년대 후반에 훨씬 못 미치는 2%대, 4%대인데도 미국 주가가 당시에 비해 더 오른 것은 글로벌 자금이 미국 증시로 집중적으로 유입됐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지난 10월 말까지 글로벌 자금의 60% 정도가 미국으로 유입됐다. 트럼프 당선 이후에는 그 비중이 70%까지 높아졌다.
2차 대전 이후 글로벌 자금이 미국으로 집중적으로 유입됐던 때는 국제금리 간 '대발산(GD·Great Divergence)'이 나타났던 시기와 맞물린다. GD가 처음 나타났던 1990년대 후반 이후 상황을 보면 미국 중앙은행(Fed)은 1995년 이후 불과 1년 만에 정책금리를 3.75%에서 6%까지 올렸다. 같은 기간 중 독일의 분데스방크는 5%에서 4.5%로 내렸다.
정책금리 간 GD로 '루빈 독트린 시대'라 불릴 만큼 강달러 시대가 전개됐다. 1995년 4월 달러 가치 부양을 위한 역플라자 합의 이후 엔·달러 환율은 79엔에서 148엔까지 급등했다. 고금리·강달러로 자금이탈이 집중됐던 신흥국은 1994년 중남미 외채위기,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1998년 러시아 국가부도까지 이어지는 '그린스펀·루빈 쇼크'로 시달렸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각국 중앙은행은 정책금리를 내리는 피벗을 추진했다. 1990년대 후반 상황이라면 정책금리 간 GD로 미국으로 자금이 유입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 꼬리(신흥국 중앙은행)이 몸통(선진국 중앙은행)을 뒤흔드는 웩더독 피벗 추진 과정에서 Fed가 뒤늦게 참여한 시기까지 정책금리 간 차이로 미국으로 자금이 유입될 수 있는 정도였다.
문제는 Fed가 피벗을 추진한 이후 나타나고 있는 '수수께끼(conundrum)' 현상이다. 지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정책금리가 1%포인트 인하됐지만 10년물 국채금리는 1% 포인트 급등했다. 같은 기간 중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의 국채금리는 하락했다. 1990년대와 달리 시장금리 간 GD가 발생하고 있다.
달러 가치도 빠른 속도로 오르면서 미국 이외 국가는 연일 환율 방어에 나서고 있지만 외화만 소진할 뿐이다. 일본 대장성은 세 차례에 걸쳐 대규모 환율 방어에 나섰지만 엔·달러 환율은 개입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왔다. 내부 문제까지 겹친 원·달러 환율은 1차 방어선 1400원, 2차 방어선이 연속해서 뚫리면서 1500원대가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다.
경제주체 입장에서 정책금리는 '보이지 않는 금리'이지만 국채금리는 '보이는 금리'다. 영국 파운드화 위기 이후 국제간 자금이동을 주도하고 있는 캐리 트레이드를 보면 정책금리보다 시장금리에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1990년대 후반과 달리 미국이 글로벌 자금의 70%까지 빨아들이는 것도 이 이유다. 고금리 강달러로 매년 4000억 달러 이상 부채를 갚아야 하는 신흥국은 또다시 걷잡을 수 없는 위기에 몰리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면 시장금리 간 GD는 지속될 확률이 높다. 감세와 뉴딜 정책, 고관세와 불법 이민 색출 등으로 총수요와 총공급 양면에서 물가가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채 수급 면에서 연방 부채 상한 폐지를 놓고 이미 의회와 격돌을 벌일 만큼 재정적자와 국가부도 우려로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
펀더멘털과 정책금리를 뛰어넘는 과도한 글로벌 자금 유입으로 주가가 오르는 것은 거품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 증시를 이끌어왔던 빅테크 주가는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과 같은 종전의 주가평가잣대로 고평가된 지 오래됐다. 매출액 대비 주가비율(PSR), 무형자산대비 주가비율(PPR), 꿈 대비 주가비율(PDR)과 같은 새로운 주가평가잣대로 미래 잠재가치가 높게 평가되면서 빅테크 주가 상승세가 연장되고 있다.
