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필 200통을 돌렸다가 좌절한 무명 배우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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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헌주 에세이집
무명 배우로 살아가는 이야기 담겨
출산 후엔 '배우 엄마'란 정체성 찾아
무명 배우로 살아가는 이야기 담겨
출산 후엔 '배우 엄마'란 정체성 찾아
평범한 사람들은 대부분 '무명'으로 살아간다. 가족이나 지인을 제외하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채로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역할을 해내며 산다는 뜻이다. 무명으로 무탈하게 사는 데 만족하며 사는 사람도 많다.
직업이 배우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배우로서 무명이라는 건 때로는 실력이 완성되지 않았다는 편견으로 연결되기도 하고, 현실이 아닌 이상을 좇느라 고단한 삶을 사는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무명이라고 아마추어는 아닙니다>는 오랫동안 이름 없는 배우로 살아온 배우 이헌주의 솔직한 고백이 담긴 에세이집이다.
에세이집엔 배우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친 일화들이 가득하다. 피디 협회 주소록을 얻어내 모르는 주소로 무작정 프로필을 돌렸다. 200통의 편지를 보냈고, 그중 2명과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얻어냈다. 영화 제작사 대표까지 만나는 데 성공했지만, 미숙한 준비로 기회를 떠나보낸 아픈 경험이다.
생활인으로서 고달픔도 담겨 있다. 1000원짜리 티켓의 공연 무대에 오르는 마음, 추운 방에서 지내다 폐렴에 걸려 세상을 떠난 동료의 소식을 들은 순간, 무대 공포증을 겪었던 슬럼프 기간 등이 고스란히 묘사돼 있다. 출산 후 엄마라는 새로운 역할을 갖게 된 후엔 '배우 엄마'란 정체성을 찾았다. 엄마와 배우 사이 중간쯤에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침 없이 뒤섞인 조화에서 기쁨을 찾는다고 한다. 엄마인지 배우인지 고민하거나 갈등하지 않고 그저 열심히 배우로 또 엄마로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정체성을 고민하며 우물쭈물하다 자신에게 찾아오는 기회와 빛나는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사람들은 크게 성공한 어떤 누군가의 이야기에 열광하고 흥미를 갖지만, 실제로 세상을 돌아가게 하는 건 유명인보다 수많은 무명인들의 역할이 크다. 지금도 눈에 띄지 않는 자기 자리에서 온 힘을 다해 살아가는 저자와 같은 무명인들이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책이다. 저자는 책을 쓴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나는 오랫동안 이름 없는 사람의 옷을 입고 살았다. 그러다 문득 '무명'이라는 말에 설움이 스며들었다. 물기 가득한 이 단어를 나는 벗어내기로 했다. 물론 그것이 유명의 길은 아니다. 다만 무명=설움, 무명=가난함, 무명=지망생이라는 편견을 내가 먼저 끊어내기로 한 것이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직업이 배우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배우로서 무명이라는 건 때로는 실력이 완성되지 않았다는 편견으로 연결되기도 하고, 현실이 아닌 이상을 좇느라 고단한 삶을 사는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무명이라고 아마추어는 아닙니다>는 오랫동안 이름 없는 배우로 살아온 배우 이헌주의 솔직한 고백이 담긴 에세이집이다.
에세이집엔 배우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친 일화들이 가득하다. 피디 협회 주소록을 얻어내 모르는 주소로 무작정 프로필을 돌렸다. 200통의 편지를 보냈고, 그중 2명과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얻어냈다. 영화 제작사 대표까지 만나는 데 성공했지만, 미숙한 준비로 기회를 떠나보낸 아픈 경험이다.
생활인으로서 고달픔도 담겨 있다. 1000원짜리 티켓의 공연 무대에 오르는 마음, 추운 방에서 지내다 폐렴에 걸려 세상을 떠난 동료의 소식을 들은 순간, 무대 공포증을 겪었던 슬럼프 기간 등이 고스란히 묘사돼 있다. 출산 후 엄마라는 새로운 역할을 갖게 된 후엔 '배우 엄마'란 정체성을 찾았다. 엄마와 배우 사이 중간쯤에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침 없이 뒤섞인 조화에서 기쁨을 찾는다고 한다. 엄마인지 배우인지 고민하거나 갈등하지 않고 그저 열심히 배우로 또 엄마로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정체성을 고민하며 우물쭈물하다 자신에게 찾아오는 기회와 빛나는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사람들은 크게 성공한 어떤 누군가의 이야기에 열광하고 흥미를 갖지만, 실제로 세상을 돌아가게 하는 건 유명인보다 수많은 무명인들의 역할이 크다. 지금도 눈에 띄지 않는 자기 자리에서 온 힘을 다해 살아가는 저자와 같은 무명인들이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책이다. 저자는 책을 쓴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나는 오랫동안 이름 없는 사람의 옷을 입고 살았다. 그러다 문득 '무명'이라는 말에 설움이 스며들었다. 물기 가득한 이 단어를 나는 벗어내기로 했다. 물론 그것이 유명의 길은 아니다. 다만 무명=설움, 무명=가난함, 무명=지망생이라는 편견을 내가 먼저 끊어내기로 한 것이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