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순 도르마, 타임 투 세이 굿바이…'오겜2' 속 친숙한 명곡들
'딱지맨'(공유)은 자신을 미행하던 두 인물을 붙잡은 뒤 오페라 '투란도트'의 아리아 '네순 도르마'(아무도 잠들지 마라)를 틀었다. 두 사람은 딱지맨의 강요로 러시안 룰렛을 하게 된다. 죽을 확률 6분의 1인. 죽음과 삶이 오가고, 공포에 질린 두 사람의 표정과 함께 아리아의 클라이맥스인 '빈체로!'(승리)가 들린다.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2'가 지난 26일 공개된 가운데 삽입곡으로 등장한 곡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번 시즌에서는 사운드 트랙 뿐 아니라 몇몇 장면에 대중적으로 최고의 인지도를 자랑하는 명곡들이 등장해 시청자의 귀를 사로잡았다. 삽입곡들은 서사의 흐름에 맞춰, 때로는 서사와 대조적인 분위기로 극적 효과를 더했다.

투란도트와 오징어 게임의 공통점
시즌2의 첫 화, 오징어게임 주최자를 찾고 있는 기훈(이정재)은 자신을 게임에 참여하게 한 모집책 딱지맨을 찾고 있다. 그런 이유에서 1화는 딱지맨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눈에 띄는 두 삽입곡이 등장한다. 앞서 말한 오페라 '투란도트'의 아리아 '네순 도르마'(아무도 잠들지 마라) 와 안드레아 보첼리와 사라 브라이트만이 부른 '타임 투 세이 굿 바이'다.
네순 도르마, 타임 투 세이 굿바이…'오겜2' 속 친숙한 명곡들
투란도트는 공주가 낸 수수께끼를 푸는 남자의 이야기다. 수수께끼를 풀면 공주와 결혼하지만, 정답을 맞추지 못하면 죽는다. 목숨을 담보로 하는 '데스게임'이라는 점에서 오징어게임과 어울린다.

악당들이 클래식 애호가라는 설정은 영화계의 클리셰이기도 하다. 영화 '레옹'의 스탠은 베토벤 매니아이고, '양들의 침묵'의 한니발은 바흐 매니아다. 딱지맨이 반듯한 수트 차림으로 튼 오페라와 망가진 게임 참가자들의 모습은 대조를 이루며 시청자를 몰입시킨다.

두 번째 러시안 룰렛에는 딱지맨과 기훈이 목숨을 걸고 대결을 펼친다. 딱지맨은 "게임은 선택일 뿐, 문제없다"고 주장하고, 기훈은 "게임이 사람들을 죽음을 몰아넣는다"며 분노한다. 이때 흘러나오는 음악 '타임 투 세이 굿바이'는 이들이 벌이는 게임을 이별하는 과정에 비유한다. 허명현 음악 칼럼니스트는 "내용과 확실히 연관이 있는 노래를 고른 것 같다"며 "다소 직접적이긴 하지만, 드라마적 자극과 재미를 더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화려한 편곡과 오마주
3화에서 프론트맨(이병헌)이 홀로 생각에 잠기는 장면에서 '플라이 미 투 더 문'이 흘러나온다. 딱지맨처럼 값비싼 오디오 장비가 아닌 재즈밴드 모형 오르골을 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노래지만, 편곡을 독특하게 했다. 임희윤 평론가는 "21세기적인 일렉트로닉 힙합 스타일의 편곡으로 플라이 투 더 문을 편곡했으며, 악기 소스에 금속성을 넣어 총소리가 난무하는 장면들과 청각적으로 어울리게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네순 도르마, 타임 투 세이 굿바이…'오겜2' 속 친숙한 명곡들
5화에서는 오징어 게임 참가자들이 '5인 6각'을 하며 공기놀이, 비석치기 같은 여러 전통 게임을 한다. 서로를 도우며 하나둘씩 게임을 성공하는 장면, 그리고 이런 장면을 보고 다른 참가자들이 응원을 하는 장면은 어쩐지 이질적이다. 타인이 죽어야 내 상금이 더 올라가는 상황에서도 한국인 특유의 단결력이 발휘될 때,신해철의 '그대에게'가 울려퍼진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시즌1에서는 각자도생이라는 한국의 현실을 드라마가 잘 펼쳐냈다면 시즌2는 마치 해외 콘텐츠 같다는 느낌이 든다"며 "한국 예능, 드라마 등에서 많이 쓰이는 곡들을 사용해 한국 콘텐츠 자체를 보여주고자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임 평론가는 "신해철의 10주기인만큼 오마주의 의미도 있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 버전이 있는데 각 버전에서 보컬, 사운드 등을 합쳐서 가져온 것 같다"며 "전반적으로 사운드를 많이 만지고 화면에 묻도록 노력을 많이 한 것 같다"고 봤다.

오징어게임에는 이외에도 시즌1에서도 나왔던 클래식 요한 슈트라우스2세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 '둥글게 둥글게' 등 익숙한 노래들이 등장해 스토리에 몰입을 더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