트럼프 정부 출범 첫해 미국 증시는 '해로드-도마의 칼날 성장 이론'로 비유된다. 작두를 타는 무속인이 칼날 위에서 떨어지면 큰 상처가 나듯이 '불꽃 장세'와 '거품 붕괴' 간 균형을 잘 유지해야 한다. 2018년에도 국내 증권사가 마치 유행처럼 해외 상업용 부동산 투자에 주력했던 것이 지금도 회복하지 못하는 커다란 손실이 났던 교훈을 되새겨야 할 때다. 올해 시련을 겪었던 우리 증시가 새해 들어 회복하기 위해서는 가장 시급한 원·달러 환율부터 언정을 찾아야 한다. 최근처럼 미국 중심의 세계경제질서가 재현되는 '네오 팍스 아메리카나' 시대에 특정국 최고 통수권자가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와의 관계 설정은 경제 뿐 아니라 모든 면에서 중요한 문제다.
내년 1월 20일 트럼프 정부가 공식 출범한 이후 미·중 관계는 '낙관론'과 '비관론'이 공존한다. 전자는 '트럼프 압력'에 '시진핑 굴복'이라는 근거를 두고 있다. 일단 승기를 잡으면 그대로 밀어붙이는 트럼프의 협상 방식을 고려하면 중국과의 경제패권 다툼을 미국의 의도대로 주도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후자는 현 상황에서 크게 변할 것이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세계 경제 패권 다툼은 그 자체가 '타결' 혹은 '합의'와는 거리가 먼 디커플링 문제이기 때문이다. 디리스킹도 한계가 있다. 양국 간 경제 발전 단계와 수출입 구조도 워낙 달라 어떤 방식을 동원하더라도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가 줄어들기는 쉽지 않다.
양 극단론 속에 절충점은 없는가 여부다. 집권 1기 때 경험했듯이 '트럼프 리스크'가 장기간 지속되면 피로 증후가 누적되면서 4년 후에 다시 한번 대통령직을 꿈꾸는 트럼프에게는 같은 실수를 저지를 확률이 높다. 미국과의 갈등이 커지면서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 가뜩이나 약해진 시진핑의 리더쉽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한동안 잠복했던 '제2 플라자 합의' 논쟁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플라자 합의란 1980년대 초 국제수지 불균형의 주범인 미국과 일본 간에 엔화 강세를 유도하기 위한 합의를 말한다. 10년 동안 지속됐던 플라자 체제에서 엔?달러 환율은 240엔대에서 79엔대로 폭락했다.
위안화 평가절상은 트럼프가 학수고대해 왔던 과제다. 집권 1기 때도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다고 약속을 해온 상황에서 이것을 지키지 못해 연임하지 못했던 이유 중의 하나다. 집권 2기 들어서도 대중국 무역적자가 줄어들지 않으면 당장 2년 후에 치러질 중간선거부터 공화당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중국도 위안화 절상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시진핑 정부 출범 이후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편입,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 등을 통해 위안화의 위상을 높이려고 노력해 왔다. 중국 중심의 팍스 시니카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안전통화로서 위안화 위상이 높아져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제통화제도는 1976년 킹스턴 회담 이후 시장의 자연스러운 힘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서 국가 간 조약이나 국제협약이 뒷받침되지 않아 "없는 시스템(non-system) 혹은 젤리형 시스템(jelly system)"으로 지칭된다. 이런 여건에서는 미·중 간 무역 불균형을 조정하기 위해서는 '국가 간 조약'이 필요하다.
