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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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가스관 계약 종료를 앞두고 가스관이 지나가는 동유럽 지역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슬로바키아가 가스관 문제에 반발하며 우크라이나에 전력 공급 중단을 위협하자, 폴란드는 우크라이나 지원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몰도바는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위기 대응에 나섰다.

폴란드, 우크라이나 편 들어

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한 폴란드 고위 관리는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력 공급을 중단할 경우 폴란드가 우크라이나로의 전력 수출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소식통은 우크라이나 전력망이 겪을 수 있는 불균형을 보완하기 위해 폴란드가 국내 전력 생산을 늘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발언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자금줄을 차단하기 위해 올해로 만료되는 가스관 사용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하며, 우크라이나와 슬로바키아 간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나왔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과거 전쟁 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운송 협정을 중재했던 것과는 달리 이번 협상에는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이에 피초 총리는 이틀 전 우크라이나에 전력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했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슬로바키아를 포함한 인접국부터의 전력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슬로바키아가 우크라이나로의 전력 수출을 중단할 경우, 우크라이나는 대응 조치로 드루즈바 송유관을 통한 러시아산 석유 공급을 차단할 가능성도 있다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몰도바는 '에너지 비상사태' 선포

동유럽 최빈국 몰도바도 에너지 위기에 직면했다. 몰도바는 천연가스 사용량의 90%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 28일, 러시아 국영기업 가스프롬은 가스 대금 미납을 이유로 내년부터 몰도바에 대한 가스 공급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가스프롬이 지분 과반을 소유하고 있는 몰도바 주요 가스 기업인 몰도바가스와의 계약을 해지하는 등 추가 조치를 취하겠다고도 밝혔다.

몰도바는 우크라이나를 경유하는 가스관으로 러시아산 가스를 공급받는 국가 중 하나다. 로이터통신은 몰도바가 이번 가스 공급 중단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국가로 꼽힌다고 전했다.

몰도바 정부는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에 대비해 지난 13일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내년부터 에너지 소비량을 최소 3분의 1까지 줄이는 조치를 시행할 예정이다. 공공 및 상업용 건물의 조명을 최소 30% 제한하고, 에너지 소비가 많은 사업체는 비혼잡 시간대에만 운영하도록 할 계획이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