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팍해도 집만큼은 양보 못해"…수도권 세입자, 월급 20%를 임대료로
"반전세(보증부 월세)로 월 150만원 정도 내고 있어요. 부담이 되긴 하지만 아이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6년 정도 부담할 생각으로 이사했습니다."
서울 강동구에 자가를 보유한 회사원 박모 씨(43)는 최근 아이 학군 문제로 잠실로 이사했다. 본인 소유의 자가는 임대하고, 박 씨는 임차인에게 받은 보증금에 월세를 추가로 내고 있다. 박 씨는 "월세가 부담되긴 하지만 잠실 아파트를 매입하기엔 자금이 부족해서 어쩔 수 없이 반전세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임차 가구의 주거비 부담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월소득 대비 월 임대료 비율(임차 가구 RIR)은 수도권 기준 18.3%에서 20.3%로 늘었다. 서울의 한 중개업소 모습./한경DB
임차 가구의 주거비 부담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월소득 대비 월 임대료 비율(임차 가구 RIR)은 수도권 기준 18.3%에서 20.3%로 늘었다. 서울의 한 중개업소 모습./한경DB
지난해 기준으로 수도권 임차 가구의 월소득 대비 월세 비율은 20.3%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 광역시(15.3%), 지방(13.0%)의 월소득 대비 월세 비율을 크게 웃도는 비중이다. 서울에서 집을 사려면 월급으로 한 푼도 쓰지 않고 13년을 모아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2023년도 주거실태조사' 결과를 자세히 알아봤다.

수도권 월세 부담 확대

'주거실태조사'는 전국 표본 6만1000가구를 대상으로 주거 생활에 대한 전반적인 사항을 파악하기 위해 매년 조사한다. 자가보유율, 주거 형태, 주거비 부담 등이 주요 조사 내용이다.

지난해 전국의 자가를 보유하고 있는 가구의 비율은 60.7%로, 전년(61.3%)에 비해 0.6%포인트 감소했다. 지역별로는 지방(68.6%), 지방 광역시 등(62.3%), 수도권(55.1%) 순으로 자가보유율이 높았다. 점유 형태는 자가 57.4%, 임차 38.8%, 무상 3.7%로 각각 조사됐다.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1인 주거 면적도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이 나온다. 서울의 아파트 전경. /한경DB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1인 주거 면적도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이 나온다. 서울의 아파트 전경. /한경DB
주거비 부담은 크게 자가 가구와 임차 가구로 나뉜다. 자가 가구는 연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자가가구 PIR)이 전국 기준 6.3배로, 2022년과 동일한 수준이었다. 집값이 다소 내려간 여파로 자가가구 PIR은 대부분 지역에서 줄었다. 수도권은 전년도 9.3배에서 8.5배로, 지방 광역시는 6.8배에서 6.3배로 낮아졌다.

하지만 임차 가구의 주거비 부담은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높아졌다. 월소득 대비 월 임대료 비율(임차 가구 RIR)은 수도권 기준 18.3%에서 20.3%로 늘었다. 수도권 임차인의 경우 월급의 20%가량은 월세로 지출하고 있다는 의미다. 지방 광역시는 같은 기간 15.0%에서 15.3%로 증가했다.

1인당 주거 면적 갈수록 증가

1인당 주거 면적은 지난해 36.0㎡로, 전년(34.8㎡) 대비 1.2㎡ 증가했다. 2006년 26.2㎡에 불과했던 1인당 주거 면적은 2006년 이후 소득수준 향상과 함께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다. 하지만 여전히 선진국에는 크게 못 미치고 있다. 2017년 기준 미국은 65.0㎡에 이르고, 영국은 40.9㎡ 수준이다. 일본은 10년 전에 이미 한국 수준인 39.4㎡(2013년 기준)를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1인 주거 면적도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혼자 살아도 취미, 소득 등에 따라 오히려 더 큰 넓은 집에서 살고자 하는 사람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재택근무를 하거나 홈카페, 혼술(혼자 마시는 술) 등을 집에서 즐기는 사람이 늘어난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주택 보유와 관련해선, '보유해야 한다'는 응답이 전년보다 2.3%포인트 감소한 87.3%를 나타냈다. 전체가구 중 주거 지원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가구는 40.6%로 전년 대비 3.0%포인트 늘었다. 필요한 지원은 '주택구입자금 대출 지원(35.6%)', '전세자금 대출 지원(24.6%)', '월세 보조금 지원(11.0%)' 등이 있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