관건은 트럼프와 시진핑 정부가 달러화 약세와 위안화 절상 폭을 어느 수준까지 받아들일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성장률이 목표선인 5% 떨어진 상황에서 대폭적인 위안화 절상은 중국부터 받아들이기 힘들다. 하지만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위안화 약세를 과도하게 유도하면 트럼프 정부와 무역마찰이 더 심해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트럼프 정부도 같은 입장이다. 집권 2기 들어 무역적자 축소가 아무리 급하더라도 대폭적인 달러화 약세 용인은 '득'보다는 '실'이 크다. 미국의 수출입 구조가 마샬 러너 조건((외화표시 수출수요 가격탄력성+자국통화표시 수입수요 가격탄력성)>1)을 충족시키지 못해 달러화가 약세가 되더라도 무역적자가 개선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과도한 달러화 강세도 부담이다. 트럼프 당선 이후 달러인덱스는 '107'대로 뛰어올랐다. 호드릭-프레스콧 필터로 구한 장기 추세에서 5% 이상 벗어난 강세국면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계량모델인 '퍼버스(Ferbus=FRB+US)'에 따르면 달러 가치가 10% 상승하면 2년 후 미국 경제 성장률은 0.75% 포인트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온다.
경상수지 균형 모델, 환율구조 모형 등으로 위안화 가치의 적정수준을 따져보면 6.5위안 내외로 추정된다. 8년 전 6.8위안보다 높게(절상) 나온다. 중국의 경제 위상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앞으로 미국과 중국은 자국의 이익을 잘 반영하는 '스위트 스팟(sweet spot)'으로 이 수준을 지향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처럼 시스템이 없는 국제통화제도에서 명시적으로 합의할 수 없다면 묵시적인 형태로 이 수준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 집권 1기 때는 '상하이 밀약설'이다. 47대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된 시진핑이 당선 이후 모든 일이 이뤄지고 있는 트럼프의 별장에서 만나 성과가 있다면 '제2 플라자 합의'보다 '마러라고 밀약'이 될 확률이 높은 것도 이 근거다. 새해 원·달러 환율과 우리 증시도 마러라고 밀약 여부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상춘 / 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올해 미국 증시는 고성장·저물가의 신경제 신화로 주가가 크게 올랐던 1990년대 후반의 골디락스 장세를 뛰어넘어 '불꽃 장세(fire market)'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트럼프가 당선된 지난 11월 초 이후에는 테슬라, 팔란티어와 같은 관련주를 중심으로 주가가 한 단계 더 뛰어오르는 '폭등 장세(sky rocketing market)'까지 나타났다.
성장률과 정책(기준)금리가 각각 5∽6%대였던 1990년대 후반에 훨씬 못 미치는 2%대, 4%대인데도 미국 주가가 당시에 비해 더 오른 것은 글로벌 자금이 미국 증시로 집중적으로 유입됐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지난 10월 말까지 글로벌 자금의 60% 정도가 미국으로 유입됐다. 트럼프 당선 이후에는 그 비중이 70%까지 높아졌다.
2차 대전 이후 글로벌 자금이 미국으로 집중적으로 유입됐던 때는 국제금리 간 '대발산(GD·Great Divergence)'이 나타났던 시기와 맞물린다. GD가 처음 나타났던 1990년대 후반 이후 상황을 보면 미국 중앙은행(Fed)은 1995년 이후 불과 1년 만에 정책금리를 3.75%에서 6%까지 올렸다. 같은 기간 중 독일의 분데스방크는 5%에서 4.5%로 내렸다.
정책금리 간 GD로 '루빈 독트린 시대'라 불릴 만큼 강달러 시대가 전개됐다. 1995년 4월 달러 가치 부양을 위한 역플라자 합의 이후 엔·달러 환율은 79엔에서 148엔까지 급등했다. 고금리·강달러로 자금이탈이 집중됐던 신흥국은 1994년 중남미 외채위기,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1998년 러시아 국가부도까지 이어지는 '그린스펀·루빈 쇼크'로 시달렸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각국 중앙은행은 정책금리를 내리는 피벗을 추진했다. 1990년대 후반 상황이라면 정책금리 간 GD로 미국으로 자금이 유입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 꼬리(신흥국 중앙은행)이 몸통(선진국 중앙은행)을 뒤흔드는 웩더독 피벗 추진 과정에서 Fed가 뒤늦게 참여한 시기까지 정책금리 간 차이로 미국으로 자금이 유입될 수 있는 정도였다.
문제는 Fed가 피벗을 추진한 이후 나타나고 있는 '수수께끼(conundrum)' 현상이다. 지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정책금리가 1%포인트 인하됐지만 10년물 국채금리는 1% 포인트 급등했다. 같은 기간 중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의 국채금리는 하락했다. 1990년대와 달리 시장금리 간 GD가 발생하고 있다.
달러 가치도 빠른 속도로 오르면서 미국 이외 국가는 연일 환율 방어에 나서고 있지만 외화만 소진할 뿐이다. 일본 대장성은 세 차례에 걸쳐 대규모 환율 방어에 나섰지만 엔·달러 환율은 개입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왔다. 내부 문제까지 겹친 원·달러 환율은 1차 방어선 1400원, 2차 방어선이 연속해서 뚫리면서 1500원대가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다.
경제주체 입장에서 정책금리는 '보이지 않는 금리'이지만 국채금리는 '보이는 금리'다. 영국 파운드화 위기 이후 국제간 자금이동을 주도하고 있는 캐리 트레이드를 보면 정책금리보다 시장금리에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1990년대 후반과 달리 미국이 글로벌 자금의 70%까지 빨아들이는 것도 이 이유다. 고금리 강달러로 매년 4000억 달러 이상 부채를 갚아야 하는 신흥국은 또다시 걷잡을 수 없는 위기에 몰리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면 시장금리 간 GD는 지속될 확률이 높다. 감세와 뉴딜 정책, 고관세와 불법 이민 색출 등으로 총수요와 총공급 양면에서 물가가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채 수급 면에서 연방 부채 상한 폐지를 놓고 이미 의회와 격돌을 벌일 만큼 재정적자와 국가부도 우려로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
펀더멘털과 정책금리를 뛰어넘는 과도한 글로벌 자금 유입으로 주가가 오르는 것은 거품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 증시를 이끌어왔던 빅테크 주가는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과 같은 종전의 주가평가잣대로 고평가된 지 오래됐다. 매출액 대비 주가비율(PSR), 무형자산대비 주가비율(PPR), 꿈 대비 주가비율(PDR)과 같은 새로운 주가평가잣대로 미래 잠재가치가 높게 평가되면서 빅테크 주가 상승세가 연장되고 있다.
트럼프 정부 출범 첫해 미국 증시는 '해로드-도마의 칼날 성장 이론'로 비유된다. 작두를 타는 무속인이 칼날 위에서 떨어지면 큰 상처가 나듯이 '불꽃 장세'와 '거품 붕괴' 간 균형을 잘 유지해야 한다. 2018년에도 국내 증권사가 마치 유행처럼 해외 상업용 부동산 투자에 주력했던 것이 지금도 회복하지 못하는 커다란 손실이 났던 교훈을 되새겨야 할 때다. 올해 시련을 겪었던 우리 증시가 새해 들어 회복하기 위해서는 가장 시급한 원·달러 환율부터 언정을 찾아야 한다. 최근처럼 미국 중심의 세계경제질서가 재현되는 '네오 팍스 아메리카나' 시대에 특정국 최고 통수권자가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와의 관계 설정은 경제 뿐 아니라 모든 면에서 중요한 문제다.
내년 1월 20일 트럼프 정부가 공식 출범한 이후 미·중 관계는 '낙관론'과 '비관론'이 공존한다. 전자는 '트럼프 압력'에 '시진핑 굴복'이라는 근거를 두고 있다. 일단 승기를 잡으면 그대로 밀어붙이는 트럼프의 협상 방식을 고려하면 중국과의 경제패권 다툼을 미국의 의도대로 주도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후자는 현 상황에서 크게 변할 것이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세계 경제 패권 다툼은 그 자체가 '타결' 혹은 '합의'와는 거리가 먼 디커플링 문제이기 때문이다. 디리스킹도 한계가 있다. 양국 간 경제 발전 단계와 수출입 구조도 워낙 달라 어떤 방식을 동원하더라도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가 줄어들기는 쉽지 않다.
양 극단론 속에 절충점은 없는가 여부다. 집권 1기 때 경험했듯이 '트럼프 리스크'가 장기간 지속되면 피로 증후가 누적되면서 4년 후에 다시 한번 대통령직을 꿈꾸는 트럼프에게는 같은 실수를 저지를 확률이 높다. 미국과의 갈등이 커지면서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 가뜩이나 약해진 시진핑의 리더쉽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한동안 잠복했던 '제2 플라자 합의' 논쟁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플라자 합의란 1980년대 초 국제수지 불균형의 주범인 미국과 일본 간에 엔화 강세를 유도하기 위한 합의를 말한다. 10년 동안 지속됐던 플라자 체제에서 엔?달러 환율은 240엔대에서 79엔대로 폭락했다.
위안화 평가절상은 트럼프가 학수고대해 왔던 과제다. 집권 1기 때도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다고 약속을 해온 상황에서 이것을 지키지 못해 연임하지 못했던 이유 중의 하나다. 집권 2기 들어서도 대중국 무역적자가 줄어들지 않으면 당장 2년 후에 치러질 중간선거부터 공화당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중국도 위안화 절상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시진핑 정부 출범 이후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편입,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 등을 통해 위안화의 위상을 높이려고 노력해 왔다. 중국 중심의 팍스 시니카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안전통화로서 위안화 위상이 높아져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제통화제도는 1976년 킹스턴 회담 이후 시장의 자연스러운 힘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서 국가 간 조약이나 국제협약이 뒷받침되지 않아 "없는 시스템(non-system) 혹은 젤리형 시스템(jelly system)"으로 지칭된다. 이런 여건에서는 미·중 간 무역 불균형을 조정하기 위해서는 '국가 간 조약'이 필요하다.
관건은 트럼프와 시진핑 정부가 달러화 약세와 위안화 절상 폭을 어느 수준까지 받아들일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성장률이 목표선인 5% 떨어진 상황에서 대폭적인 위안화 절상은 중국부터 받아들이기 힘들다. 하지만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위안화 약세를 과도하게 유도하면 트럼프 정부와 무역마찰이 더 심해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트럼프 정부도 같은 입장이다. 집권 2기 들어 무역적자 축소가 아무리 급하더라도 대폭적인 달러화 약세 용인은 '득'보다는 '실'이 크다. 미국의 수출입 구조가 마샬 러너 조건((외화표시 수출수요 가격탄력성+자국통화표시 수입수요 가격탄력성)>1)을 충족시키지 못해 달러화가 약세가 되더라도 무역적자가 개선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과도한 달러화 강세도 부담이다. 트럼프 당선 이후 달러인덱스는 '107'대로 뛰어올랐다. 호드릭-프레스콧 필터로 구한 장기 추세에서 5% 이상 벗어난 강세국면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계량모델인 '퍼버스(Ferbus=FRB+US)'에 따르면 달러 가치가 10% 상승하면 2년 후 미국 경제 성장률은 0.75% 포인트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온다.
경상수지 균형 모델, 환율구조 모형 등으로 위안화 가치의 적정수준을 따져보면 6.5위안 내외로 추정된다. 8년 전 6.8위안보다 높게(절상) 나온다. 중국의 경제 위상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앞으로 미국과 중국은 자국의 이익을 잘 반영하는 '스위트 스팟(sweet spot)'으로 이 수준을 지향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처럼 시스템이 없는 국제통화제도에서 명시적으로 합의할 수 없다면 묵시적인 형태로 이 수준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 집권 1기 때는 '상하이 밀약설'이다. 47대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된 시진핑이 당선 이후 모든 일이 이뤄지고 있는 트럼프의 별장에서 만나 성과가 있다면 '제2 플라자 합의'보다 '마러라고 밀약'이 될 확률이 높은 것도 이 근거다. 새해 원·달러 환율과 우리 증시도 마러라고 밀약 여부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상춘 / 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